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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og/Drama

푸른거탑, 한판승의 도화선이 된 데스티네이션

by 라이터스하이 2013. 12. 19.



시즌 초반의 엄청났던 시청률과 팬덤. 그 때 보다는 물론 못하지만 평타 이상은 하고있는 그들, 푸른거탑이다. 푸른거탑은 매 회 똑같은 웃음과 감동을 주지는 못한다. 지루할 땐 생각 이상으로 지루하고, 가끔은 어렵지 않게 배꼽을 훔쳐가기도 한다. 에피소드마다 호불호가 강하다. 홈런타자기보단 1,2,3루타를 골고루 치는 멀티히트다. 추신수보다 차라리 이치로에 가깝다.






조금 더 타이트하고 빡빡하게 생각해보자. 다른 드라마나 시트콤과 비교했을 때 애초에 푸른거탑은 퀄리티한 미쟝센으로 승부보는 드라마가 아니다. 엄청난 카메라 마사지나 액션이 있는 것도 아니고, 흥행작가의 탄탄한 구성이 미칠듯 포텐을 터트리고 있는 그림이 아니다. 그저 대한민국 군대에서 일어나는 사소한 이야기들, 거기에서 시작되는 갈등들을 위트로 풀어내고 있다. 진짜사나이처럼 관찰형이었다면 차라리 마음은 편했을거다.


푸른거탑은 전혀 그럴 수 없다는 게 태생적인 결함이다. 사소한 것들로 가득한 소재에 살을 붙여야 한다. 푸른거탑은 그 작은 선물들의 포장지로, 업그레이드 스킬로써 패러디를 택했다. '말년 데스티네이션' 에피소드는 푸른거탑 스타일의 패러디를 너무 잘 보여줬다.






말년의 몸사림과 데스티네이션의 쫄깃한 만남


대한민국 군인, 그것도 말년 병장이라면 몸사림이 복무신조보다는 수 천배 중요할거다. 말년의 불안감을 데스티네이션과 엮어 깨알재미와 들뜬 긴장감을 끌어온 푸른거탑. 최병장과 말년들은 최병장의 꿈처럼 기다렸다는 듯이 하나 둘 사고가 나기 시작한다. 가랑비에 옷 젖듯 리모콘, 짬통, 전기코드같은 귀여운 친구들에게 나가떨어지는 병장들. 어설픔이 팍팍 들어간 그들의 슬랩스틱형 개그와 힘이 잔뜩 들어간 연기. 물론 이런 재미도 놓칠 수는 없다.


그러나 푸른거탑에서 중요한 것은 따로 있다. 막말로 '추억팔이 감성 종합 선물세트'인 이 푸른거탑의 최종 목표와 승부수는 추억을 감성적이고 위트있게 풀어내는 것이다. 거기에서 나오는 공감이 시청률이 되어 돌아오는 거다. 말년의 몸사림은 이미 예비역들과 현역들에겐 최고의 공감대고, 거기에 긴장감의 MSG 역할로 데스티네이션을 불러들였다. 스마트한 한판승의 도화선이었다. 






말년병장의 좌초된 존재감, 그리고 레임덕


패러디를 하더라도 절대 몰입을 방해하지 않는 것, 그것이 푸른거탑의 좌우명이 아닐까싶은 장면들이 하나 둘이 아니다. 레임덕을 말년병장들에게 비유해 사극 코스프레로 그려낸 푸른거탑. 판초우의와 군모, 깔창으로 말년 꼬장놀이에 화룡점정을 찍어버렸다. 계급사회의 꽃인 군대의 말년병장을 대통령의 레임덕에 비유하는 센스는 엄지를 들어도 될 것만 같다. 그저 그럴 수 있는 주제와 이야기들. 거기에서 나오는 감정들을 극대화시켜 전달하는 방법으로 패러디를 택한 푸른거탑. 레임덕 역시 그 중 하나다.






푸른거탑, 한판승의 도화선이 된 테스티네이션


패러디의 힘은 푸른거탑에서 엄청난 빛을 보인다. 벌써 3번째 시즌인 푸른거탑의 소재 고갈은 그들에게 먼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 21세기 동안 닳고 닳은 주제가 바로 밀리터리니까. 그렇다고 진짜 사나이와 같이 실탄을 넣고 훈련 모습을 보여줄 수도 없고, 알통구보하며 레알 묵직함을 어필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이 건조함에 긴장감을 실어올 셔틀로 패러디를 선택한 것, 말 그대로 푸른거탑이 보여준 신의 한 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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