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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og/Variety

놀러와, 제대로 놀지 못한 아이유의 불편함

by 라이터스하이 2012. 1. 17.

수개월동안 4명의 PD들이 설왕설래하며 난장판이 되버린 놀러와. 삐딱하게 걸린 간판에 유재석과 김원희라는 지지대가 겨우 지탱하고 있는 모습이었습니다. 2011년 하반기. 나가수에 희생양이 되어가던 놀러와를 보면서 8년차 장수 프로그램 하나를 MBC가 죽이는구나 싶었습니다. 지방 방송국에는 시청의 기회조차 사라져버린 지금. 이대로 끝이나는 것인가 생각하게 만들었으니까요.

때문인지 낮아질대로 낮아진 기대. 그래도 놀러와는 역시 놀러와였습니다. 드라마 무신의 남자 배우 4명 <주현>, <김주혁>, <정보석>, <박상민>이 출연한 이번 주 놀러와는 지방에 사는 저에게 있어서는 몇 주만의 시청이었습니다. 크게 다르지는 않았지만, 스튜디오를 라면가게로 새단장 한 모습이었고,

토크 중간에 퀴즈를 넣으며 놀러와 '나름대로의 느낌표'를 찍으려는 모습을 많이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분명 게스트들에 따라 시청률이 차이가 날 수 밖에 없는 놀러와에서 게스트 한 명이 길게 이야기를 끌어가게 되면 축축 처지는 느낌도 없지않아 있었던 것도 사실인데, 그런 면에서 주제를 던져주고 짧게 치고 빠지는 형식의 변화는 꽤 성공적이었던 것 같습니다.

라면을 소재와 연관시켜서 막바지에 게스트가 라면을 먹으면서 마무리짓는 장면은 오래전 '절친노트 3'가 떠오르기도 했지만, 크게 나쁘지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 질문 위주의 진행에 유재석과 김원희 두 MC가 가졌을 나름의 부담도 줄어든 것 같았고, 보조 MC들의 과도한 분량 챙기기로 생기는 때아닌 삼천포 여행도 사라져서 깔끔한 맛이 났던 스튜디오였습니다.

이렇게 '괜찮네?'라는 생각은 골방토크를 들어가면서 조금씩 바뀌기 시작했습니다. 나름의 과도기라 감안하더라도 삼촌들의 로망 아이유의 등장은 결과적으로 아쉬울 수 밖에 없었습니다. 일단 아이유의 섭외는 꽤 좋았던 것 같습니다. 여자라고는 김원희와 김나영이 전부인 캄캄한 암흑의 골방이 될수도 있었지만, 아이유가 출연해 산뜻한 분위기를 내주는데는 큰 역할을 해주었으니까요.

다만 아쉬운점은 '놀러와의 꽃'이라 할 수 있는 골방토크만의 끈적함과 예상치못한 감동들이 지나치게 가벼워 진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스타골든벨같은 이원적인 분위기'와 '아이유가 주는 시각적인 효과'까지는 신선했지만, 그 이상의 재미나 공감대는 크게 느낄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이날 아이유는 출연자들을 모니터로만 만나면서 아저씨급, 또는 할아버지뻘 되는 배우들에게 여러가지 질문을 던져봅니다.

'부모님 속을 뒤집었을 것 같은 순위?'부터 '소개팅에 나왔으면 or 안 나왔으면 하는 순위'의 질문까지.
혹시 이런 질문을 하기 위해 따로 녹화하는 방식을 선택한 것인가? 싶을 정도로 공감가지 않는 질문들이 쏟아지기 시작했습니다. 아무리 드라마의 홍보라지만 주현씨의 경우에는 아들 나이가 40이 넘었는데 말입니다. 물론 아이유와 삼촌 배우들의 공감대를 만드는 것도 금방 떠오르지는 않지만, 삼촌들의 소개팅 상황극에 불편함과 부담을 숨기는 모습이 역력했던 아이유의 진땀이 안방까지 전해지는 느낌이었습니다.

김주혁과 박상민에게 "머리가 잘 어울리시네요"라며 동의어를 반복하며 무미건조함을 보여주다가도, "동갑이라 생각하세요"라고했지만 "두 살 많은 오빠로 하겠다"며  나선 박상민에게는 "오빠를 강조하는 모습은 연인으로서 불편하다"면서 코너에 대한 일관성을 잃어버리는 모습이었습니다.

김주혁이 "머리가 잘 어울린다"는 아이유의 말에 은근히 좋았는지 박상민에게 아이유가 같은말을 하자 '버럭'하는 모습이 귀엽기도 했고, 웃음이 나기도 했는데요. 웃음을 주는 것에는 좋은 성과를 냈을지 모르겠지만, 게스트들의 진솔한 대화와 비하인드 스토리가아닌 '아이유가 골방의 주인공'이 되어버린 것은 불편함이 아니었나 싶네요. 신선하고 재미있었던 스튜디오. 그보다 더 가벼워지고 게스트들의 존재감마저 뒤바뀐 골방의 아쉬움이 남았던 이번 주 놀러와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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