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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og/Variety

무한도전 가요제, 무한도전이 쉽게 도전하지 못하는 이유

by 라이터스하이 2013. 9. 29.



삽질도 10년 하면 역사가 된댔다. 시작할 때만 해도 난장스럽고 장난스럽게 끝날 것 같았던 무한도전 가요제도 이제 꽤 자리잡혔다. '도대체 어떻게?' 라며 문제가 될 것 같았던 게스트들의 구성도, 탑 급과 인디씬의 적적한 조합으로 끌어갔다. 센스 빼면 시체인 무한도전다웠다.





2년마다 한 번씩 돌아오는 무한도전 가요제에도 맹점이 없는 것은 물론 아닐 거다. 팬의 입장에서 변하지 않는 포맷에 대한 걱정을 굳이 늘어놓지 않더라도, 바뀌는 것은 게스트 밖에 없다는 말을 누군가에게 들었을 때, 이거다 할 명쾌한 대답은 지금 당장 내놓기 어렵다. 2013년 무한도전 가요제에서는 그 명백한 틈새를 노출하고 있었다. 무한도전에서 했던 다른 특집과 달리 도전하기보다는 안정적인 방향을 최대한 선호하는 모습이었다는 거다. 


유재석은 유희열에게 여전히 댄스곡을 원하고 있었고, 박명수는 지금 국내에서 가장 핫한 비트메이커에게 시종일관 일렉트로닉 하우스만 원하고 있다. 권태기의 커플들처럼 으르렁대는 깨알 전쟁이 재미기도 하지만, '작곡가의 완성도 vs 예능의 공감대'란 이름의 뜨거운 감자기도 한, '수 없이 건드려온 해답은 없는 이 화두클릭'이 다음 가요제에도 '음원의 광클릭'으로 이어질까? 란 걱정과 반문을 동시에 만들어 낸다.





구성적인 측면에서, 여러 가지 색을 오색 꼬치처럼 스케치해야 할 제작진의 입장에선, 공감대라는 키워드는 1순위의 스케쥴일 수 있다. 시청률도 잡아야 할 테니까. 무한도전 최종무대를 지켜봐야 알겠지만, 유재석과 유희열, 박명수와 프라이머리의 장르적인 갈등을 비중 있게 다뤘다는 것은 무한도전 가요제의 진화, 그러니까 새로운 장르적인 시도를 기대하게 하기도 한다.


하지만 역시 쉽지만은 않을 것 같다. 나름의 역사가 있는 무한도전 가요제에서, 시청률을 버리고 담백한 창법의 유재석에게 R&B를 맡기고, 박명수에게 배겨있는 색깔을 물 빼듯 뺀다는 것이 말이다. 무한도전 가요제에서 이례적으로 100분 토론이 열렸을 정도다. 유재석 vs 이적 vs 유희열. 100분 토란이란 타이틀 안의 사랑과 전쟁을 방불케 했다. (비록 러브라인 코드는 정형돈과 지드래곤이 따먹었지만) 무한도전 내적으로도 갈등하고 있는 걸 보여주는 것만 같다. 아니면 그 성장통의 과정을 함께하자는 것 같기도 하다.





무한도전 내에서 가요제는 이제 어쩌면 즐기고 말 행사 그 이상이 돼버렸다. 음원 판매 랭크는 상위를 휩쓸고, 만들어진 곡으로 행사도 뛰고, 박명수의 말처럼 언더나 인디 그룹들의 신분상승 열할도 이젠 빼놓을 수 없게 됐다. 유재석과 박명수로 대표되는 장르적 변화를 위해 고름이 터지고 100분 토론이 얼렸다. 작곡자도 힘들고 멤버들도 힘들다. 예전의 무한도전이라면, B급 냄새 가득한 MBC 토요일 예능이었다면 '에이~ 안되면 말지'란 수식어에 쌈 싸먹어도 그만이었을거다. 적어도 변화를 두려워하는 모습을 보여주지는 않았던 무한도전이 기대치를 채우면서 진화시켜 나가야 할 무한도전 가요제. 그들의 도전이 쉽지만은 이유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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