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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og/Variety

나가수, 실추된 명예졸업의 품위 강등제 시급하다

by 라이터스하이 2012. 1. 23.

이변은 없었다. 나가수의 4번째 명예졸업자로 선택받은 것은 윤민수였다. 나가수로 복도 받고 욕도 먹은 윤민수의 명예졸업. 공중파에 노출이 비교적 적었고 낮은 인지도로 시작할 수 밖에 없었던 윤민수기에. 숨어있는 가수들, 또는 고수들에게는 분명 좋은 시너지를 가져다 줄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윤민수 명예졸업은 나가수를 또 한번 몰락의 끝으로 인도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앞선 명예졸업자 3팀 김범수, 박정현, 자우림과 비교했을 때 윤민수의 명예졸업은 상대적 박탈감을 느낄 수 밖에 없는 결과다. 기존 룰을 파괴하면서, 그리고 자격논란으로 수도 없이 도마에 올라 그 공정성과 투명성에 비난의 화살을 꽂게 만들었던 나가수는 이미 너덜너덜 해져있는 것이 지금인데. 그나마 남아있던 명예졸업에 대한 '나가수 스스로의 권위', 그리고 '시청자의 것이었던 환상'마저 윤민수의 명예졸업으로 인해 '신의 경지에서 인간의 경지'로 내려온 것 같은 뼈아픔이다.

이런 결과에 대한 원인 중 하나로는 단연 얇아진 가수들의 경쟁력을 꼽고싶다. 원년멤버라 불리는 나가수의 가수들 <김건모><백지영><YB><김범수><박정현><정엽><이소라>. 이 호화스런 드림팀과 같은 라인업에서 감히 1등을 점치기란 정말 어려웠다. 그만큼 우열을 가리기 힘든 실력들이었기에. 그러나 지금 나가수에는 냉정하게 말해 급을 나누기가 비교적 쉬워졌다. 예를 들자면 <1. 신효범, 김경호, 박완규> <2. 윤민수, 거미, 테이> 물론 가수들끼리는 전쟁이다. "살벌하다"라며 주야장창 레이저를 쏘면서 말하지만, 전과 달리 시청자의 입장에서는 공감도 긴장감도 한 없이 건조해져 있다.

거기에 들락날락 수시로 바뀐 PD들로 가벼워져만 가는 나가수에 대한 대답은 한 자릿수의 시청률이었다. 순위발표 방식을 자극적으로 바꾼다고, 히스토리를 만들기 위해 급하게 가족들을 출연시킨다고, 예전의 영광을 되돌리기란, 글쎄? 갸우뚱하다. 지금으로써는 절망적이 아닐까? 음원만 잘 팔린다고 잘 차려진 밥상에 먹을게 없도록 만들어놔도 되는 것인지 되묻고 싶은 지경이다. 나가수의 시청자로써, 나가수에 아직 눈꼽보다는 큰 애정을 갖고있는 사람으로써, 나가수가 강등제 도입을 하거나 포맷에도 변화를 줄 때라고 말하고 싶다. 지금처럼 격차가 눈에 띄는 가수들을 한 군데 모아놓고 긴장감 상실하고 욕만먹는 것 보다는 낫지 않을까 싶다.

A리그와 B리그를 나누어 강등과 승격을 두어서 진행한다면 루즈한 순위 발표도 꼭 필요하지만은 않을 것이며, 순위 방식과 명예졸업의 포맷 또한 그대로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가수 섭외에 대한 부담이 무엇보다 큰 문제라는 점에서 효과적일수 있다. 김영희 PD때와 달리 톱가수들의 섭외력도 이미 바닥이 나있고, 덩달아 시청률도 8%대로 떨어져 버렸으니 미친척하고 시도라도 해보는 것이 좋지 않을까싶다. 매번 뿌리를 뽑아야, 바닥까지 드러나야 막을 내리는 국내 방송의 악습 때문에 나가수라는 프로그램이 사라져 버리기 전에 말이다.

그나마 나가수에 남은 기분 좋은 재산은 MBC 연예대상이 아니라 명예졸업이다. 스스로 창조한 프리미엄의 타이틀이 빛이 바래져 가고 있다. 김범수와 박정현의 명예졸업이 금메달이었다면, 지금 윤민수의 명예졸업은 은메달 정도로 느껴질 뿐이고, 앞으로는 동메달이 되지 않을까 심히 걱정스럽기도 하다. 프로그램이 달라졌다고 명예졸업장의 컬리티마저 떨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그 가치와 품격은 보는이들이 가수에게 매기는 것이기 때문이다. 하나 남은 기대치, 명예졸업에 대한 프리미엄의 이미지는 깨지 말아야하는 이유다. 훗날 명예졸업자들이 모여 나는 명예가수다라도 하는 날. 가수들의 실력차가 너무 심해 모든 시청자들이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이는 것만큼 재미없는 나가수가 또 있을까? "늦었다고 생각할때가 정말 늦었다." 박명수의 어록이 절실히 필요한 지금의 나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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