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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og/Drama

푸른거탑, 종영 앞둔 그들이 남긴 남다른 클래스

by 라이터스하이 2014. 2. 22.



23개월동안 달렸던 푸른거탑. 조금씩 힘이 딸리는 모습을 보이더니, 이제 짐을 챙기려 한다. 다음 주 푸른거탑은 종영을 앞두고 있다. 두 번째 시즌을 넘어서 한 시즌만 더 가주길 바랬던 시청자로써 안타깝다. 홈런을 아니지만 짧은 안타는 꾸준히 치던 그들, 혹한기부터 유격훈련까지. 쉽지만은 않았을 푸른거탑의 먼길이다. 한 동안 제작자들이 건드리지 않았던 군대 이야기의 봉인해제, 과감하게 들이댔던 그들은 케이블에서 군대라는 '뜨뜨미지근한 소재'로 남자들의 가슴에 불을 지폈다.


진짜사나이 역시 푸른거탑의 토스가 없었다면 지금처럼 강한 스파이크를 날릴 수 없었을거라 믿고있다. 불꽃슛같은 화려한 비주얼도, 호날두의 무회전슛같은 쭉 뻗은 스케일도 없이 푸른거탑은 2년을 살아남았다. 그렇게 막을 내릴 푸른거탑이 두고 내리는 것은 생각보다 많다.




진짜사나이로 환승할 미지의 시청률


애초에 푸른거탑의 분위기를 이어받은 진짜사나이. 푸른거탑을 떠내보낼 고정 시청층들의 채널이동은 MBC로 예상된다. 최근 물갈이를 마치고 헨리로 첫 단추를 잘 꾄 진짜사나이. 동시간대 경쟁하는 프로그램이 휴방일 때에 1.2-1.5배 정도의 시청률이 올라가는 게 일반적이다. 물론 푸른거탑과 진짜사나이는 날짜도 다르고 시간도 다르다. 그럼에도 진짜사나이로의 채널 이동에 긍정적인 이유는 하나다. 


코드가 맞아떨어지기 때문이다. 군대 이야기의 주 시청층은 어떤 연령대일까? 30-40대 이상의 삼촌이라 보여진다. 추억과 공감으로 그들을 녹여줄 프로그램은 둘러봐도 진짜사나이가 딱이다. 푸른거탑은 밀리터리란 키워드를 제비처럼 물고와 진짜사나이의 대박을 도왔던 전신이라 해도 과언은 아니다. 푸른거탑에서 빠져나온 시청률이 진짜사나이에게 얼마나 흡수되어 힘을 보탤지 주목하게 된다.




사라진 남자들의 채널, 그 속의 오아시스


쇼핑몰과 TV의 공통점을 하나 이야기하자면 "여자에게 팔아라"다. 이슈를 만들고 화두가 되려면 남자보다 여자들의 감성을 자극하는 게 효과적일테다. TV는 더더욱 그렇다. 말랑하거나 막장이거나로 갈리고 있는 드라마들의 갈랫길만큼 남자들의 채널은 무덤과도 같다. 그나마 진짜사나이나 우리동네 예체능같은 프로그램은 중립적이라 할 수 있다. 그마저도 시청률이 떨어진다 싶으면 여지없이 아이돌로 채워 여자시청층의 눈을 고정시켜보려 애쓴다.


그나마 그 속박에서 조금은 자유로울 수 있는 케이블에서 푸른거탑은 태어났다. 공중파에서 쉽게 다루지 못했던 것, 그 중에서도 남자 시청층 위주의 푸른거탑이라는 프로그램의 탄생. 오디션 프로그램들의 개싸움에 그나마의 위로였다면 위로였다. 오디션은 갈만큼 갔고, 리얼 버라이어티도 이제 올만큼 왔다. 한 가지에 미치면 사골까지 빼 먹는 공중파에 지쳤을까? 케이블로의 채널 이동이 이제 본격화되고 있다. 푸른거탑이 케이블 프로그램임에도 뜰 수 있었던 첫 번째 이유는 남들이 다하는 걸 따라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마침 옮길 곳 없단 채널에 삼촌들은 이때다 싶어 푸른거탑에 올라탔던 것이다.




재미없는 비주얼 이긴 재미있는 이야기


따지고 보면 재미없는 비주얼은 아니다. 최종훈, 김재우는 얼굴만 보고 있어도 재밌다. 시청률과 비주얼의 관계로 봤을 땐? 이들은 분명 재미없는 비주얼일지 모른다. 냉정하게 탑급 꽃미남이 아닌 이들을 뜨게 한 것은 결국 푸른거탑 방식대로의 스토리텔링이었다. 군대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은 한정되어 있고, 그동안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빼먹을만큼 빼먹었다. 뽀글이, 불침번, 휴가 이야기 등등 나열해도 매력적인 컨셉은 찾기 어렵다. 푸른거탑은 패러디라는 묘수를 자주 썼다. 무한도전 같은 발칙한 센스로 중고 이야기들을 새 이야기로 재생산했다. 


탑기어를 패러디해 군기어를 탄생시키고, 런어웨이코리아를 패러디 하기도 했다. 영화나 드라마도 트렌드에 맞게 가져다 입혔다. 중요한 것은 그렇게 가져쓰고 패러디를 하면서 그들만의 군디컬 감성은 잊지 않았다. 적절한 패러디는 에스프레소와 카레모카 사이에 있는 라떼같은 밸런스를 유지했다. 공교롭게도 실제 군생활과 비슷한 23개월로 막을 내릴 푸른거탑. 다음 시즌은 기약이 없다. 하지만 재미있는 이야기로 예비역과 현역들의 감성과 추억을 되살렸다. 눈이 아닌 마음을 연 컨텐츠의 힘이다. 푸른거탑만의 남다른 클래스는 여기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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