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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og/Cinema

일대일, 노무현의 길을 가는 김기덕의 독백?

by 라이터스하이 2014. 5. 12.



김기덕 감독이 20번 째 영화로 돌아온다. 칸이 2년째 한국영화를 배제하거나 말거나, 김기덕은 22일 또 다른 개봉작을 올린다. 일대일이란 작품이다. 다작을 하는 반면 꾸준히 언론이나 여론의 조명을 받지는 못하는, 그렇게 묵묵히 그려 담은 그의 20번째 영화다. 사실 개인적으로 팬이라고 밝히면서도, '일대일'에 대한 이야기를 포털의 기사 몇줄로 접했으니, 참 암울하고 미안한 현실이다. 대기업이 영화를 만들고 배급도 함께 하는 극장가의 독점체제로, 독립영화들이 씹혀져 뜯겨 나가는 작금의 상황이라면, 그나마 기사 몇 줄로 그의 새 작품 소식을 알 수 있으니, 씁쓸한 입맛을 느끼면서도 이젠 한켠으로 다행이라면 다행이라고 해야겠다.




김기덕은 영화의 개봉을 열흘 정도 앞둔 시점에서 노무현을 입 밖으로 조심스레 꺼냈다. 왕십리의 CGv에서 열린 언론시사회에서 "개인적으로는 고 노무현 대통령에게 드리는 고백이자 자백인 영화다"라고 소감을 밝혔는데. 소신있고, 또 소신있다고 밖에는 말 못하겠다. 영화가 정치적 색깔을 띄는 순간, 자칫 흥행에 치명적일 수 있다. 물론 흥행과는 궁합이 여간 맞지 않았던 김기덕 감독에겐 '못 먹어도 고'의 정서가 들어차 있는지 어떤지는 알 수 없지만, 어쨌거나 민감할 수 밖에 없는 발언다. 정치적이다 or 전략적이다, 이런 여러가지 시선들과 썰들이 오갈 수 있을지 모른다.




그들만의 리그에서 하대 받았던 과거

개인적으로 김기덕 감독과 노무현 대통령은 닮은 점이 참 많다고 느낀다. 그 중에서 가장 큰 지점이라면 역시 한 길, 자신의 뜻이 있다면 곧장 그 길을 만들기 위해 어떤 타협도 하지 않는 이미지다. 우직하고 강인한 상남자의 그것이다. 노무현은 그들만의 리그에서 미꾸라지 같은 존재였을 것이고, 탄핵이란 초유의 미사일도 맞는다. 마치 국회의 스트리트 파이터처럼 말이다. 김기덕 역시 마찬가지다. 비주류로 분류되도 한참 전에 분류된 그는 자신의 제자라 불러도 될 누군가에게 배신을 당하기도 했으며,





심지어 이번 영화 일대일의 경우엔, 개봉할 극장이 없어서 호소문을 올리기도 했다. 100개관 만이라도 관객들이 영화를 볼 수 있도록 해달라며 말이다. 두 사람의 눈물겨운 과거와 현재가 무척이나 닮은 것 같다. 물론 한 사람은 편안한 곳으로 갔다는 것, 또 한 사람은 아직도 그 포화속의 여정을 계속 가고 있다는 점이 다르지만. 어쩌면 두 사람 모두, 기득권 계층이라는 넘을 수 없는 높은, 통한의 벽을 실감했던 사람들이 아닐까, 그렇게 생각이 든다. 밥그릇을 놓기 싫어하는 그들에게 미움받는 미운오리새끼. 내 머리 속에서 두 사람은 적어도 그렇다.




오롯이, 꾸준히 갈 길을 가는 장인정신

그럼에도 옳다고 느끼는 것, 말 그대로 상식이 통하는 사회, 이런 것들을 꿈꾸며 자신의 길을 굽히지 않고 갔다는 것이, 또 다른 공통점이다. 대한민국을 시종일관 들쑤시며 법원과의 전쟁을 불사하기도 했고, 공무원들에게 책임감을 요구하며 질타를 가하기도 했던 노무현. 연출이나 각본 등 다른 방식으로도 충분히 먹고사는 것은 지장없을 김기덕은 꾸준히 뜻을 굽히지 않고 사회성 있는 메세지들을 영화 속에 담아내고 있다. 몇 억 남짓되는 예산으로 다작을 하면서 말이다. 그래서 일대일 포스터에 적힌 김기덕 감독 스무번 째 대작은 장인 김기덕 감독의 스무번 째 명작이라고 고쳤으면 하는 개인적인 바램이다.


당장 눈 앞에 보이는 돈, 그것에 미쳐가고 있는 사람들이 만들어낸 부조리, 그것들을 정면으로 비판하는 게 익숙한 두 명의 이런 모습은 닮아도 너무 닮았다. 그래서 항상 두 사람의 모습을 볼 때면 앞 모습을 보고 있는데도, 무거운 뒷모습을 보는 듯한 느낌이었다. 그들이 가는 길이 결코 쉽지 않은 걸 알기에, 그 무게를 힘겹게 바치고 있는 아우라로 느껴지지 않았을까?




상식이 통하는 사회에 대한 염원

이 영화에서 노무현의 오마주, 혹은 데자뷰를 볼 수 있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김기덕의 또 다른 말에서 그런 뉘앙스가 보였다. "내 별명은 영화계의 노무현이다.", "고학력자가 아닌 점, 자기 생각을 비난받더라도 신념을 지키는 모습 등이 닮았다. 비교할 수 없이 훌륭한 분이라 쑥스럽지만 가장 기분 좋은 별명이기도 하다" 노무현이란 별명을 가장 좋아한단다. 그리고 그런 사람에게 바치는 고백이자 자백이란다.


이쯤되니 기대치는 활화산이다. 물론 개인적인 기대치인 것 같아 아쉽지만 말이다. 그 어느 때보다 주류에서 벗어나있는 김기덕, 그가 그려낸 상식이 통하는 사회를 보러 갈 이유가 충분해졌다. 칸을 비롯해 세계적으로 명성있는 감독이, 인정과 인증을 수도 없이 거친 대한민국의 감독이, 개봉관이 없어서 상영을 못할 뻔 했다. 수치스럽고 쪽팔리는 일이다. 만약 내가 외국 친구가 있어서 "김기덕 감독은 한국에서 인기가 어때?"라고 묻는다면, 홍시처럼 빨개진 두 볼을 숨기느라 바쁠 게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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