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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og/Variety

보이스 코리아, 오디션 프로의 보이콧될까?

by 라이터스하이 2012. 1. 10.

'슈스케3'(슈퍼스타K 3)가 막을 내렸지만 오디션 프로의 홍수는 여전히 그칠줄 모르고 있다. 나는 가수다를 비롯해 위대한 탄생, K팝스타, 위대한 탄생 등 각자 조금씩 성격은 다를 뿐, 서바이벌 형식이라는 점에서 크게 다르지 않은데. 물론 자극적이고 긴장감을 불러 일으키기에는 적합한 저마다의 포맷을 갖고있지만 과유불급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하며 쏟아지는 오디션 프로에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여론도 적지 않다.

'슈스케3(슈퍼스타K 3)의 뒤를 이은 보이스 코리아의 귀추가 주목되는 이유도 거기에서부터 시작되었다. 음악채널 엠넷에서 새롭게 선보이는 보이스 코리아는 2월 10일 방영예정으로 음악 서바이벌 프로그램 '더 보이스'의 프로그램 포맷을 정식 구매해 제작한 프로그램이라 한다. 서바이벌이라는 측면에서 경쟁은 피할 수 없지만, 그 포맷의 특성은 무척이나 신선하다.

블라인드 오디션으로 진행되는 보이스 코리아는 참가자의 비주얼이나 퍼포먼스, 배경 등을 완전 배제하고 100% 목소리로만 실력을 평가한다는 점이 유니크해 보인다. 4명의 심사위원이 아닌 코치들은 아예 참가자들의 모습을 볼 수 없고, 목소리만 듣고 트레이닝 할 참가자를 선별해 보컬리스트로의 지원을 해 준다는 점이 무엇보다 마음에 드는 부분인데.


물론 비주얼적인 면이나 퍼포먼스가 완변히 배제됨에 따라 볼거리는 줄어들지도 모르겠지만, 오로지 목소리로 승부해야 하기 때문에 더욱 까다로운 코치들의 안목이 요구 된다는 점, 이 또한 매력적이다. 스타성이나 외적인 면에 치우쳐가는 지금의 오디션 프로에 사실 지칠대로 지쳤던 탓이 클 것이다.


물론 그 중에서도 옥석같이 등장하는 최고 실력의 보컬들과 아마추어들이 눈에 띄기는 한다. 하지만 나가수에서는 락커를 춤추게 만들고 K팝스타에서는 촉망받는 보컬이 살을 빼야겠다는 말 한마디에 자신감을 잃어가고 있는 오디션 프로를 보면서 여간 안타까운 것이 아니었던 이유 또한 있을 것 같다.

이 보이스 코리아라는 반가운 타이틀이 기대되는 이유 중 하나를 꼽자면 단연 코치들이 참가자들을 전혀 볼 수 없다는 점이다. 심사위원들이 심사 과정에서 비주얼과 장르와의 매칭, 또는 곡과의 어울림등을 생각하게 되는 일반적인 오디션 프로라면, 목소리로만 평가해야 하는 보이스 코리아에서는 평가절하 없이 목소리라는 악기에만 집중하고 평가하게 되니 외모에 대한 선입견도 줄어들 수 있을 것이고, 자연스럽게 참가자들의 수준도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노래는 조금 모자라지만 비주얼이 매력있다며 다음 라운드에 진출시키는 모습에서 해방되는 것이다.


뿐만아니라 경쟁자들만의 경쟁이 아니라 멘토와 멘티가 한 팀이 되어 경쟁을 함께 풀어 나간다는 오디션 프로라는 점도 매력적이다. 미국에서는 최고의 아티스트라 할지라도 투어를 돌 때나 무대에 설 때 마다 항상 보컬트레이너를 대동하며 조언을 받는 스타들이 많다. 참가자의 능력을 스스로 끌어내는 방법 또한 틀리지 않지만,


능력있는 아마추어 보컬리스트에게 무엇보다 중요한 장단점을 빠른 시간안에 파악해 그 시간을 줄이는 것 또한 효율적이고 진보적인 방법이라 할 수 있다. 거기에 무대 경험이 많은 코치들의 노하우나 소리에 대한 지적을 적재적소에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참가자들뿐만 아니라 시청자들도 좋은 무대를 볼 수 있다는 차별성이 있다.

그리고 다소 파격적이지만 가장 마음에 드는 세 번째 부분, 심사위원이 없다는 점이다. 덕분에 독설은 많이 줄어들고 도전자들의 실력 향상에 올인한다는 점. 독설은 물론 때에 따라 필요하겠지만, 독설 한 마디를 이슈화시키고 공론화하는 소위 노이즈 마케팅은 정말 이제는 지겨울 정도다. 어떤 프로그램은 종영 후 "그 심사위원이 뭘 했더라"생각하면 독설밖에 기억나지 않을 정도로 각각의 컨셉을 잡고 이슈메이킹의 중심에 있던 그들의 어울리지만은 않는 옷. 그것 또한 사라질 것이라 생각하니 시원하고 투명해지는 느낌이다. 자극적이고 넘치는 독설의 맛에 오디션 프로를 본다는 분들이 계신다면 할말은 없다만.


서바이벌 프로그램의 대명사였던 나는 가수다 또한 엄청 기대했고 즐겼던 필자였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인가  처음의 모습들과 달라도 한참 달라져버린 지금의 나가수에는 연출, 자극, 파격, 말초가 상위권을 가져가는 키워드가 되버렸다. 보이스 코리아는 애초에 이런 외적인 요소를 원천봉쇄하고 있다. 어쩌면 지금 오디션 프로에 비해 보수적이고 위험해 보이는 룰이고 포맷일수도 있다.

프로그램 내적으로 다양성이 결여되거나 볼거리가 없지 않을까 생각되기도 한다. 그럼에도 보이스 코리아가 기대되는 이유 또한 거기에 있다. 이 프로그램의 방식 자체만으로도 지금 오디션 프로의 흐름에 있어서는 신선하기 때문이다. 어쩌면 보수적이고 오리지날리티한 이 프로그램이 말 그대로 이것저것 다 보는, 곧 상업성이 주가 되어 스타성을 보는 일반인 오디션 프로와 역주행하고 있기 때문에.

흥하던 망하던 기특한 도전이라 지켜보고 싶은 그런 느낌이라면 설명이 될런지 모르겠다. 어쩌면 가요계를 향해 그 사용빈도가 부쩍 줄어든 '실력파'라는 진부한 단어를 좀 더 자주 써볼 수 있을지도. 보이스 코리아에 슈터스타 K의 흥행에 버금가는 대업을 이루기를 바라지는 않지만 이런 프로그램도 있다는 나름의 소리를 내는 성과를 이루었다면 하는 바램이 있다.


단연 그 흥망을 쥐고있는 것은 참가자들의 높은 수준이 아닐까 싶다. 춤도 없이 시청자를 들썩거리게 만들어야 하고, 독설 없이 긴장감을 유발해야 하기 때문이다. 곧 목소리로만 마음을 들었다 놨다 해야 경쟁력이 생길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보이스 코리아가 오디션 프로의 보이콧이 될지, 소리없는 도전으로 그칠지는 오로지 그들의 목소리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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