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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og/Variety

나가수의 레임덕에 적우는 웃고 유재석은 울었다

by 라이터스하이 2012. 1. 11.

나가수가 산으로 가더니 이제는 허우적대고 있다. '과연 어떤 가수가 나와 감동을 전해줄까' 하는 기대감도 이제는 '왜 이런 논란만 생길까?' 하는 반감으로 변한지 오래다. 시청률은 말할 것도 없다. 1월 8일 방송된 나가수 시청률은 8.7%. 12.3%를 기록한 '위대한 탄생'은 말할 것도 없이 '불후의 명곡'의 6.6%를 향해 곤두박질 치고 있다.

명불허전이라는 명함을 꺼내기에도 부끄러울 정도다. 2011년은 나가수의 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는데 말이다. 그런 프로그램에 어쩌다가 시청률 1자리 수에 논란만 가득한 프로그램이 되었을까? 타 오디션 프로그램들의 경쟁력 때문일까? 아니면 깎아내리는 언론들 때문일까? 잘은 모르겠지만, 근본적인 나가수의 문제점은 이런 외적인 문제보다 내적인 원인이 더 커 보인다.

처음으로 돌아가 보자. 나가수를 있게 했던 김영희 PD는 새벽 3시에 음식을 싸들고 가수를 찾아갔다. 극구 반대했던 가수들의 마음을 돌렸고, 결국 나가수라는 프로그램을 만들어냈다. 신선함도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였지만, 매주 가수들의 노력이 만들어 낸 퀄리티는 전국을 '들었다 놨다'했다. 굳이 예능에 목숨을 걸 필요도 없었다. 이미 최고라는 찬사는 쏟아지고 있었으니.

이 후 아시다시피 지금의 나가수와 비교해 지나치게 솔직했던 이 쌀집아저씨가 김건모 논란을 그대로 내보냈고, 여론의 희생양으로 자리를 내놓았다. 곧바로  논란과 이슈의 정점에 서있었던 시기가 찾아왔다. '놀러와'를 잘 이끌고있던 신정수 PD를 나가수에 앉힌 것이다. 유난히 스포일러와 논란들이 심하게 유출되던 시기였지만 화룡정점에 있던 나가수를 말리기는 힘들었다. 오히려 신정수 PD가 빠져나온 놀러와에 대한 비극이 예고되는 도화선이었다.

8년동안 꿋꿋하게 자리를 지켜오던 놀러와. MBC는 신정수 PD에 이어 조력자인 이지선 PD까지 나가수로 끌어 옮겼다. 이것만으로도 모자랐는지 신정수 PD의 빈자리를 메꿨던 권석 PD를 두 달이 채 되기도 전 주병진 쇼에 보냈다. 또 그 빈자리에 김영희 PD 옆에서 2인자 역할을 하던 김유곤 PD를 놀러와에 투입했다.

단 몇 개월 사이에 놀러와에는 4명의 PD가 들락날락하는 버라이어티한 일들이 일어났고, 결과는 당연히 좋을리가 없었다. 일요 예능에 거는 기대치와 중요성은 이해가 가지만, 몇 안되는 장수 프로그램인 놀러와는 만신창이가 되버렸다. 더욱이 놀러와 PD를 들어내면서까지 올인했던 나가수마저 망쳐버렸다. 결과적으로 MBC가 놀러와, 나가수 모두를 스스로 망가트린 셈이다.

이제 지방에 사는 필자는 놀러와를 TV에서 접할 기회마저 사라져 버렸다. 그럼에도 솔루션은 내놓지 않고 잘못을 서로 미루고있는 서울과 지방 방송국에 두손 두발을 다들었다. MBC에 분노해 있는것은 시청자뿐만이 아닐지도 모른다. 몇 년째 700만원 선에서 출연료 인상을 하지않고 출연하고 있는 유재석은 최우수상이라는 굴욕아닌 굴욕을 당했다. 다른 사람이었다면 프로그램에 대한 애정마저 떨어질대로 떨어졌을 것 같은데, 아직도 놀러와를 다잡고있는 유재석이 측은하기도, 대단하기도 하다.

이토록 놀러와와 유재석을 사뿐히 즈려밟고 간 나가수도 그리 행복하지는 못했다. 정작 주인공은 가수들임에도 노래에 몰입을 방해하는 예능 코드를 무리하게 삽입하기 시작했고 순위 발표와 인터뷰가 이제는 절반 이상을 구성하고 있어서 시청자 입장에서는 노래에 대한 감흥을 제대로 전달받기 힘들어졌다.

가수들의 무대보다 순위 발표에 초점을 맞주는 예능 위주의 변화 일변도가 오히려 퀄리티를 떨어트리는 것 같다는 여론도 뜨겁다. 그에 굴하지 않는 일관성으로 제작진은 자문위원의 교체, 순위 발표 형식, 돌림판으로 노래를 선정하는 방식마저 정통성을 파기해 버렸다. 덕분에 매번 탈락의 압박에 사로잡혀 있던 적우는 신효범에 이어 2위를 가져갔다. 모두가 같은 조건에서의 선택이겠지만 음역대의 폭이 타 가수들에 비해 좁아 선곡의 랜덤형식에서 유난히 저조한 성적을 냈던 적우가 결과적으로 가장 큰 수혜자였다.

뿐만 아니라 장기호 교수가 밝혔듯이 적우는 애초에 자문위원단의 추천으로 나가수에 온 출발이 아니었다. 제작진과 출연 가수에 대해 한 번도 상의한 적이 없고, 적우에 대해 중립적인 입장이었다던 장 교수의 인터뷰 내용은 마치 적우를 적극 추천한다는 뉘앙스의 편집으로 누군가 의도한 것 같다는 입장을 밝혔다. 시작과 끝을 정리해보니 마치 나가수 안에서의 레임덕이 발생하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결과적으로 나가수와 놀러와 모두 참패다. 그 속에서도 최대의 수혜자인 적우와 최악의 피해자인 유재석의 명암이 엇갈린다. 몇년 간 불만없이 놀러와를 지켰음에도 한 순간 프로그램이 사라질 위기에 처한 유재석, 비난을 한 몸에 받고있지만 2위를 기록하며 최고의 2012년을 시작한 적우, 정작 웃어야 할 사람은 울고있다는 느낌은 혼자만의 생각일까? 이 모든 시작점에 있었던 김건모의 립스틱이 묘하게 떠오르는 아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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