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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og/Drama

신의선물, 3종세트가 만들어낸 본방사수의 운명

by 라이터스하이 2014. 3. 4.

 

 

운명이란 키워드 아래 최고의 신스틸러들이 뭉쳤다. 더 없이 반가웠던 조승우와 신구의 승차, 응답하라 1994의 해태도 환승했다. 신의선물, 아직 갈 길이 멀지만 기대 이상의 쫄깃함을 품고 있었다. 첫 회에서의 인상을 제대로 남겼다. 첫 장면부터 피치를 끌어올려 이목을 집중시킨, 뒤 눈치를 보는 그렇고 그런 드라마가 아닌, 제대로 완급조절 할 줄 아는 드라마라는 걸 몸소 보여줬다. 월화드라마 시청률 2위란 이유가 있었다. 운명이라는 키워드로 평범한 작가 엄마와 그 딸이 납치되면서 본격적인 전개가 시작됐다. 유괴된 딸을 찾기 위해 2주전으로 타임워프된 엄마, 기동찬과 납치범의 두뇌게임, 신의선물 앞으로의 관점이라고 하는데.

 

감칠맛을 더해줬던 신스틸러들과 감성적인 미스터리가 제대로 버무려진 양념들이었다. 그 전에 이 드라마를 특색있게 만들어준 스토리에 그 짜릿한 매력이 있어보였다. 연출과 스토리 둘 중 하나에만 투표할 수 있다면 개인적으로 스토리에 몰표를 주고싶다. 일지매 이후 6년만에 방송드라마를 가져온 최란 작가. 입술 꽉 깨물고 돌아본 것만 같은 기백인걸까? 흔히들 스포츠를 보며 각본없는 드라마라고 하지만, 잘 짜여진 각본이 이 드라마를 더 궁금하게 만들었다. 첫 회 최란 작가의 이야기에는 3가지 피할 수 없는 매력이 숨쉬고 있었다.

 

 

 

짧고 잦은 암시

짧은 한회 분량이었지만 엄청 바빠보였던 이보영. 일지매라 해도 좋은 정도였다. 딸과 함께 많은 시간을 보내면서 웃기도 하고, 티격태격 하기도 한다. 그 사이 딸과의 헤어짐을 예고하는 문구와 암시는 곳곳에 숨어있었다. 물론 시작하자마자 딸을 위해 눈알까지 뽑아 강물에 던지는 장면까지 꽤나 스산하게 보여준 제작진이었지만, 곧 딸이 없어질거라는 암시를 드라마의 쉼표마다 뿌려놓는다.

 

물을 조심하라고 했던 카페의 정체모를 주인, 어차피 운명이라면 받아들이라고 충고하는 이상한 아줌마를 떠나오며 잔상처럼 남겨진 데스티니란 두 글자. 마치 운명의 스타트 라인을 이제 지나가셨습니다라고 말하는 듯한 카메라의 무빙. 소박한 센스도 잊지 않은 제작진의 섬세함도 보여줬다. 비교적 느린 호흡의 장면들마다 암시를 수시로 던지며 긴장감의 끈을 놓치않게 했다.

 

 

 

치고 빠지는 미끼

이 암시와 함께 골고루 섞여있던 미끼는 아주 중요했고 주요했다. 클리셰와 혼란을 동시에 주면서 말이다. 부녀자를 죽인 살인범과의 인터뷰, 그 엄마와의 만남, 그리고 그 주변인물들에게 둘러 쌓여져 있던 여주인공. 긴장을 풀 때 마다 불쑥 등장하는 살인범의 가족들. 골머리 썩을 정도의 퍼즐게임은 아니었지만, 도대체 이거 누가 납치하는거지?란 생각은 들게 했다.

 

복선이라는 말을 많이쓰지만, 이 드라마는 미끼란 단어가 더 맞을 것 같다. 시작부터 딸을 잃을거란 줄거리를 짧게 요약해 던졌고, 과정에서 승부를 보겠다는 의도 역시 제대로 던져줬다. 배짱있다고 봐야 할 것 같다. 자신있다는 표현에 대한 호기심을 갖게 만든다. 앞으로 이어질 조승우와 범인의 심리게임이 승부수겠지만, 포텐은 아직 터지지 않았다는 강한 인상을 주는 신의 한 수다.

 

 

 

감성 미스터리의 마무리, 떡밥

매 회 마지막 부분에서 떡밥을 던지는 것은 드라마들이 자주쓰는 흔한일이다. 더욱이 스릴러나 미스터리 물에선 더더욱 피할 수 없다. 그래서 감성 미스터리라 불리는 이 신의선물이란 드라마가 제대로 된 드라마가 되겠구나 싶었던 부분이다. 떡밥의 최고봉이라 해도 과언 아니었던 더 킬링이란 미드에서의 그것처럼, 전혀 감조차 잡을 수 없는 '신의선물'의 떡밥은 기대감을 갖게 했다. 특히 첫 회 마지막 부분에 의문의 동영상은 도대체 뭘까? 머릿속에서 머무르게 만들었다.

 

심리적으로 인간은 처음과 마지막을 기억하는 특성이 있다. 마지막 장면은 그래서 중요하다. 상황과 전혀 연관 없을 것 같은, 그래거 유추하기 어렵고 짜맞추기 힘든 떡밥, 신의 한 수였던 떡밥을 제대로 뿌려놓고 내일 또 봐요라며 손을 흔들었다. 이제 시청자는 범인이 누구일까?에 대한 환상에 집착하지 않는다. 하늘아래 새로운 것은 없으며, 곧 있으면 나타날텐데 뭘하며 더 높은 퀄리티와 쫄깃함을 요구한다. 사건과 전혀 상관없어 보이는 엉뚱한 곳에서의 떡밥, 흥미로운 조합이었다.

 

 

 

처음부터 캐릭터를 만들어놓고 꽃미남을 섭외한 드라마가 애초에 아닌 신의선물. 스토리와 연출로 승부를 보겠다는 강한 의지가 눈에 띈다. 제대로 된 싸움은 시작도 하지 않았지만, 첫회부터 시청자를 자극했다는 사실은 거부할 수 없겠다. 3종 세트가 만들어낸 본방사수의 운명이라면 표현이 될런지 모르겠다. 오랫만에 눈길이 가는 기대해볼만한 드라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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