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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og/Variety

라스, 악동 개식스의 통쾌한 역습 김구라도 깨갱

by 라이터스하이 2012. 1. 26.

라스의 매력. 뭐니 해도 게스트가 누구건간에 독설을 아낌없이 내뿜는 굳은 심지일 것이다. 그러나 이번 주 라스에 출연한 '개식스'는 오히려 MC들을 드리블하며 물어뜯어 버렸다. 그러면서도 깨알 재미를 여지없이 선사하는 팀웍이 돋보였다. 장동민, 유상무, 김대희, 김준호, 홍인규. 네임벨류를 따지고 들면 "당연한 것 아닌가?" 싶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예능이라는 바닥이 손바닥 뒤집듯 그리 쉬운 곳인가?  많은 개그맨들이 나오면 오히려 집중도가 흐려지고 실패하는 특집을 우리는 많이 봐왔었다. 이번 주 라스는 "명불허전이란 이런것이다!"라며 사뭇 다른 모습을 보이는 듯 했다. 개그도 개그였지만 서로를 잘 알고있는 옹달샘과 개콘 식구들이라 그런지 회식자리에 와 있는 느낌을 줬다. 이런 편안한 분위기에서 빵빵 터지는 웃음 폭탄을 터트린 5명의 게스트들은 어느새 MC들을 압도하고 말았다.

그중에서도 특히 곤욕을 치룬 것이 김구라였다. 김준호와 김대희가 서로 맞아주는 리액션을 최고라며 재현에 들어갔고, 그 바톤은 SBS 공채 개그맨 출신이라는 김구라에게 돌아갔다. 리스에서 터줏대감 이미지인 독한 김구라. 그의 머리를 김준호가 사정없이 내리치는 순간. 도저히 웃지 않고는 못 배겼다. 표정도 표정이었지만 김구라가 맞았다는 카타르시스가 더 컸던 것 같다. 십년묵은 체중이 확 꺼지는 기분이었다. 거기에 재현으로 그칠 수 있었던 상황을 꽁트로 재탄생시킨 김대희의 센스있는 서포터가 멋지게 포장해주었다.

'구라의 기세가 오늘은 조금 꺽이나?'란 생각하기가 무섭게 김구라의 수난은 이어졌다. 김구라가 공중파에 입성하기 전 성인 연극 무대에 도움을 청하더라던 김준호의 에피소드. 출연료를 줬다 안줬다로 옥신각신하더니 어느새 김구라의 이마에 좀처럼 보기 힘든 땀방울이 맺히기 시작했다. 왠만해선 좀처럼 당황해하지 않는 김구라의 색다른 모습은 이날 빼놓을 수 없는 빅재미였다. 김구라가 옛생각에 창피하고 부끄러워하던 장면도 재밌었지만, 김준호의 옛날 이야기가 김구라를 무너지게 만들 수 있는 도화선이라는 것. '독하디 독한 김구라의 인간적인 내면을 끌어낸 페이소스가 있었다는 것'이 더 크게 와닿았던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방송 초반만 하더라도 김구라는 기세 등등하게 "보약이다, 밑반찬이다"라며 김준호에게 도박 드립을 하며 파죽지세를 예고했다. 언제나처럼 물어뜯길 개식스라 생각했고 그 속에서 깨알 재미와 폭소가 터질 것이라 생각했지만, 김구라의 과거 폭로 한방으로 확인사살을 하며 그를 깨깡하게 만들어 버렸다. 패자의 역습이라 해도 될 정도의 통쾌함, 유일무이한 이 장면은 두고 두고 김구라의 몇 안되는 굴욕씬에 등극시켜도 될 것이다. 괜히 사랑받는 개그맨들이 아니구나 하는 생각에 엄지 손가락을 조심스레 들어주었다.

그동안 구많은 게스트들이 김구라에게 도전을 해왔지만, 쉽게 말려들지 않았다. 박명수의 무논리 개그에도 내공으로 견뎌내던 김구라의 굴욕지수는 이 날 최고치를 갱신해 버렸다. 고인규의 동심어린 반격에 원투를 허용하더니, 초번 독설을 허용한 김준호에게 역습의 커운터를 맞으며 마침내 K.O 당해버렸다. 이렇게 일방적으로 당하는 김구라의 모습을 보면서도 편안하게 웃을 수 있었던 이유는 뭘까? 보일듯 보이지 않을 듯 나름의 배려를 하고있는 김구라의 인간적인 면도 포착되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그간 양배추를 비롯해 비인기 개그맨들을 언급하며 나름대로의 선행을 해왔던 김구라. 욕을 욕대로 얻어먹으며 오늘날의 국민할매 김태원을 밀어준 것도 애초에 김구라였다. 이런 일관성은 오늘 방송에서도 엿볼 수 있었다. 김구라의 표정은 그 어느때보다 밝아보였고, 리액션도 나름 경쾌했다. 김준호에게 맞고도 정색하거나 분위기를 말아먹는 언급을 하지 않았고, 자주 쓰던 추임새 "에이~"로 시작되는 정색도 크게 찾아볼 수 없었다. 분명 겉으로 보기에는 김구라의 독설을 향한 개식스의 역습으로, 조금 들여다보니 개그맨 후배들의 선전에 동참하는 모습으로 비춰지기도 했다. 

개식스 모두가 높은 타율로 녹쓸지 않은 모습을 보여주었다. 옹달샘은 기대치에 부흥하기 위해 즉석에서 코너를 짜기도 했고, 김대희는 대본에도 없는 설정으로 김구라의 맞는 연기를 감칠맛나게 포장도 해줬다. 그들의 노력에 걸맞게 게스트들의 공격을 한몸에 받아주는 김구라의 서포터가 그 속에서 빛을 내고 있었다. 오히려 유세윤이 하지 않을까 싶었던 역할을 말이다. 오늘의 김구라는 터줏대감을 넘어 변화구, 직구 모두 다 받아주는 안방마님이라 불러도 손색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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