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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og/Variety

무한도전 술래잡기, 길과 정형돈의 묘한 평행이론

by 라이터스하이 2013. 4. 8.



쫓고 쫓기는 서바이벌 포맷. 무한도전이 꺼내 들 때는 항상 평타 이상은 보여주는 조커다. 태양 아래 더 이상 새로운 것은 없다는 난제에도 "별말씀을요"라고 말하는 듯. 무한도전은 비슷한 장르를 들고 나와도 매번 상상 그 이상을 보여주는 마력이 있다. 매니아가 많은 이유 중 하나라면 그것도 포함이다. 모함도 많았고, 공권력이란 거함에 휩쓸렸을 때도 팬들이 그들을 지켜온 이유는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그들의 능력과 노력이다.


이번 무한도전 술래잡기 특집은 무한도전이 잘하는 재발견과 재생산의 끝을 보여주는 것 같았다. 그 정점에 올라서는 주연으로 픽업된 것은 1인자도 2인자도 아닌, 놀랍게도 길이었다. 말할 것도 없이 길의 존재감은 지금껏 쩌리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입냄새, 무리수, 재미없는 놈. 절망적인 닉네임만 최소 그랜드 슬램 이상인 그저 그런 캐릭터라면 그것도 길이다. 지난 번 하와이에서 촬영한 와이키키 브라더스 특집.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탈락해 버린 건 누구였을까?





그 일주일이 지나고 길의 양상은 술래잡기 특집에서 180도 달라져 버렸다. 밑장 빼듯 해파리같은 무존재감에서 벚꽃이 피는 듯한 부활의 도화선에 불을 지폈다. 그 증거는 술래잡기의 2라운드 우승이었다. 지금까지 길이 이런 존재감을 보였던 적이 있었나? 시청자들은 그냥 얼떨떨 하기만 하다. 별 것도 아닌 하나의 라운드 우승으로 치부해 버리기엔 꽤나 여러가지 의미가 담긴 길의 우승 한 방이다. 그리고 그건 정형돈의 무한도전을 걸어온 길을 다시 재현할 것만 같은 기대치도 함께다. 한계에 도착했다 싶었을 때도 꾿꾿이 참고 견딘 그의 길을.





'미존개오'에서 '쩌리짱'이 되버린 정형돈의 광탈

박명수가 독식하던 2인자 자리. 그것을 포화상태로 만든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은 정형돈이었다. 물론 거성체조로 대표되는 불후의 깨알코너들이 조기 은폐되는 몇번의 시련만 없었다면 박명수의 핫라인도 조금은 길어졌을테지만. 술래잡기 시작 전 정형돈이 2번을 선택하기 전에 했던 말. 2인자니까 2번 할꼐요 라는 말에 거만해 보이지 않았다는 것만 봐도 지금의 정형돈은 분명 하이 스코어에 와있다.


그런 그가 너무 쉽게 잡혀버렸다. 그것도 심리전에서는 최고의 쩌리임을 수차례 인증한 쩌리짱에게 말이다. 결정타로 쩌리짱의 운전기사 노릇까지... 꼴지가 있어야 1등도 빛나는 법이다. 정형돈이 부활의 클린치를 가동할 때를 기억해 보자. 모든 멤버들이 은갈치 정장을 입어주면서 누군가는 희생해야 했다. 무한도전 술래잡기 2라운드 역시 길 우승의 뒷편에는 정형돈으로 대표되는 희생이 그 어떤 미쟝센보다 커보였다.





보일듯이 보일듯이 보이지 않는...

그렇다고 눈살 찌푸려지는 서토퍼를 적나라하게 했다면, 길의 2라운드 우승은 도루묵 잔치였을 것 같다. 조력자 찬스를 잡은 길이 만약 외부멤버가 아닌 무한도전 멤버에게 도움을 받았다면 어땠을까? 냉정하게 어떤 멤버가 되었더라도 원샷은 다른 멤버에게도 더 많이 쏠릴 수 밖에 없다. up down라며 고개를 꺼득일 수 밖에 없는 현실이기도 하다.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대성공이다. 대놓고 띄워주는 몰아가기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길을 잡기 위해 무한도전 멤버들은 협심해서 길을 몰아 넣는다. 결과적으로 트릭을 잘 이용한 길은 잡히지 않았고, 하하에게 힌트를 주는 빈틈까지 보이며, 완벽하지 않은 순박한 캐릭터의 순결함도 지켜냈다. 반전과 존재감까지, 더 이상의 스마트한 결과는 없을 만족스러움에 가깝다.


술래잡기 특집에서 길은 많은 것을 얻었다. 물론 그 전까지의 무존재감이 있었기에 더욱 반전의 이펙트가 켰다. 그만둘까 생각도 했다던 정형돈 역시 길과 같은 고통을 겪고 또 겪었다. 이제 제 2의 정형돈으로 가는 첫번째 게이트가 열린 길이다. 그 길이 헬게이트가 될지 프라이데이 나이트가 될지 궁금해지는 오늘의 터닝포인트다. 하지만 그렇게 절망적이지만은 않을 것 같다. 정형돈의 골든타임에는 +6이라는 나비효과가 늘 함께 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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