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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og/Drama

응사 표절논란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

by 라이터스하이 2013. 12. 2.



오마주라 칭하는 응사의 미학과 아다치 미츠루


케이블의 역사를 다시 쓰고있는 응사. 롱테이크를 방불케하는 긴 호흡, 그리고 독특하고 달달한 감성의 묘미는 필자에게 '케이블 본방사수란 첫경험'을 전해줬다. 분명 2013년 최고의 드라마임에 틀림없다. 시청자들은 들렸다 놓였다를 반복하고 있다. 그런데 이 드라마의 표절논란이 생각보다 뜨거워 보인다.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은데'란 의견이 많다. 혹자들이 말하는 그 표절학개론의 원조는 <터치>, <미유키>, <H2>의 아다치 미츠루. 매니아층이 꽤 두터운 유명한 작가다.


응답하라 1997은 <H2>와 <러프>, 응답하라 1994는 <터치> 그리고 <미유키>와 오버랩 되는 것이 많다는 이야기다. 다른 표절논란과 마찬가지로 화두는 결국 오마주인가 표절인가. 그러니까 차용인가 도용인가인 것이다. 국내에서 표절문제는 굉장히 민감하기도 한 반면에 또 대단히 빈번하게 일어나는 아이러니한 키워드다. 박진영이나 김도훈같은 작곡가들은 이미 법정에서 난리를 치뤘고, 프라이머리는 국제적인 조롱을 당하기도 했다. 




그런 상황에서시청률 10%란 엄청난 포텐을 터트리며 케이블의 국가대표로 우뚝 선 응사에게 표절이란 잣대는 민감 그 자체다. 그런데 표절이란 단어를 꺼내기엔 응사 제작진이 이미 아다치 미츠루의 팬이란 것 또한 인정하면서 일부 팬들도 어느정도 수긍하고 넘어간 분위기다. <H2>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어진 노래인 델리 스파이스의 <고백>이란 곡 또한 쓰레기의 테마곡으로 쓰이고 있을 정도니, 객관적인 오마주의 관계는 이미 성립됐다고 봐야하지 않을까.




그렇다면 왜 오마주라 하지 않고 표절에 가깝다고 하는가? 문제는 갈수록 더 심해진다는 반론이다. 사실 응사란 드라마를 객관적으로 바라봤을 때 롱테이크를 방불케하는 긴 호흡을 가져가는 씬이나 표현 방식이 분명 굉장히 색다른 것은 사실이다. 미학적 판타지라 표현하고 싶은 응사와 아다치 미츠루의 작품들 사이에는 어떤 연관이 있는걸까? 오마주라 칭해도 될만큼일까, 아니면 혹자들 말처럼 너무 많이 갖다쓰고 있는 것일까?




여러가지 장면들이 많지만 이 정도로만 올려본다. 이미 오마주라고 불리기 전부터 말이다. 전체적인 미쟝센을 결정짓는 배경이나 패턴, 인물들의 캐릭터나 관계. 전반적인 느낌을 가져다 쓴 느낌을 지을 수는 없다. 오마주의 객관적 잣대가 있는 게 아니라면 많이 갖다쓴 것은 사실인 것 같다. '아~!'했던 부분은 갑자기 모자를 쓰고 설겆이를 하는 설정이 굉장히 뜬금 없었던 건 사실이지 않은가. 물론 친오빠가 야구선수라면 할말은 없다만.




"아다치 만화를 좋아하지만 작품을 참고하지는 않았다"

많은 블로거들이나 팬들이 응답하라 시리즈의 신원호 PD가 아다치 마츠루의 팬으로 알고 있다. 모 매체와의 인터뷰에서도 아다치 마츠루의 만화를 굉장히 좋아한다고 밝혔다.<기사보기> 하지만 응답하라 1994를 내놓은 시점의 인터뷰에서는 어느정도 확고한 뉘앙스로 '아다치 마츠루의 작품을 참고한 것은 없다'고도 말한다.


<기사보기> '응사'와 '응칠'의 신원호 PD는 "아다치 작품을 참고한 것은 아니지만, 드라마 속 첫사랑의 감정이 아다치 작품의 정서와 맞닿아 있는 부분이 있다. 1990년대를 보내면서 쌓아온 정서를 담다 보니 당시 인기를 끈 아다치 작품과 닮아 보이는 것 같다"


일부 팬들의 의견과는 180도 다른 인터뷰일뿐만 아니라, 오마주에 대한 질문에 대해선 참고한 것이 없다고 말했다. 응사를 보고서 크로스게임,H2, 오렌지로드, 러프 등 장면 하나 하나에 유사한 게 떠올려진다고 말하는 팬들이 맞는걸까? 아니면 팬이긴하지만, 참고는 하지 않고 정서와 닿는 부분이 있다고 말하는 신원호 PD의 말이 맞는걸까? 이 외에도 아다치와 응사가 닮았다는 기사들은 무수히 많다.





태양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

악플이 100개, 어쩌면 200개도 더 달릴지도 모를 이런 글을 쓰는 이유는 뭘까? 오마주에 대한 언급, 아니면 적어도 크레딧 쯤에라도 영향을 받았다고 에필로그를 남겨야 하지 않을까? 작곡가들의 예를들어 보자. '노래를 만들었는데 만들고 나니 다른 곡이랑 비슷했다. 그런 경우엔 그냥 바로 그 자리에서 찢고 곡을 새로 쓴다.' 프라이드가 있고 자부심이 있는 아티스트나 작가라면 이렇게 하는게 맞는게 아닐까? 


응답하라가 표절이건 아니건 사실 필자에게 큰 의미는 없다. 지금도 응사를 재미있게 보고있다. 설정이나 캐릭터들의 모티브를 베껴왔다고 하더라도 말이다. 연출의 디테일이 너무 좋기 때문이다. 미백의 공간에 숨소리를 흘리듯 진한 감성을 남기는 묘미 말이다. 이런 감정적인 부분을 설령 만화의 그 감정 그대로 영화화 했다 하더라도 대단한 것임에는 틀림없기 때문이다. 만약 영향을 받았다면 차라리 신세계의 박훈정 감독처럼 영향을 받았다고 밝히는 것이 떳떳하다. 걱정되는 것은 앞날이 아직도 창창한, 어쩌면 이제부터 시작인 신원호의 '응답하라 1994'가 '대답하라 표절작가'의 길을 걷지 않았으면 하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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