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log/Variety

힐링캠프, 살벌한 욕설토크 최민식의 독종은 연기가 아니었다?

by 라이터스하이 2012. 1. 31.

힐링캠프가 아닌 해병대 캠프가 어울릴 법한 배우. 최민식의 힐링캠프 출연은 조금 늦었지만 새해 선물이 되기에 충분했다. 요즘처럼 영화 홍보를 위해 많은 배우들이 예능에 입성하고는 있지만, 좀처럼 만나보기 힘든 배우였지 않은가. 찍었다 하면 굵직 굵직한 작품, 내놓기만 해도 신뢰를 주는 명품배우 최민식을 힐링캠프에서 만나볼 수 있어서 무척이나 반가웠다.


그리고 예상과 달리 새롭지 않았다. 다른 말로 친근했다라고 표현하고 싶었다. 오히려 영화에서 보여준 카리스마와 투박한 감성 표현을 그대로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일부 배우들이 예능에 출연해 이미지 관리를 하는 것인지, 일상과 전혀 다른 캐릭터를 연기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힐링캠프에 나왔던 최민식은 스크린에서 걸어나왔다 싶을 정도로 괴리감이 느껴지지 않는 이미지 그대로였다.

비싸지 않은 말투하며, 가식없이 그대로 드러내는 의사표현. 뒤도 안 돌아볼 것 같은 성격마저도 고스란히 드러냈다. 마치 한편의 클리셰 드라마를 보는 것 같은 인간 최민식이었다. 알려진대로 그는 좋게 보면 대쪽같지만 독종 역할을 유난히 많이 해왔다. 올드보이에서도 그랬고, 악마를 보았다에서는 그 마침표를 미친듯이 찍어댔다.

그런데 그가 살아온 삶에 대한 실타래를 풀어헤치기 시작하니 실제로 최민식은 독종이 되고도 남았을 인생을 헤쳐왔다. 
10살 때 이미 심각한 폐결핵으로 생사에 위협을 받았고, 1년이라는 세월을 치료받은 뒤 겨우 완치할 수 있었다고 한다. 어쩌면 10살이란 어린 나이에서부터 자신과 싸우는 방법을 배우기 시작한 것일지도.  

그 다음 이어진 이야기도 재밌다. 고등학교 때 학교가 싫어 극장에 신분을 위장하고 들어가 종일 시간을 때웠다는 최민식. 알만한 사람은 알겠지만 이 정도의 배경이라면 꽤나 야생적인 환경에서 자라지 않았을?라고 미루어 짐작케 한다. 어쩌면 어렸을 때 부터 원하지 않았던, 또는 사서했던 고생들이 최민식을 단단하게 만들었다는 느낌이었다. 일종의 신고식 무대에서 선배에게 욕을 먹고 참지 못해 욕을 하는 바람에 뒤지게 맞았다는 일화는 '그의 독종 연기가 100% 연기는 아니었던 것 같다'는 기억의 재구성마저 하게 만들어 줬다.

유난히 저렴하고 어두운 곳에서 원초적인 감성을 끌어내는 연기를 많이 해왔던 최민식의 캐릭터. 욕도 참 많이 했다. 힐링캠프에서도 "남자 새끼"라던지 "병신"이라던지 시원스러운 욕설들을 섞어 과거를 회상했다. 물론 언론들에게 좋은 먹잇감을 던져주는 시끄러운 일이 될수도 있을지도 모른다. 현장에서는 엄청났을 것 같다라는 예상도 해본다. 방송에 나와 욕설을 한 것이 잘한것은 아니지만 그 욕설 덕분에 더 최민식이라는 인간을 조금 더 들여다 볼 수 있었고, '영화 속에서의 욕도 꼭 연습이 필요한 것은 아니구나'하는 재미있는 교훈도 나름 새겼다.

영화 속에서 맛깔스럽게도 육두문자를 날리던 분들도 가끔 TV에 나오면 요조숙녀처럼 앉아 내숭을 떨때면 오히려 깬다는 느낌을 받을때가 참 많다. 그런데 웬걸? 최민식은 누가 시키지도 않은 욕을 섞어 질펀한 아날로그 스토리를 맛깔나게 들려준다. 굳이 영화 속 명장면이나 대사를 요구하지 않아도 이미 모두 다 본 것 같이, 생황 속에 묻어있는 것 같이 말이다.

이번 힐링캠프 최민식편은 "왜 진작에 나오지 않았을까?"하는 탄식을 참 많이도 했다. 그가 살아온 환경이나 말투, 영화 속에서 가끔 정말 미친놈처럼 보였던 그의 연기들 이 전에 이런 모습들을 보았더라면 더 깊이있고 진정성있게 다가왔을 것 같은 아쉬움이었다. 그의 살벌할 수 있는 이야기 한 판으로 그의 독종 연기가 얼마나 자연스럽고 일상속에서 묻어 나오는 것인지를 볼 수 있었던 깨알같은 시간이었다. 방송에서 스스로를 포장하지 않고 그대로 드러낸 최민식을 앞으로 더 자주 찾아보게 될 것 같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