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log/Variety

정글의 법칙, 김병만을 강등시키는 이유

by 라이터스하이 2012. 1. 7.

정글의 법칙. 분명 지금껏 봐오던 예능보다 한층 더 강력했던 첫인상이었다. 이상할 것도 없다. 생각해보면 리얼리티라 자부하던 프로그램들은 명함도 못 내밀 리얼리티가 장착되 있었기 때문이다. 리얼 그 자체라 생각들만큼의 파워다. 미워도 다시 한번 이라는 생각에 채널을 옮겨타봐도 볼 수 없었고, 별수 없었다. 금요일 밤 예능을 정글의 법칙으로 정했었기 때문이다.

몇 주간 지속되던 이런 채널고정 정신에 최근 정글의 법칙을 볼수록 그 흐름을 방해하는 잔잔한 돌팔매질이 찾아오기 시작했다. 그 원인은 뭘까? 그 범인은 누굴까? 단정짓기 힘들지만 프로그램 자체에 있지 않을까 생각해보게 된다. 자제력을 잃을만큼 힘은 정글속 오지에서 단결력으로 자급자족하던 그 풍경들이 그 절경스러움을 조금씩 잃어가는 것 같아 안타깝다.

정글의 법칙 초창기, 거칠 것 없는 모습에 반해버렸다. 몇몇 도구들을 제외하고 김병만족은 가진것이 거의 없었다. 그럼에도 몇 시간 후 집이 생기고, 조금 더 지나니 끼니까지 해결했다. 밤에 나가 물고기를 사냥하고 땡볓을 상대로 한 노가다의 결과물들이었다. 그 과정들이 몹시도 힘든 것은 알지만 놓치기 싫었던 정글의 법칙의 가장 큰 재미도 거기에 있었다. 가능할까? 생각했던 것들이 해뜨고 날이 밝으니 하나 하나 되는 모습에 카타르시스를 느꼈다. 마치 무한도전 봅슬레이 편을 보는 것 처럼.

이처럼 정글의 법칙의 큰 매력은 원초적인 것이었다. 먹는 것, 자는 것 어느 것 하나도 놓치지 않고 아낌없이 보여주는 모습에서 섬세함을 느꼈고 조작하는 것 아니야?라는 의심을 크게 하지않고 몰입할 수 있었다. 물론 정글의 법칙이 완결될 떄 까지 같은 패턴을 유지할 것인지 아직 알 수 없지만, 위와 다르게 이번 주 정글의 법칙에서는 처음과 달리 밸런스가 많이 무너져가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코로와이족 마을에 도착한 김병만족은 지난 주 포도당에 이어 배부른 저녁을 코로와이 족에게 도움받았다. 그리고 지금까지와 달리 땔감까지 제공받았다. 덕분에 스트레스를 적게 받은 김병만족이었지만 보는 입장에서는 아무래도 실망할 수 밖에 없었다. 긴장감의 윤활류 역할을 하던 자급자족의 룰이, 없으면 못 먹는다는 정글의 법칙에 대한 환상을 깨고 있었기 때문이다.

덕분인지 점점 포커스가 김병만이 집을 집는 쪽으로 쏠리는 것도 볼 수 있었다. 집짓기도 달인인 김병만을 보는 것도 또 하나의 재미라지만 반대로 타맴버들의 존재감은 어느새 류담이 출연하던 그 때보다 눈에 띄게 줄어들고 있다. 자연스럽게 달인의 개성소모도 급격하게 이루어져 걱정스러움을 더해주고 있는 게 아닐까 우려스럽다.

과도기라 느끼기에도 무리가있는 이번 주 정글의 법칙, 왜 갈수록 신섬함과 감동은 사라지고 있을까? 물론 아직 크게 와닿을 정도까지는 아니라지만 불안해 보이는 건 사실이다. 사색이 되도록 일만하는 김병만에게 거는 기대치를 조금 줄여야 할 것 같다. 주인공 중에서도 주인공이지만 김병만의 손에서 좋은 집이 나올 것이라는 기대치는 긴장감과 놀라움보다 이제 익숙한 편안함으로 가고있다.

거기다 고기잡고, 나무를 뒤지고, 새를 잡는 잔잔한 안타성의 밑반찬들이 눈에 띄게 줄어들어 버렸다. 이번주만 해도 사냥하는 것은 구경만 했다. 결국 김병만이 없으니 구경만 해야하나라는 상대적인 박탈감도 이번 회에 드러나고 말았지만, 중요한 것은 정글의 법칙이 갈수록 홈런에 대한 강박관념과 욕심 때문인지 이런 잔루성의 안타들을 스스로 깍아먹고 있는게 아닌가 하는 점이다.

태미에게 빵빵 터지는 예능감을 기대하는 것도, 우진에게 야생의 사냥꾼을 기대하는 것도 아니다. 처음 무인도에 떨어져 울고 불고 했던 그들이지만 도움받지 않고 결국 스스로 일어섰던 정글의 법칙 멤버들의 변함없는 모습을 보고싶을 뿐이다. 오기라도 좋고, 객기라도 좋다. 뭐라 부르던 힘든 곳에서 절망과 타협하지 않고 노력으로 일궈낸 그들의 노력은 그냥 아름다워 보였다.

웃음, 감동, 재미 이 세가지 요소들을 적절하게 섞어야 하는 제작진의 노고를 모르는 바는 아니다. 존재감이 갈수록 사라지는 태미를 광희와 묶고, 우진과 리키의 라이벌 구도도 좋다. 그러나 제작진이 만든 이런 법칙보다 중요한것은 정글의 무질서함과 변칙스러움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이겨내는 그들의 작은 액션 하나 하나다.

오늘처럼 김병만을 제외한 멤버들에게 상대적인 박탈감을 느낀적도 없을 것 같다. 김병만의 지나친 개성소모와 멤버들의 존재감 하락을 막기 위해서라도 집짓기에 거는 기대치를 조금 낮추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김병만은 잘나가는 1군, 나머지 멤버들은 그저그런 2군을 만들어 버린다면 제작진은 멤버들뿐만 아니라 김병만도 강등시켜 버리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오늘날의 유재석, 강호동이 홀로 빛나서 최고의 자리에 오른 것이 아님을 생각해보면.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