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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og/Variety

1박 2일 절친특집, 미대형 이서진 반전의 카리스마로 강호동 채웠다

by 라이터스하이 2012. 1. 16.

강호동의 부재로 적지 않은 타격을 받았던 1박 2일. 하지만 그 어느 때보다 더 활기찬 지금의 모습이 아닌가 싶습니다. '과연 시베리아 야생 호랑이의 빈자리를 어떻게 채울 것인가?' 하는 질문에 곧 스스로 상처를 봉합하며 아직도 일요일 예능의 1위 자리를 내주지 않고 있는 저력은 대단해 보이기도 합니다. 짧은 시간 안에 다시 치고 올라온 그들의 노하우만큼이나 이번 '1박 2일 절친특집'은 그런 엑기스의 집대성이라 불릴 만큼 재미와 훈훈함 그리고 따뜻함까지 보여준 좋은 특집이었다 생각됩니다.


'미대형' 이서진의 재발견
눈밭 달리기부터 탁구시합, 그리고 4:4 족구까지. 추운 날씨에 몸을 아끼지 않은 절친들과 '1박 2일' 멤버들의 노력에 마음껏 웃을 수 있었던 것 같은데요. 그중에서도 이번 '1박 2일 절친특집'의 최대 수확은 '미대형'이라는 캐릭터를 짧은 시간에 굳혀버린 이서진의 재발견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사극이란 드라마, 거기서도 '왕 역할을 유난히 많이 했던 이서진'이라 그런지 사실 첫회에서는 중후함에서 나온 거리감이 많이 느껴지더군요. 그래서인지 말도 많지 않고 불평하는 멘트들이 많이 있어서 '억지로 하는 게 아닌가?' 하는 느낌도 받았더랬죠.


빵 터지게 만든 지나친 솔직함
그런데 갈수록 1박 2일 제작진의 자막 그대로 이서진의 매력은 '마성의 미대형'이 되기에 충분했던 예능감과 독특한 캐릭터를 보여주더군요. "드라마가 나아요, 1박 2일이 나아요?"란 이승기의 질문에 이서진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아, 드라마 이제 열심히 촬영할려고"라는 짧은 대답으로 지나치게 솔직한 모습에 웃지 않을 수가 없었는데요.

사실 많은 배우들이 예능에 출연해 그래 왔듯이 이미지 관리를 신경 쓰면서 '둘 다 힘들다'던지 '1박 2일이 조금 더 힘들다'라는 대답을 할 것이라 예상했었습니다. 그런데 오히려 이런 솔직함이 더 큰 반전의 웃음을 주었던 '1박 2일 절친특집'의 이서진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1박 2일에 나와 농담으로라도 "좋은 프로그램은 아닌것 같애, 좋은 프로는 아냐"라는 사상초유의 독설까지 퍼붓는 게스트는 분명 흔치 않으니까요.


내숭과 행동사이
1박 2일이라는' 야생을 배경으로한 버라이어티'에서 단지 '토크로만 웃기는 나이많은 미대형이라면' 반감을 살수도 있었지만, 이서진은 처음에는 내숭을 떨다가도 또 시키면 시키는대로 하는 모습이 남자가봐도 귀엽더군요. 더군다나 이승기라는 까마득한 후배의 요구에 은근슬쩍 이것저것 시도하는 모습이 또 다른 재미였습니다. 지금까지 거의 왕 노릇만 하던 사람이 시키는대로 하는 모습을 보니 또 다른 카타르시스가 느껴졌던 것 같습니다.

거기다 이서진을 지켜보니 말로만 웃기고 몸사리는 스타일은 또 아니었습니다. 후배들과 족구시합을 할 때나 아침 식사로 반죽을 할 때에도 '앞장서서 시키지는 않지만 군소리 없이 옆에서 서포터를 하는 나름의 책임감'도 느낄수가 있어서 호감이 가지 않을수가 없었던 미대형이었는데요. 멀리서 지켜만 보는 불편한 리더가 아니라, 도와주고 참여하는 형으로서의 친근한 이미지를 쌓았던 탓인지, 멤버들도 편안함을 느끼고 하루가 지나자 하나 둘 이서진을 소재로 이용해 웃음을 유발하기도 했습니다. 하루만 더 있었다면 더 큰 웃음이 나오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 순간이었죠.

반전의 부드러운 카리스마
이런 신선한 예능감이 1박 2일 미대형의 캐릭터에 빠지게 만들었다면 인간 이서진에 대한 매력을 느끼게 해주었던 것은 바로 '부드러운 카리스마'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이서진-이승기팀은 아날로그 게임에서 이긴 뒤 밥차 정식을 획득하게 되었죠. 밥을 먹다가 미안한 마음이 들었는지 스탭들을 향해 이서진은 "식사하셨어요?"라며 걱정 반 궁금증 반을 담아 질문을 합니다. 물론 예의상 한 질문일지도, 불편함에 한 질문일지는 모르겠지만, 이 장면을 포함해 '가식적인 사람은 아니구나' 하는 생각을 들게 한 부분들이 여러곳 있었습니다.

베이스 캠프에 도착해 달리기 시합을 했지만 아쉽게 패해버린 이서진팀. 자신이 넘어져서 동생들이 라면 하나만 먹는 것이 미안했는지, 이서진은 라면을 먹지않고 혼자 누워있는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처음에는 '왜 저러고있나 예능에서' 이런 느낌이 무척 강하게 들었었는데, '1박 2일 절친특집'을 끝까지 다  시청한 뒤에는 이서진이 왜 저랬는지 조금은 알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생색은 내지 않지만 은근히 뒤에서 챙겨주는 이서진의 따뜻함이 다른 멤버들까지 편하게 만들어주고 있었으니까요.


강호동의 부재 채워준 이서진의 휴머니즘
'장우혁은 만능에 가까운 열혈 캐릭터, '이선균이 넋살좋은 셰프'로 각자 맡은 역할에 최선을 다하며 깨알재미를 주었는데요. 이서진의 경우에는 미대형 이미지를 굳히는 것 이상 많은 역할을 '1박 2일 절친특집'에서 보여주었습니다. 리더의 중요성을 많이 느끼게 해주었고, 강호동이 빠진 이 후 인간적인 리더의 부재를 가장 잘 채워주었던 인물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물론 이서진이 강호동처럼 정리를 하거나 앞장서서 모든 것을 컨트롤하지는 못합니다. 

하지만 이수근을 쥐어박던 강호동을 대신해 부드러운 목소리로 이수근에게 잔소리를 하고, 뒤에서 묵묵히 할 일은 다 해주면서 후배 게스트들이 자발적으로 분량을 채울 수 있는 역할을 해준 것 같습니다. 물론 배신이 판을 치고 음모가 뒤섞여있는 자극 위주의 특집은 아니었습니다만, 그래서 더욱 부작용이 없고 불편함이 적었던 '1박 2일 절친특집'이었습니다. 이서진을 비롯한 친구들이 채워준 여운은 생각보다 길게 갈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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