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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og/Variety

무한도전 편집 중단, 호랑이 없는 골 토끼는 누구?

by 라이터스하이 2012. 1. 31.

'호랑이 없는 골에 토끼가 왕노릇 한다' 아름다운 우리의 한글에서 나온 속담이다. 1월 30일 무한도전 편집 중단으로 매니아들에게는 뼈아픈 한 주가 될수도 있겠다. 그리고 동시간대에 경쟁을 펼치고있는 '스타킹'과 '불후의 명곡'. 삼파전이었던 이 구도는 다음 주 양강체제로 돌입하지 않을까 예상된다. 말 그대로 '무한도전'이라는 토요 예능의 호랑이. 그들이 없는 골에 과연 어떤 프로그램이 토끼로 군림하게 될지 궁금한데.


그렇지 않아도 스타킹과 불후의 명곡은 지난 주 각각 10.3%(2012.01.28 AGB 닐슨 제공)와 11.1%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용호상박의 경쟁을 치뤘다. 레임덕이 원인이던 밥그릇 싸움의 원동력이던, MBC의 파업은 SBS와 KBS의 토요 예능을 책임지고 있는 이들 프로그램에게는 치고 올라갈 수 있는 기회가 될지 모른다. 지난 주 19.5%를 기록했던 무한도전의 시청률로 미루어 볼 때, 스타킹과 불후의 명곡이 10%씩만 움켜쥔다 하더라도 20%는 가뿐히 넘길 수 있는 대업을 달성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뒷걸음 치다가 쥐를 잡는 심정으로 넋놓고 바라만 보다가는 무한도전 편집 중단의 기회를 살리지도 못하고 마냥 닭쫓던 개가 되어릴지도 모른다. 무한도전이라는 프로그램의 특수성을 생각한다면 말이다.

그 첫번째로는 예상하기 어려운 무한도전의 포맷이다. 게스트를 섭외할때도 물론 있지만 멤버들은 매주 같다. 하지만 소재와 연출로써 매번 새로움과 시사성이라는 보너스를 동시에 주는 것이 무한도전이다. 스타킹 또한 매번 새로운 소재를 갖고 온다지만, 재탕에 대한 비난과 숱한 조작성 루머로 골머리를 앓고있다. 어떤 소재를 들고 나오더라도 '어디서 본 것 같은 느낌을 지울수가 없다'는 것이 최근스타킹을 향한 평가다. 불후의 명곡 역시 2011년 6월부터 시작해 비교적 자유로울 수 있다고는 하지만 전설을 노래하다라는 타이틀답게 이떤 전설이 등장하느냐에 따라서 호불호가 갈릴 수 밖에 없다.

결국 내적인 포맷의 변화를 꽤하며 메세지를 던지는 무한도전에 비해 외적인 요인과 섭외능력에 치우칠 수 밖에 없는 스타킹과 불후의 명곡. 결국 포맷을 뒤집지 않는 한 호랑이 없는 골에 토끼가 되기 위한 두 프로그램의 첫 번째 승부수는 대형 게스트, 또는 파격적이고 유니크한 소재가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무한도전 편집 중단으로 가져올 수 있는 시청률의 지분. 어찌보면 가장 손쉬운 방법 중 하나일 수 있다.


무한도전에서 자체적으로 여론에 대한 조사를 한 적이 있었다. 상대적으로 무한도전 매니아라 불리는 집단들의 특성중 하나는 젊은편에 속했다는 것. 10대를 기작으로 20대 층이 가장 두드러졌던 결과 또한 볼 수 있었는데. 어떻게 보면 가장 까다로운 연령층이라 생각해도 과언은 아닐 것 같다. 시종일관 리모콘을 손에서 놓치 않는 10, 20대라 생각한다면 말이다. 소위 깨알 웃음과 빅재미라 불리는 것들의 컴비네이션. 그것들을 충족시켜준 결과가 만들어낸 채널고정일 것이다. 물론 그 속에는 김태호 PD라는 진보적인 감각을 가진 인물의 소통과 멤버들의 퍼트너쉽도 빼놓을 수 없겠지만. 가끔은 독하디 독한 상황으로 눈물을 쏙 빼놓고, 때로는 서로 맘 편하게 물고 뜯으며 잔 펀치를 선사한다. 

이렇게 지겨울 틈을 최소화하는 콤비네이션, 편집 중단이 된 무한도전의 또 다른 묘미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보자면 불후의 명곡보다는 스타킹이 꽤 유리해 보인다. 불후의 명곡이 오디션 프로그램으로 긴장강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겠지만 웃음에 익숙해져 있는 무한도전 시청자들에게는 3-4분이라는 노래 한곡의 시간동안 손끝이 간지러울 수 있다. 스타킹에서 소위 뻐꾸기를 날려줄 패널들이 다수 존재하지만, 웃음보다는 감동이 주 코드인 불후의 명곡에게는 다소 불리한 측면이다. 

무한도전 편집 중단으로 생길 시청률의 분해. 그 어느 때보다 밥그릇 전쟁이 치열할 것만 같은 금주 스타킹과 불후의 명곡. 그 세번째 키워드로 활동성을 꼽아본다. 물론 무한도전도 실내에서 진행하는 특집을 꽤 많이 해왔다. 그럼에도 나름의 일관성은 유지해왔다. 굉장히 많이 움직인다는 것이다. 김연아와 함께 한 피겨, 조인성과 같이 한 조정, 우천 시 취소특집 등에서도 활동성있는 소재들로 몸을 움직이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덕분에 스튜디오에서 촬영한 방송들에서도 갑갑하다는 느낌을 주는 특집은 찾아볼 수 없을 정도였다.

매번 같은 장소에서 촬영하는 스타킹과 불후의 명곡. 어떤 게스트가 나오던지간에 무한도전을 시청하던 시청자들의 압맛을 제대로 맞추기 위해서는 없어선 안 될 또 하나의 요소가 아닐까 싶다. 상대적으로 앉아서 진행되는 토크가 많은 스타킹. 그리고 발라드가 많을 수 밖에 없는 불후의 명곡이라 생각한다면 조금 더 뛰어다니고 많이 움직일 수 있는 소재와 편곡이 전제되어 있다면 보다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 같다.


단기적인 성과를 위해 꼭 포맷을 바꾼다던가 새단장을 하는 것만이 답은 아니다. 매번 소재고갈과 아류의 이미지를 벗기 위해서, 호랑이의 빈자리를 빌려 또 다른 이미지를 쇄신한다는 의미에서의 변화다. 20%에 육박하는 '지금의 호랑이 골 주인 무한도전'의 부재. 이것은 그들에게 분명 기회고 호재일 수 있다. 매일 가던 단골 고깃집이 문을 닫았다. 그 중에는 다음에 오는 사람도, 옆집을 찾는 사람도, 비슷한 집을 가는 사람도 있다. 토요일 6시대 예능은 어쩔 수 없이 들러야 하는 옆집과도 같다. 그 집이 전과 달리 만족스러운 결과를 보여준다면, 변화의 초석이 될 수도 있다. 집은 비운 호랑이도 각성할 수 있는 경쟁가 토끼들의 선전, 그 발판이 보기 좋게 마련된 것이다. 무한도전 편집 중단이 언제나처럼 지나갈 레임덕의 잔해로 남을지, 변화의 시작이 될지는 토끼들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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