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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og/Variety

무한도전, 유재석을 탈락시킨 복선의 미학

by 라이터스하이 2012. 9. 4.


 밀린 숙제에 벼락치기를 하듯, 돌아온 무한도전은 몇 주째 주목할만한 에피소드로 우리 앞에 서고 있다. 최근 사이가 좋아진 멤버들의 관계를 위해 무한 이기주의를 준비했다는 테마의 니가가라 하와이는 마치 '이것이 점입가경이다'라고 말하는 듯 하다. 하와이행 티켓 7장을 걸고 펼쳐친 그들의 레이스는 생각만큼 만만하지 않았고, 순탄하지는 더더욱 못했다.


첫 번째로 탈락한 길에게 다음 탈락자를 살릴 수 있는 키를 쥐어주는가 하면 살아남은 자, 탈락한 자 모두가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는 판도라의 상자와 같았다. 이 촘촘하게 짜여진 무한도전 니가가라 하와이편의 꽃은 추격전과 심리전도 좋았지만, 단연 복선이었다고 생각된다. 그 가장 대표적인 것이 바로 유재석의 초반 탈락이었다.


지금까지 무한도전의 서바이벌, 그 일반적인 탈락 순서에 광탈이란 단어는 유재석을 항상 비켜가고 있었다. 그런 유재석의 탈락은 반전뿐만 아니라 탈락한 멤버들과 서바이벌 진행중인 무한도전 멤버들을 이어주는 복선의 역할, 그 종결자로써의 종지부였다. 리더의 이미지로 캐릭터로, 소위 멤버들을 위해 한 방을 터트리는 임팩트있는 역할을 수행해왔던 그라는 것은 이제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작가에게 있어서 이렇게 조커와도 같을 유재석의 때이른 탈락은 말 그대로 반전이었다. 물론 유느님이라 불리는 유재석의 탈락 자체만으로도 경악을 금치못할 토요일 안방의 시청자들이지만, 그 임팩트에 부스터 역할을 톡톡히 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유재석의 탈락 타이밍이다. 유재석은 길과 정형돈에 이어 3번째로 탈락했다. 길의 탈락은 슬프지만 더 이상 새로울 것이 없고 정형돈의 탈락 또한 그리 경악할만한 결과는 아니다.


분명 두명의 탈락 이 후 그 다음 탈락자는 누가될까? 생각해 봤을 때 정준하, 또는 하하가 아닐까 싶었다. 서바이벌에서 혼자서는 크게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던 길과 정형돈의 잇다른 탈락이었으니 다음 타자로는 뻔하다 생각했을 뿐이었다. 토요일 밤 11번에 고정한 시청자들을 향해 무한도전의 작가들은 보기좋게 뒷통수를 후려치며 유재석을 퇴장시켜 버렸다. 기억하기론 '어?'를 연발했던 것 같다.


 하지만 이것이 끝이 아니었다. 유재석은 정형돈과 길의 뚱스에게 의심까지 받으며 낙동강 오리알이 되버렸다. 지금까지 유재석이 이렇게까지 버려진 적이 또 있었던가 싶은 장면이었다. 그러나 역시나 유느님을 버릴 작가들이 아니었다. 반전은 그 뒤에 시청자들을 향해 도사리고 있었다. 5단계 탈락자 소환 미션에서 유재석은 박명수와 정준하, 두명의 무한도전 맏형에게 프로포즈를 받으며 정준하를 무릎 꿇리고 박명수를 삐지게 만든다. 



거기에 도망가다가 잡히는 코믹스런 웃음이 아닌 가위바위보로 소환권을 선택하겠다며 심판까지 봐주는 위엄까지. 유재석의 초반 탈락 하나만으로 이루어 낸 묘미였다. 무한도전 스타일의 서바이벌에 항상 기대를 갖게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이런 알수 없는 반전과 거기에 물고 물리는 복선의 합집합이 아닌가 싶다. 누구 하나도 빠지지 않는 밸런스 적절한 데코레이션 케익같이 말이다. 니가가라 하와이의 최종편의 탑승자는 누가될지 모르겠지만, 유재석, 박명수, 정준하 그룹의 깨알 활약도 예상 순위에서 빼놓아선 안될지 모른다. 유재석을 탈락시킨 복선의 미학을 보여준 무한도전이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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