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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og/Drama

트루디텍티브(True Detective), HBO의 New 웰메이드 감성 수사물

by 라이터스하이 2014. 2. 21.



HBO 하면 일단 '밴드 오브 브라더스'가 가장 먼저 떠오른다. 처음 HBO로고를 발견하고 시간이 흘러서도 않도록 해준 미드이기 때문에. 그런 HBO는 로마, 더 와이어, 데드우드, 소프라노스, 보드워크 엠파이어 등. 굵직굵직한 드라마들이 많다. 중후하고 작품성 있는 드라마들을 많이도 보여줬다. 연령대를 조금 높게 잡았다고 봐도 될 거다. 즐겨보는 미드들이 좀처럼 모습을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트루디텍티브(True Detective)와의 만남은 무척 반갑다. 그 시작은 역시 기대의 향기를 맡게 했던 두 주인공의 라인업이다.


카리스마의 매튜 맥커너히와 어떤 작품이던 색깔있는 캐릭터를 그려내고야 마는 우디 해럴슨. 더 이상의 라인업이 더 필요할까? 2014년 2월, 지금까지 5개의 에피소드를 방영한 트루디텍티브(True Detective). 지금까지 봐오던 수사물과 분명 다를 거라 생각했고, 역시 적중했다. 살인자 한 명을 쫓는 코드는 '얼마 전 봤었던 한니발'과 일맥상통하는 부분이다. 하지만 결정적으로 이 드라마의 미장센은 한니발과 180도 다른 느낌이다. 올드스럽고 서부영화 같다. '90년대판 내일을 향해 쏴라' 같은 감성이 보였다. 올드스러운 음악이나 배경으로 독특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는 웰메이드 미드라 확신한다.




우디 해럴슨과 매튜 맥커너히의 찰떡캐미


이 드라마에서 최고의 캐릭터는 매튜 맥커너히가 맡은 '러스트'다. 철학자 같은 소리를 드라마 내내 내뱉는다. 물론 절반은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저 많은 대사량을 언제 다 외웠을까 싶을 정도다. 30퍼센트가 우디 해럴슨의 대사량이라면 매튜 맥커너히가 나머지 70%를 채우는 것 같다. 무슨 말인지 도통 못 알아들었음에도 계속 볼 수 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 저음의 매력적인 목소리, 시종일관 뭔가에 홀린 듯한 매튜 맥커너히의 연기다. 남자인 내가 봐도 볼수록 매력적이다. 그리고 귀신들린 듯한 연기는 다음 에미상도 한 번 노려볼만 하다. 우디 해럴슨이 묻힌다는 느낌이 든 것은 처음이었으니. 트루디텍티브(True Detective) 최고의 MSG는 바로 매튜 맥커너히다.


이에 질세라 우디 해럴슨의 능청스러운 연기는 매튜 맥커너히의 러스트란 캐릭터의 피곤함을 조금 녹여준다. 우리나라 영화를 예로 들어보자면... 살인의 추억에서의 송강호와 김상경? 이라면 이해가 빠를 것 같다. 우디 해럴슨의 자유분방함, 매튜 맥커너히의 피곤한 캐릭터. 물과 기름같은 두 사람의 관계는 난관을 겪으며 아주 조금씩 나아지게 된다. 사건에서 한 시도 눈을 떼지 못하는 매규 맥커너히와 적당히 즐겨가면서 살려는 마틴. 정 반대의 캐릭터 두명이서 끌고 나가는 트루디텍티브(True Detective)의 몰입도는 상상 그 이상이다. 에미상을 3년 연속 수상한 브레이킹 배드 이후에 처음 접해본 몰입도다. 두 사람의 케미가 없었다면 절대 불가능 했을 것이다.




할머니가 들려주는 옛날이야기 같은 감성

어릴 때 할머니가 들려주던 이야기는 밤잠을 잊게했다. 할머니가 있다면 한 두 번의 경험은 다들 있을 것 같다. 사람은 이렇게 어릴때부터 누구나 이야기를 좋아한다. 그것이 드라마인지, 노래인지, 영화인지가 다를 뿐이지. 트루디텍티브(True Detective)는 옛날 이야기를 들려주는 형사와, 그 형사를 취조하는 또 다른 형사들의 관점에서 펼쳐진다. 그러니까 우리는 옛날 이야기를 들려주는 형사를 취조하고 있는 형사의 관점으로 이야기를 듣게 된다. 질문을 하면 과거 일들이 펼쳐지고 대답을 마칠 때 쯤엔 현재의 형사가 그 때의 심정을 이야기 해주는 방식을 쓰고있다. 


현재를 기점으로 과거를 파헤지는 옛날이야기와 같은 감성은 무거운 사건들에 대한 피로감을 덜어준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다각적 시점을 선물하고 있다. 이야기를  들려주는 두 주인공의 관점이 되었다가, 또 나중엔 취조하는 형사의 관점에 빠져있다가... 인물들과 사건에 대한 객관적인 시각을 갖게 만들어주는 깔끔한 맛이 있다. 철저하게 주인공에 몰입하게 되는 일반적인 드라마나 영화와 다른 트루디텍티브(True Detective)만의 장점이다. 매운 비빔밥만 매일 먹다가 우동국물도 이제 같이먹게 되는 깨알같은 감성, 분명 새롭다.




더 킬링, 홈랜드를 잇는 대형 떡밥의 향연

떡밥드라마는 나름 볼만큼 봤다고 생각했다. 작년에 이미 떡밥 그대로의 드라마, 더 킬링과 홈랜드를 봤기 때문이다. 에피소드가 마무리 될 때쯤되면 대형 떡밥으로 스포일러 경매를 붙이고 싶은 그런 드라마. 트루디텍티브(True Detective) 역시 강력한 떡밥이 있다. 최근 미드들이 많은 등장인물들을 활용해서 자잘한 떡밥들을 던졌다면 트루디텍티브는 큰 떡밥을 한 방에 강하게 뿌리는 타입이다.


처음 살인사건을 해결하고 난 두 사람의 편안했던 생활. 그것도 잠시, 실제 범인은 아직 활보하고 다니고 있다는 사실을 다른 사건에서 발견하게 된다. 마치 아껴뒀다가 한 방에 터트리고 마는 상남자같은 반전이 숨어있는 드라마다. 한 에피소드에 몇개의 떡밥으로 머리를 자극하는 스타일의 미드가 요즘 많다. 트루디텍티브(True Detective)는 스릴러의 장르적 특성을 그대로 살려나가는 고집스러운 맛이 있다. 시즌 중반이 지나고있지만, 앞으로다 훨씬 더 기대되는 HBO의 신작, 트루디텍티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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