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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og/Variety

무한도전 세기의대결, 하하 노홍철 눈물의 의미

by 라이터스하이 2012. 1. 29.

"이게 뭐라고 긴장되냐?" 무한도전 세기의대결은 이 한 문장으로 시작해서 끝을 본다해도 충분히 설명되지 않을까 싶다. 다소 장난스러운 유별난 소재를 다이나믹하게 재탄생시킨 무한도전. 하지만 뭔가 허전하고 씁쓸한 마음이 떠나지 않았던 세기의 대결이기도 했다. 탈락 후 뇌를 거치지 않은 듯한 관중들의 독석. 방송 논과 중에 이미 퍼져버린 스포일러 등. 무한도전 팬이라 자처했던 일부 관중들의 비협조적인 행태는 눈쌀이 저로 찌푸려졌다.

거기에 그치지않고 일부 팬들의 몰상식한 태도를 싸잡아 그 날 관람하던 모든 관중들이 욕을 먹는 아이러니도 일어났다. 실제로는 20대 초반의 관중이 욕을 하면서 나가거나 했지만, 대부분의 관중들이 이성적이었다는 참가자들의 언급들도 있는것을 보면 그리 최악의 상황은 아니었던 것 같지만. 어디를 가던지 진상이라 불리는 관객들은 있기 마련이다. 무한도전이 저질렀으니 이 또한 이해해야 할 부분일지도 모른다. 그래서인지 관객의 반응을 편집하는 과정에서도 그들의 나쁜 모습보다는 좋게 마무리된 장면을 비춰주었던 무한도전 세기의대결이었다.

이 별 것도 없어 보이는 우스운 대결에 긴장감이 생기는 것 마저도 설명하기 어려울 것 같은데, 예고편에서 하하와 노홍철은 눈물까지 보였다. '이게 뭐라고 울지?' 싶을지도 모르지만 무한도전의 지금 상황과 무한도전 세기의대결이 가지는 의미들을 오버랩시킨다면 그럴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무한도전은 언제부터인가 정부를 향한 풍자를 조금이라도 한 뒤에는 방통위에서 심의가 압박을 해오기 시작했다. 덕분에 제작비가 줄었고, 제작해야 할 분량은 늘었다. 한 마디로 돈 적게 주고 더 뽑아내라는 것이다. 시상식에서는 찬밥 신세를 면치 못했다는 것과 같은 맥락일 것이다. 어쩔 수 없이 무한도전이 지금 대형 스케일의 특집을 소화하기 위해서는 협찬없이 제작비를 충당하기는 쉽지 않다. 

이번 무한도전 세기의대결 역시 마찬가지다. 자동차 2대와 음료가 대표적이었다. 한 가지 다른점은 무한도전 팬이라 자청한 관객들에게 모두 돌아갔다는 점이다. 거기에 박명수의 기습공격, 정총무가 쏜다로 사비를 털어 팬들의 배고픔을 달래주는 배려도 했다. 그럼에도 탈락을 맛 본 관중들의 삿대질과 좋지 않은 표정에 대한 부담은 하하와 노홍철 두 주인공에게 고스란히 돌아갔다.

자동차라는 큰 상품이 걸려있었기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갈수록 즐기지 못하는 팬들의 압박에 하하와 노홍철의 어깨를 더 무겁게 만들고 있었다. 이기고도 미안하다라는 하하의 말, 일부러 졌다는 노홍철의 말장난에 유재석이 그만하라는 순간. 이미 예능을 벗어나버린 장내의 분위기를 예상하고도 남았다.

김태호 PD와 무한도전이 생각했던 분위기는 분명 아니었을 거라는 예상이었다. 결과적으로 시청자들에게 또 한번 좋은 반응을 이끌어 냈지만, 무한도전 답지 않게 소음을 남긴 특집이 되고야 말았다. 무한도전이 제작비가 남아돌아서 자동차를 주고,  큰 형들이 돈 쓸 곳이 없어 음식을 사 줬을까? 스케일을 만들어 준 팬들을 위해 기획된 선물이 아니었을까? 달력특집에 이어 나름대로의 방법으로 팬들과 소통하려는 무한도전의 모습을 느낄수는 있었지만, 완벽한 쌍방향의 성과를 이루지는 못한 것 같다.

제 아무리 노긍정이라도 "오빠는 이길 수 있는게 뭐예요?"라는 목에서 나오는 악플을 맞고도 기분좋을 사람은 몇 없을 것이다. 보는 내내 채널을 돌리고 싶었던 이유는 재미가 없어서는 아니었을 것이다. 세기의대결에서 무한도전이 느끼고 있는 불편함과 부담감이 그대로 전해졌기 때문일 것이다. 노홍철과 하하의 눈물이 화해의 기쁨이 아닌, 부담과 스트레스로부터의 탈출로 느껴졌던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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