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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og/Drama

돌아온 슈츠, 감성종합 선물세트로 거듭나다

by 라이터스하이 2014. 3. 19.



달달함과 냉정함이 공존하는 드라마, 법정의 딱딱함을 감성으로 녹여주는 드라마, 자본주의의 냉정한 장면 속에서도 끈끈한 우정을 과시하는 드라마. 다시 돌아온 슈츠가 12회까지의 방영을 마쳤다. 이 미드를 처음 봤을 때, 취업난에 시달리고 있던 필자의 공감대를 긁어대고 있었다. 


최고의 두뇌를 가진 마이크 로스는 친구를 잘 못 만나 범죄자가 될 뻔 하지만, 하비 스펙터란 최고의 멘토를 만나 변호사가 된다. 마이크의 정신적 지주인 하비 스펙터의 존재감은 작금의 위기를 탈피하고만 싶었던 필자에게도 엄청난 임팩트의 캐릭터였다. 덕분에 슈츠에 대한 몰입과 집중도는 자연스러운 1+1과도 같았다.




판타지와 현실사이, 깨알같은 사내연애


그렇게 한 시즌 정도를 지났을 때 마이크 로스는 수많은 사건들을 겪으며 성장했다. 2번째 시즌에서는 조금 더 감정적이고 감성적인 이야기들이 흘러나왔다. 대표적인 것이 마이크 코스와 레이첼의 사내연애다. 사내연애라면 직장인들은 한 번쯤 꿈꿔봤던 판타지다. 실제로 경험해 본 필자의 입장에서도 마찬가지로 사내연애는 판타지다. 꿈꾸는 사람이나 하고있는 사람이나 현실인지 판타지인지 분간이 가지 않는 맛이 있다는 거다.


살떨리는 긴장감과 낚시줄같은 감정선이 쉴새 없이 오고간다. 물론 슈츠는 미드기 전에 픽션이기에 그런 쫄깃함을 100% 쏴주지는 못한다. 그럼에도 사내연애의 장단점을 현실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야근을 할 때면 옆에서 서류 작업을 도와준다거나, 남자친구의 지친 어깨를 바라볼 수 밖에 없는 측은함 같은 부분 말이다. 그 적절한 조율로 힘들지만 한 번쯤 해보고 싶은 긍정적인 판타지, 가질 수 없기에 더 갖고싶어지는 그런 욕망의 자극제를 제대로 뿌려주고 있다.




지켜보게 만드는 기승전결의 클리셰


시즌 초반에만 해도 마이크 로스는 하비에게 잔소리만 듣기 바쁘다. 공적인 일에 사적인 감정을 넣어 일을 그르칠 때 마다 도끼와 같은 하비의 눈초리가 마이크 로스응 뚫고 지나간다. 시간은 흐르고 흘러 3번째 시즌에 들어서자, 이제 두 사람의 관계는 친구이자 파트너에 가까워졌다. 너무 빠르지도 않고, 느리지도 않은 전개방식은, 서툴게 살아온 한 남자와 냉정하게 싸워온 능력자의 파트너쉽을 괴리감없이 받아들이게 만들어 버렸다.


첫번째 시즌이 슈츠의 혼돈이었다면, 그들의 두번째 시즌은 성장이었고, 3번재 시즌에 와서는 열매라는 키워드가 마이크 로스를 대표하고 있다. 하나의 에피소드마다 기승전결을 삽입하는 방식은 세월이 흘러도 변함없는 클리셰다. 하지만 시즌이 지날수록 더 쫄깃하고 깨알같은 기대감을 갖게 하기란 쉽지 않다. 석호필이란 별명까지 만들며 국내 팬들을 뒤집어놨던 프리즌 브레이크 역시도 질질 끈다는 평가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었다. 깨알같이 이어지는 촘촘한 시나리오와 시퀀스가 없다면? 미드 팬들에게 ALT+F4를 맞기 딱 좋다. 슈츠는 많은 대사량만큼이나 기승전결의 맥락이 확실하다는 장점이 있다.




역사상 최고의 훈훈함, 폭풍전야인가 종결암시인가


물론 주관적인 견해지만 지금까지 슈츠를 보면서 지금보다 더 훈훈했던 타이밍이 있었나 싶다.시즌3 12화를 보고 그런 생각이 문득 들었다. 하버드 졸업을 하지 못한 사실을 숨겨왔던 마이크 로스, 그의 비밀을 알게 된 최대 숙적 루이스는 마이크 로스의 비밀을 덮어준다. 그리고 마이크 로스와 레이첼은 더 이상 좋을 수 없는 연애의 결실을 이루기 직전에 있다. 누구 하나 빠짐없이 모두가 행복해지려는 순간앞에 와있다.


아직 4개의 에피소드가 남았는데, 벌써 이렇게 훈훈해지다니 뭔가 심상치 않은 느낌이다. 큰 사건들이 모조리 해결된 상황에 이런 훈훈함이라니, 뒷목이 개운하지 못하다. 개인적으로 폭풍전야라고 예상하지만, 긴장감의 원천이었던 마이크 로스의 비밀을 모든 사람들이 알아버렸으니, 이제 어떻게 할 것인가가 또 다른 의구심이다. 미드 팬들을 쫄깃하게 해줄 그 이상의 떡밥을 어디서 끌어올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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