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 정도 적절한 패러디 선에서 마무리하며 막을 내릴 것 같던 무한도전 나름가수다 특집. 그러나 예상은 보기 좋게 깨지며 무한도전은 3주짜리 나름 가수다를 만들었다. 그것도 나가수와 거의 흡사한 싱크로율로. 분명 포맷만 잠시 빌려 무도의 색깔을 냈다기 보다는 무한도전이 나는 가수다속으로 걸어들어 갔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그럼에도 '나는 가수다'를 베겼다는 비난보다는 '무한도전 나름가수다' 그 자체의 패러디에 대한 기대치를 한 몸에 받고있었고, 이것은 그간 많은 특집으로 시사성을 남긴 무한도전에 보내는 시청자의 신뢰도 포함되어 있다는 반증이었다. 애초에 나가수의 장점에 빨대를 꽂아 쪽쪽 빨아먹는 단편적 엑기스 특집이 아니라 '안일하다', 또는 '이건 아니다'라는 반응을 불렀던것들 마저도 그대로 보여주었고, 역시 많은 생각을 갖게 만드는 또 하나의 특집이었다.
'무한도전 가요제' 때와는 달리 '무한도전 나름가수다'가 '나는 가수다'에 버금가는 순위 논란이 크다는 것 만으로도 이미 성공한 듯 보이는 김태호의 결과라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하지만 그 논란들이 논란으로만 끝이 난다면 '무한도전 나름가수다'는 단지 '나는 가수다' 베끼기에 불과하다는 논란만 더 키울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나름 가수다스러웠나', '3주나 할애하면서 과연 무한도전스러움을 남겼는가'일 것이다.
대답은 예스였다. 그 대표적인 것은 예상을 깨고 김태호의 입에서 나온 "정준하 1위"였다. 당연히 좋은 무대였고 1위를 받아 마땅했다. 단, 눈에 띄는것은 '무한도전 나름가수다'에서 정준하의 경연순서가 첫번째였다는 것이다. '나가수'에서 가장 기피대상 순서인 1번, 정준하는 1번으로 불러 1위를 했다. 이것이 '나가수'에 시사하는 바는 굉장히 크다. 첫 번째로 무대에 올라가면 쉽게 청중들에게 잊혀진다는 가수들의 언급은 더이상 엄살이 아니다.
2011년 한 해 동안 '정준하의 사랑 이야기'와 장가에 대한 에피소드는 애틋함을 품기 시작했고, 마치 애절한 프로포즈를 보는 듯, 간전한 세레나데를 듣는 듯한 정준하의 노래에는 그만한 스토리가 담겨져 있었다. 코창력이라는 수식어도, 화려만 '무한도전 나름가수다' 피쳐링의 라인업도 결코 방해할 수 없었던 진짜 이야기가 있었다. 애초에 연출을 달리 한다거나 특정 게스트들을 무리하게 홍보하지 않은 무한도전의 최대 수확물이 아니었을까?
나가수를 거슬러 올라가 임재범의 노래들을 되뇌어보면 그의 노래에는 '무한도전 나름가수다'의 정준하처럼 사연이 있었고, 사정이 있었다. 가족을 위해 자존심을 버리고 올랐던 나가수 무대에서 눈물을 훔쳤고, 노래를 넘어 드라마로 받아들여졌다. 이미지, 경력, 순위 모든 것을 다 내려놓고 얻은 결과였다. 그러나 지금 나가수는 정 반대로 가고있다. 중요한 것은 순위고 그러다보니 박명수의 무대처럼 배보다 배꼽이 커지고, 유재석처럼 편곡자에 지나치게 의존할 수 밖에 없는 것 또한 현실이다.
그만큼 '무한도전 나름가수다' 특집에서 피쳐링도 없이, 스스로 가사를 쓰고, 첫 번째로 나와 가장 열악하게 시작했던 정준하. 김태호의 입에서 나온 힘찬 "정준하 1위"가 나가수에 시사하는 것, 청중들의 선택이 의미하는 부분은 결코 작다고 할 수 없다. '나름 가수다'위의 '나는 가수다'가 '남은 가수다'로 가지않기 위한 중요한 메세지, 쩌리짱이 말해주었다. 오늘만큼은 '무한도전의 코창력'이 '나는 가수다의 가창력'을 뛰어넘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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