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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og/Cinema

고질라, 자국우월의 미장센 꼭 필요했나?

by 라이터스하이 2014. 5. 23.



얼마만에 야간상영하는 영화를 보러 갔었는지, 가물가물하다. 여자와 같이 극장을 찾았지만, 설레임이 가득한 상황은 아니었기에 더 영화에 몰입할 수 있었다. 12시가 넘은 늦은 시간임에도 강남 CGV에는 커플들이 빼곡히 들어차 있었다. 무척 오랫만이라 반가웠다. 그렇게 생각보다는 작았던 스크린 앞에 서둘러 앉았다. 앉자마자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브라이언 크랜스톤이 눈에 띄었다. 브레이킹 배드가 끝이나 너무 아쉬웠는데 반가웠다. '고질라에 나올줄이야..'라는 생각을 하는 순간에도 영화는 빠른 속도로 전개됐다. 




초중반까지는 누가 봐도 명백한 SF의 흐름 그대로였다. 천재지변은 이유가 있었고, 곧 고질라와 무토들이 깨어난다. (고질라는 다들 아시는 캐릭터일테고, 무토는 일본에서 태어난 새로운 괴물?이다) 스포일러는 이쯤으로 그만하기도 하고, 이 영화는 재미로 보자면 과장 조금 보태서 최고인 듯 싶다. 시간이 어떠헥 흘러갔는지 모를 영화중에 하나였다. 하지만 재미와는 별개로 불편한 구석이 있었다. SF영화답지 않은 오지랖? 그 쯤의 표현이 될 것 같다. 


둘러대지 않고 짧고 굵게 이야기 하겠다. 이 영화는 중간 중간 "미국이 최고입니다", 혹은 "당신들을 구원할 유일한 국가입니다." 이런 메세지들이 보였다. 불편했다. 그 주체가 일본이라는 점에선 한국인으로써 조금의 스트레스 해소의 요소도 물론 있겠지만, 영화 자체만으로 놓고 보자면, 글쎄 SF 영화에서 굳이 꼭 이런 메세지까지? 하는 부분들이다. 물론 직접적이기보단 간접적으로, 대사보다는 미장센으로 그런 분위기를 교묘하게 풍기고 있었다.




'그저 입벌리고 구경만 하지요...'


이 영화의 또 다른 기대치를 준 것은 와타나베 켄의 등장이었다. 중후한 그의 역할을 나름 기대했었다. 그런데 웬걸? 이 와타나베 켄의 주요 역할은 구경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역할은 고질라를 보면서 '우월해요'란 눈빛을 쏴대는 것이었다. 와타나베 켄이 이런 역할을 하려고 고질라를 굳이 선택했나? 싶을 정도였다. 구겨긴 미간 사이가 간지러웠다. SF영화를 그 누가 정치색을 끼고 보고 싶을까? 그런데 와나타베 켄의 고질라속 시선은 시종일관 일본과 미국의 관계를 생각하게 만든다. 그리고 오타나베 켄은 이 사상 최악의 천재지변의 서포터로 두 명의 미국 주인공을 택한다. 그 장면조차도 웅장한 BGM만 흐르지 않았을 뿐, 바닥에 깔린 우월감의 미장센이었다.




고질라의 하드코어한 마무리


이 장면을 설명하기 위하샌 스포일러를 해야 하기 때문에 참 말하기가 참 어렵다. 그래도 할말은 해야겠다. 고질라와 무토의 마지막 결투신을 본 사람이라면 결말이 조금 하드코어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고질라는 무토의 입에다 대고 토를 하듯 불을 뿜어낸다. 물론 개인적인 견해다. 고질라가 무토들에게 엄청난 괴롭힘을 당했기 때문에, 그 장면 자체가 엄청난 카타르시스로 다가온 관객들도 많을 것이다. 하지만 고질라의 마무리는 앞서 여러 장면들과 오버랩되었던 까닭인지, 고질라의 응징이라기 보다는 인간의 분노를 표현하는 것으로 더 보여지더란거다.


물론 감독의 의도는 전혀 다를수도 있을지, 그냥 멋있는 마루리를 위해서 마지막 고질라의 한 방을 그런 방식으로 선택한 것인지 모르겠다. 중요한 것은 이 정도 네임벨류의 영화에서 굳이 자국우월의 뉘앙스를, 그것도 한 번이 아닌 몇번을 거듭했어야 했냐는 것이다. 예능이나 영화나 정치적이고 다큐 성격의 플롯들을 삽입하는 것이 어느 정도의 트렌드라지만, 글쎼? 최근 좋지않은 일을 많이 겪은 일본으로썬 그리 달갑지 않을지 모르겠다.



모르긴 모르겠지만, 이 영화의 배경이 한국이었다면, 와타나베 켄이 송강호나 안성기였다면, 그 미장센이나 상황적인 뉘앙스에 기분 나쁜 혹자들도 꽤 있었을거라는 생각이 든다. 영화는 영화로 평가받아야하지만, 그 냉정함을 방해하는 영화 속 자국우월의 메세지는 꽤 별로였다. 고질라 덕분에 주인공과 그의 가족들에 대한 감정이입이 조금 부족했다. 그런 단점들도 이 자국우월의 메세지 속에 묻혀버렸다. 


고질라의 원작은 일본이지만, 이 영화 속에서 고질라는 마치 미국을 지키는 수호신같은 역할을 한다. 그래서 고질라의 원산지(?)가 어딘지 모르는 사람들이 보면 고질라가 마치 미국 캐릭터인양 보여지는 그런 느낌을 주기도 한다. 그런 점들도 이 자국우월의 뉘앙스 속에 파묻혀 버리지 않았나 싶다. 고질라, 오락성으론느 최고임에 분명했지만 일본과의 구도는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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