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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og/Variety

윤민수 집시여인, 순위 과욕이 부른 몰개성의 종결무대

by 라이터스하이 2012. 1. 9.

투입 초반, 자격 논란으로 꽤나 고생을 했던 윤민수가 이제는 명예 졸업에 가까워지고 있다. 성대결절로 인해 치명적인 목의 핸디캡을 갖고 있었던 윤민수였지만, 예상외의 고전으로 나름의 밥그릇을 챙겨가면서 나름의 순발력을 과시했다. 금주 <윤민수-집시여인>또한 4위를 가져가며 자타공인 고수 신효범의 투입과 적우의 고전을 생각하면 나쁘지 않은 결과였다.

하지만 <윤민수-집시여인>을 보고 자꾸만 언젠가 본듯한 무대인 것 같은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윤민수-집시여인>은 미션 임파서블의 O.S.T와 집시여인을 접목시켰다는 언급이 이미 있었다. 그러나 샘플링을 가져다 쓰는 것이 아니라 곡의 구성마저도 림프 비즈킷의 <미션 임파서블 O.S.T-Take a Look Around>와 거의 흡사했다. 심지어는 반복되는 랩 가사마저도 똑같은 느낌이었다. 김현철의 언급처럼 집시여인은 어디 있나 싶을 정도로 가사를 제외하면 <윤민수-집시여인>은 림프 비즈킷의 Take A Look Around에 가까웠다.

미워도 다시 한 번을 내서 활동하던 시절부터 바이브를 들어오던 팬이었지만 윤민수의 오늘 무대는 최악이었다. 물론 4위를 준 청중평가단이나 새로웠다며 칭찬한 자문위원단을 깎아내리고 싶은 생각은 없다. 즐기러 온 청중들에게 즐거움을 주었다면 좋은 일이고, 뭔가 말해야 밥줄을 유지할 수 있는 자문위원단이니 말이다. 하지만 콘서트나 축하무대도 아닌, 다름아닌 나는 가수다 무대에서 거의 베끼다 싶을 정도의 편곡과 컨셉은 실망스럽기 그지없었다.

곡과의 조화스러움으로 시너지를 냈다면 그나마 완성도가 빛날 수 있었겠지만, 그마저도 졸작이었다. 집시여인은 고독한 사랑이야기로 가사 또한 슬픈 감정을 담고 있는 가사다. 하지만 미션 임파서블 O.S.T는? 액션스릴러 영화답게 뭔가 신비롭고 일촉즉발의 느낌이 강하다. <윤민수-집시여인>은 원곡 가사의 느낌도 전혀 살리지 못했고, 원곡 느낌에만 충실한 편곡탓에 괴리감만 느껴진 물과 기름의 부조화 무대였다.

기승전결과 메세지 전달마저 포기하며 시도한 윤민수의 무대를 이끌어 가고있는 것은 결국 파격이라는 키워드 뿐이었다. 조금 더 조화롭다는 느낌을 얹어줄 수 있는 집시의 분위기, 또는 의상이나 연출로 변화를 주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도 컸다. 바야흐로 몰개성의 끝을 보여주는 무대에 한숨만 나왔다. 이대로라면 못 할 것이 무엇이고 윤민수가 과연 어디까지 가려는 것일까하는 불안감도 함께였다.

압박감이 그를 그리 만든것일까? 탈락이 두려웠던 것일까? 아니면 류재현에서 바뀐 King Ming의 편곡 때문일까? 지금껏 가사와 감정전달 위주의 편곡으로 윤민수의 뒤를 받치던 든든한 편곡은 또 하나의 매력이었다. 클래시컬한 편곡들이 진하지만 애절하기도 한 윤민수와 어우러져 나름의 개성을 뿌리고 있었다. <윤민수-집시여인>은 그와는 완전히 다른 역주행의 결과물이었고, 몰개성의 갖다쓰기의 토사물에 가까웠다.

없는 팬들을 만들기도 하지만, 있는 팬도 들어낼 수 있는 것이 바로 개성을 버리고 파격과 타협하는 것이다. 파격을 택할 때에는 그 만큼의 데미지를 이미 감수했을 것이다. 시도만 있고 창작은 보이지 않는, 미션 임파서블만 있고 윤민수는 없는 오늘의 <윤민수-집시여인>은 파격과 순위는 얻었을지언정 커리어와 신뢰를 모두 앗아간 할복과도 같은 결과다. 순위와 명예졸업이 중요하다면 할 말은 없다만.

애초에 나가수의 순기능은 인기가요나 뮤직뱅크를 잠식하고 있는 기계적인 아이돌로부터 박탈감을 느낀 여론에게 독창적인 무대를 보여주는 것이었다. 하지만 오늘과 같은 <윤민수-집시여인>무대는 나가수 무대를 빌려 나가수의 퀄리티를 떨어트리를 떨어트리는 초석이 될 뿐이다.

왜 자문위원단이 신효범을 두고 한국의 휘트니 휴스턴이라 말 할 수 밖에 없는지, 왜 휘트니 휴스턴을 한국의 신효범이라 부르지 못하는지에 대한 원인 중 하나도 <윤민수-집시여인>같은 몰개성의 무대에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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