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나가던 푸른거탑의 오른쪽 날개는 최종훈의 갑작스러운 하차로 한순간 꺾여버렸다. 그 틈새의 타이밍을 놓치지 않고 들어온 진짜사나이. 한 두 번이 아닌 연예인들의 병영체험이 넘치고 넘칠만큼 있었기에, 기대치는 이미 냉장고에 고이 모셔두고 리모컨을 그렇게 눌렀다. 그런데 웬걸? 늘어가는 미간의 주름살을 겨우 펴고 봐야할 그저 그런 재탕의 예능이라 생각했는데, 나름대로 선방하고 있었다.
샘헤밍턴의 역할이 컸다. 미르를 제외하면 모든 멤버들이 군대를 경험해 본 상황이라면? 리얼이라는 수식어를 만나 긴장감으로 얼룩진, 말 그대로 군대를 배경으로 한 몰래카메라와 다를 바 없다. 이미 볼만큼은 본 한국형 트루먼쇼다. 그런 매너리즘의 함정을 품고 있는 게 진짜사나이의 맹점이다. 그렇다고 리얼을 포기하자니 푸른거탑의 아류가 될 수밖에 없으니 골머리 아픈 구석이기도 하다. 첫 회 존재감을 제대로 폭발시킨 샘헤밍턴의 쾌재가 반전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람보가 꿈이라는 샘 헤밍턴은 시작부터 순수하기 짝이 없는 어리버리 훈련병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줬다. 그가 외국인이라서 가지는 특별함? 그런 부분도 물론 배제할 수는 없겠다. 하지만 이미 군대를 경험해 본 김수로나 서경석처럼 예능감이 적절히 믹스된 캐릭터보다 훨씬 와 닿을 수 있었던 건, 오래전 람보를 찬양하던 꿈이라는 진정성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나비효과다. 리얼 군생활을 더 리얼하고 적나라하게 만들어준 샘헤밍턴이라는 미쟝센이었다.
'204번 훈련병 샘헤밍턴'이라는 발음이 어려워 '204변,번 훈,,련병 새,샘헤밍턴'이라며 버벅거리는 모습은 정말 대뇌의 전두엽까지 긴장감이 흘러넘치는 듯한 여운을 남겼고, 에스프레소 그 이상으로 독할 것만 같은 독사도 나중에는 샘헤밍턴의 그런 모습에 살짝 눈빛이 흘들리는 지경에 이르게 된다. 서경석은 샘헤밍턴에게 "샘은 관등성명 연습 좀 해야겠어"라고 했지만, 샘의 입장에서 "너희 진정성 좀 가져야겠어"라고 이야기한다면 딱히 반박할 여지도 없는 것이 진짜사나이 첫회 멤버들의 모습이었다.
모두가 훈련병으로 동등한 상황과 입장이지만, 첫 회 진짜사나이에서는 이미 그들만의 계급이 나이대별로 나누어졌다. 전역을 몇 개월 남지 않은 말년병장 같은 캐릭터를 보여준 김수로, 사병들을 챙기는 분대장의 모성애를 보여준 서경석, 뺀질뺀질 시종일관 어슬렁으로 일관한 류수영, 전형적인 일병 팥쥐를 보여준 손진영. 계급이 중요한 것이 군대지만, 형 동생이 먼저인 예능의 밥상이기에 어쩔 수 없는 결과다. 샘헤밍턴의 어리버리 고문관 이등병 역할이 카타르시스를 불러올 수밖에 없는 이유다.
앞으로 몇 회간은 독보적 캐릭터를 선사할 것이 샘헤밍턴의 예고편이다. 쓰나미급의 유행어가 흘러넘치는 것도 아니고, 화려한 게스트들의 잔치도 아닌 진짜사나이. 서경석과 김수로를 제외하면 예능의 본격적인 테이블에 올라본 멤버들이 과연 누가있을까? 긍정적인 답변을 기대하기 어렵다. 이미 재탕할만큼 재탕된 군대 이야기. 그 보잘것 없을지 모를 컨텐츠에서는 캐릭터가 살아야 한다. 푸른거탑의 최종훈 병장이 좋은 샘플이다. 진짜사나이 첫 회 샘헤밍턴의 집중조명은 새 캐릭터 발견이라는 쾌재보다, 샘헤밍턴을 받쳐주는 뒷심을 걱정해야 하는 또 다른 함정일 수도 있다. 어쨌거나 결과적으로 루즈할 수도 있었던 진짜사나이를 살린 샘헤밍턴의 수퍼세이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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