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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og/Drama

응사, 멈춰버린 시계의 가슴시린 비밀

by 라이터스하이 2013. 12. 1.


감동과 달달함을 적절히 섞으며 시청자들을 들었다 놨다하는 응사. 이번엔 희대의 비극적인 사건, 삼풍백화점 붕괴사건을 에피소드에 녹이며 눈물 바다를 만들었다. 어쩌면 어린 시절이라 제대로 반응조차 하지 못했던 그 떄의 아픔을 제대로 전달받는 느낌이었다. 지금처럼 사건이라도 터지면 SNS를 통해 따지며 누구의 잘못인가를 밝히기 전에 단지 걱정이 앞섰던 거의 20년 전의 그 일을.


그 안에서 죽음을 맞이한 사람들, 사고가 있기 전 빠져나와 죽음을 피할 수 있었던 사람들, 노심초사하며 그 안에 없기를 바라며 지켜보단 사람들. 말 그대로 그 떄의 그 감정을 다시 이끌어내고 있었다. 냉정하긴 하지만 삼풍백화점의 비극과 동시에 쓰레기와 나정이의 새로운 시작을 보여주며 기적이라는 키워드를 더 극적으로 표현하는데 성공했다. 거기에 힘을 제대로 실어준 것은 응사 곳곳에 배치된 사건의 디테일이었다.



디테일의 극치를 보여주는 이야기들



1. 사라진 삐삐와 아직 그대로인 한국인의 정서

사건이 일어난 뒤, 버스나 콘서트장 할 것 없이 삐삐들이 요동치기 시작한다. 조금 느리긴하지만 지금의 핸드폰처럼 그 때의 삐삐 역시 SNS의 역할을 했던 것이다. 그때나 지금이나 조금 빨라졌을 뿐 큰 사건 하나에 모두가 걱정하고 관심갖는 태생적인 우리의 정서적 문화를 보여줬다. 20년 가까이 흐른 지금에서야 알게 된 삐삐의 재발견이었다.




2. 냉면가게가 살린 칠봉이의 운명

칠봉이와 나정이가 가기로했던 냉면가게. 여직원이 오픈을 하지 않았다고 알려준 그 가게는 실제로 그 날 내부 공사중이었다고 한다. 이미 먼저 시작된 균열 때문에 말이다. 나정이가 뛰어갔던 시간을 감안하면 칠봉이도 위험할 수 있었다는 거다. 그 직원이 아니었다면 말이다. 나정이를 너무 좋아해서 미리 선물을 사기로 마음먹지 않았다면, 빨리 보고싶은 마음에 미리 나와 기다리지 않았다면 칠봉이 또한 위험한 상황이었던 거다. 나정이에게는 쓰레기와의 시작이 기적이겠지만, 칠봉이에겐 나정이를 사랑하는 마음이 결국 위험한 사고를 피할 수 있었던 기적인 것이다.




3. 멈춰버린 시계의 가슴시린 비밀

이 날 안쓰러움의 쓰나미를 선사했던 장면. 아내를 위한 음식을 사러갔다가 봉변을 당한 아버지, 자상한 남편의 멈춰버린 시계다. 손목을 떠나지 않던 그 시계의 바늘은 사건이 일어난 시간에 멈춰져 있었다. 12시던 5시던 내가 봐오던 그 사람이란 표식의 역할의 작은 물건. 거기에 그치지 않고 응사 제작진은 그 순간에도 디테일을 첨가하는 센스를 보여준다. 옥에 티를 찾는 것 조차가 넌센스지만 누가 나정이의 남편이 될건가를 감추고 있는 것만큼이나 작은부분 하나도 놓치지 않는 섬세함을 보여주고 있는 증거였다.



감성을 극대화하는 리얼리티의 감성



아직도 리얼버라이어티로는 손가락에 꼽을 수 있는 1박 2일 시즌 1의 핵심 키워드 역시 리얼리티였다. 그 안에서 갈등과 아이러니, 그리고 크고 작은 웃음들이 잘 섞였다. 그래서 담백했고, 꾸밈없어 보였다. 마찬가지로 응사가 최근 사랑에 빠진 주인공들 위주의 에피소드를 중점적으로 이끌면서도 오글거림에서 어느 정도 벗어날 수 있는 가장 큰 이유가 바로 리얼리티의 배합이다. 응사는 그들이 제일 잘 하는 것으로 케이블의 역사를 다시쓰고 있다. 멈춰버린 시계만큼이나 보기 힘들었던 광고가 이렇게 싫어지긴 태어나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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