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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og/Cinema

역린, 한지민은 정말 발연기였을까?

by 라이터스하이 2014. 6. 5.



5월, 주말 극장을 독점했음에도 상대적으로 흥행성적에 있어선.. 글쎄? 성에 차지 못했던 역린의 근성. 표적과의 한판 승부에서 시원할만큼의 이득은 가져가지 못한 것 같다. 오히려 표적볼까, 역린볼까라는 긍적의 라이벌 구도가 관객들에게 고르는 재미를 만들어 티켓을 더 끊게 만들진 않았을까 하는 다행스럽기도 한 마음까지 든다. 높아질대로 높아진 관객의 눈높이를 제대로 채워주지 못하면서 호불호가 극에 달했던 역린. 그 몰매를 한지민이 꽤 많이 맞았던 기억이다.




믹스매치 and 역린

그런데 역린을 보고 난 후 첫번째로 든 생각은 '한지민이 저렇게 욕 먹을 정도는 아닌데?'였다. 나름대로의 변신이었던 역린에서의 악역은 혹평을 소리칠 정도의 소름끼치는 발연기는 아니었다고 말하고 싶다. 오히려 사극이라는 장르의 특성 때문에 한지민은 꽤 손해를 많이 본 케이스라 말하고 싶다. 역린은 사극 베이스긴 하지만, 최근 드라마들이 보여주고 있는 믹스매치 스타일을 택하고 있었다. 왕의 등근육으로 여심을 뺐고, 궁 안의 여자와 살수의 이뤄질 수 없는 사랑이란 설정도 담긴, 배경만 사극이라 봐도 될 그런 류의 작품 중에 하나였다.




장르적 괴리감

한지민의 연기에 발연기란 수식어가 붙은 첫 번째 이유를, 바로 이런 괴리감으로 들어본다. 충무로의 명배우들과 신스틸러들, 사극의 톤을 제대로 이해하고 걸쭉한 감성을 입고 툭툭 내던지는 말투와 발성의 베테랑들. 하지만 경험이 적은 이유에선지 한지민은 현대극의 말투와 발성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 했다. 유독 눈에 띌 정도였다는 건 인정해야 한다. 보는 시각에 따라서는 꽤 괴로운 발성이 될수도 있겠다는 느낌이었다.


정통이란것이 과연 2014년에 존재하기나 할까란 심정으로 본 필자에게는 글쎄? 방해될만큼의 노이로제는 아니었던 것 같다. (물론 한지민의 장면들만 편집해서 본다면 1분 안에 STOP을 눌렀겠지만) 이 영화는 초반부터 강하게 말하고 있었다. 사극이지만 사극같지 않은 퓨전적 매력을 보여주겠다고 말이다. 이는 비주얼과 설정들에서 충분히 드러났다. 그런 이유가 컸다.




이미지 매칭의 무한로딩

그리고 또 하나, 사극에 익숙한 자들과 그렇지 않은 자들의 호불호가 두번째 화두가 아닐까 싶다. 드라마로 사극을 접했던, 그들의 말투화 대화법에 익숙해져 있다면 한지민의 발성과 톤은 부적절, 혹은 부자연스러움이라 불릴 수 있을것 같다. 필자는 한지민의 발연기를 경험의 부재라 이야기하려 한다. 작년 청룡영화제의 꽃, 여우주연상을 갖고 간 감시자의 한효주를 떠올려보자. 그녀의 수상에 몰아주기가 아니냐는 시선이 끓어댔었다. 막상 상을 받았지만, 그녀 스스로도 미안하다고 이야기했다. 역린 역시 비슷한 맥락으로, 경험과 내공이 적은 한지민은 역린의 그림 안에서 어색해 보일 수 밖에 없었다. 사극과 한지민?이란 이름의 이미지 매칭, 그 과정에 있어서 관객의 무한로딩이라 표현해 본다.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되는 부분이 있다면, 어설프게 사극톤으로 그녀가 연기에 임했다면 지금 평가보다 더 혹한 돌팔매질을 당했을 거란 나름의 확신이다. 한지민의 연기가 역린에서 돋보였단 이야기를 하고 싶은 건 당연히 아니다. 연기 자체만 놓고 봤을 때 다른 배우들과 비교해 부족한 부분들이 드러났고, 앞으로 더 완벽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느꼈으니까. 단 영화의 장르와 미장센, 감독의 전반적인 미술적 플랫폼에서 보자면, 한지민의 연기와 발성들이 미스매치는 아니라 생각한다. 그 중요한 역할에 앉혀놓고, 주요한 임무를 맡겼다는 것, 감독의 한수가 들어가 있다는 이야기다.




발성을 제외하면 한지민의 연기가 발연기라고 생각되는 부분은 보이지 않았다. 어리고 욕심많은 안방마님을 나이에 비해 제법 건드리고 있다 느꼈으니까. 영화의 길이에 비해 관계설정이 너무 많아져 '중요한 메세지의 한방'은 적었다는 아쉬움이 제법 남는 영화기도 했다. 하지만 그 아쉬움을 한지민에게 한풀이 하기엔, 그녀의 연기는 그렇게 쓰레기는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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