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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og/Variety

무릎팍도사, 독불장군 김태우가 터트린 황혼의 포텐

by 라이터스하이 2013. 4. 19.



홍상수의 남자들, 공통점이 하나 있다. 중상위권에 머물러 있다가도 마지막엔 항상 1위에 앉아 있는 멘체스터 유나이티드. 그들같이 슬로우스타터로써의 기질. 김상경, 이선균, 유준상. 끈질긴 생명력으로 어디 갖다 붙여도 밥값은 하는 끈끈이 같은 배우들이다. 무릎팍 도사에서 김태우가 한 한마디가 가슴팍을 움켜쥐게 만든다. "점점 대중들과 멀어지고 있는 것 같은거예요.." 독립영화라 불리고 비주류라 읽히는 영화의 비애다. 칸 수상이건 베니스 입상이건 대한민국에서 밉상의 낙인인 건 김기덕이나 홍상수나 매 한가지다. 그들의 영화에 출연한다는 건 '돈의 맛' 없는 '생활의 발견' 정도다. 그러니 대중과 멀어진다는 건 어쩌면 정해진 수순이다.


그래도 배우들에겐 엄청난 시너지임에 틀림없다. 상업 영화나 드라마에서 입어보지 못한 색다른 캐릭터를 경험하게 되니까. 산전 수전 공중전까지 겪어본 그들은 아침드라마의 둘째 아들로 시작해 카리스마 넘치는 캐릭터로 날개를 단다. 군대를 다녀온 남자가 병영캠프를 즐기는 것 처럼, 그들은 물만난 고기처럼 역할을 소화하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다. 배우나이 40대면 황혼이라면 황혼인데, 황혼에 포텐을 터트린 김태우가 그 증거다. 재미있는 것이 그는 냉정하리만큼 작품과 인기의 이유에 대해 잘 이해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무릎팍도사에서 그의 많은 부분이 공개되었는데...





짜임새있는 시나리오와 매력적인 캐릭터를 만들어준 노희경 작가의 힘에 대해서 감사하다고 겸손하게 이야기한 김태우. 고마운 게 너무 많은지 무릎팍도사를 한 순간 시상식을 방불케하는 분위기로 몰고 가기도 했으니까. 또 악역 조무철의 캐릭터에 당위성을 부여해줘서 매력적인 캐릭터를 완성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 부분에서는 좋은 배우로써의 기질도 보였지만, 철두철미한 그가 배우로써 무섭다는 생각이 더 컸다.


그럼 필자도 냉정하게 이야기 해보자. 결론부터 시작하자면 무릎팍 도사에 애초부터 흥행할 수 없는 카드가 김태우다. 김수로나 차승원처럼 과장된 액션과 위트로 무장한 그런류의 게스트는 아니니. 다만 지나치게 솔직해 예상못한 이야기들로 "어라?"하게 만드는 쪽이 맞겠다. 이야기를 듣다보니 그랬다. 그만큼 정직하게 살아왔겠구나 하는 끄덕거림이었다. 당대 최고의 작품을 하고있는 연출자들의 제의도 단칼에 거절했다. 내공을 먼저 쌓겠다는 굳은 의지 때문에.  





배우가 이렇게 솔직해도 되나 싶었던 게 방송을 보면서 한 두번 들었던 생각이 아니다. 이런 성격을 보면 김태우가 왜 이제서야 벚꽃처럼 활짝 폈는지 알 수 있었다. 누구한테 잘 보이기 위해서 연기를 하는 게 아니라 자기가 좋아서, 잘하고 싶어서가 아닐까? 그 누가 한 방에 뜰 수 있는 드라마들을 싸그리 거절하고, 아침드라마에 올인할 수 있을까? 쉽지않은 유혹이었을테다. 자기 자신에게 한 없이 냉정하고 남에게는 지나치게 솔직한 김태우의 성격이 무릎팍도사에 그대로 비춰졌다.


어쩌면 김태우란 배우의 포텐은 터져도 언젠가 한 번은 터질 것이었다. 벗는 영화면 벗고 뛰는 영화면 뛰면서 버틴 덕분이다. 이런류의 배우는 쉽게 올라가지도, 쉽게 내려가지도 않는다. 한 우물만 지겹도록 파면서도 후져보이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멘탈의 승리가 아닐까 싶다. 순수해 보이는 비주얼 뒤로 독불장군의 카리스마가 풀게이지였던 김태우. 그 황혼의 포텐은 꽤 오래 갈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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