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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og/Cinema

신의 한 수가 타짜를 넘을 수 없었던 비운의 법칙

by 라이터스하이 2016. 1. 6.




 

배우는 영화를 잘 만나야 된다고 한다. 비트, 태양은 없다, 감시자들, 빠담빠담, 놈놈놈 등. 정우성은 예나 지금이나 작품을 고르는 눈에서는 그리 나빠 보이지 않았다. 흥행작이 반타작 이상은 있어 보이는 느낌의 배우 중 하나다. 신의 한 수 역이 그에게 어울려 보였다. 그럼에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또 한번 고배를 마셨던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떠오르는 측은함 역시 있다. 그럼에도 신의 한 수에서 보여준 연기는 나쁘지 않았다. 물론 정우성이란 네임벨류를 생각해보면 기대만큼의 관객 이펙트를 선사하지는 못했다. 7월 31일 발표된 집계에 따르면 신의 한 수는 355만 정도.


개인적으로 이 영화는 과소평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혹자들은 이 영화를 두고 <타짜>와 <아저씨>를 적절하게 섞은 작품이라고 비난 아닌 비하의 목소리도 내고 있지만, 필자의 생각은 조금 다르다. 오히려 과소평가 되었으며, 이런 작품이 더 나와줘야 한다는 시각이다. 그 이유는 바로 소재의 다양성 때문이다.

 

 




 

고스톱 vs 바둑, 소재의 희비


고스톱이라는 소재의 타짜. 그리고 바둑을 소재로 한 신의 한 수. 물론 두 영화 속에서 소재에 얼마나 충실했는가를 따져본다면 전자인 타짜가 높다. 원작에 깨알같이 녹아있는 고스톱의 디테일은 스킬적으로나 페이소스적으로나 관객들에게 볼맛을 선사했다. 그렇게 돈의 맛도 봤다. 반대로 아직은 생소한 바둑을 소재로 선택한 신의 한 수. 고스톱과 비교했을 때 소재에 대한 공감대는 냉정하게 말해 굉장히 떨어진다. 명절 최고의 클라이막스라 할 수 있는 도스톱 한 판과, 아직도 기원이 존재하나 싶은 생각이 드는 게 바둑이니. 그 두 소재의 싸움이라니, 다윗고 골리앗의 비교라해도 될만하다.

 

 




 

이런 상황에서 잘 팔리는 영화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내가 감독이라면 공감대 형성이 적은 소재에 올인하는 것은 절대 피하고 싶을 거다. 관객이 원하는 보편적인 키워드(신의 한수에서는 가족에 대한 복수)도 있어야 하고, 블로거들이 잘 만들었다고 칭찬하는 기억에 남을 만한 한 씬(칼부림)같은 선택 역시 불가피하다. 


이 영화는 타짜처럼 바둑에 대한 스킬, 수에 대한 설명과 용어들을 편집점에 나열한다고 하더라도 관객들에게는 시간낭비일 수 밖에 없다. 묘수, 악수 같은 단어들 역시 관객들은 대부분 좋은 뜻, 나쁜 뜻 정도로만 유추할 뿐, 그 자세한 뜻을 설명하기 위해 영화의 러닝타임을 써버린다면? 그건 영화가 아닌 매뉴얼 방식의 다큐 한 편이 될테니까.

 

 


 

그럼에도 선방한 신의 한 수


혹자들이 바둑에 대해 조금 더 섬세하게 다뤘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했는데. 그 단적인 예를 보여주는 영화가 있으니, 바로 독립영화로 분류된 스톤이라는 영화다. 바둑이 인생이고 인생이 바둑이라는 주제의식을 잘 녹여낸 이 영화. 신의 한 수에 비해 바둑에 대한 스킬이나 바둑 판 위에서의 상황들을 많이 그려내고 있다. 하지만 이 장면들 역시 기초적인 지식이 없으면, 바둑에 대해 어느정도의 관심이 없으면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알아 들을 수 없다.


원작이 존재하지 않는 시나리오, 그리고 보편적이고 대중적이지 않은 소재. 이야기 한판이라는 맥락에서 보자면 이만한 악수가 또 있을까? 그럼에도 350만이라는 관객수를 끌어올려다는 것, 저력있는 제작진이 아니라면 힘든 수치라 보여진다. 영화는 감독의 예술이라 말들 한다. 하지만 그들 역시 소재의 중요성을 누구보다도 잘 한다. 올드보이가, 그리고 설국열차가 판권을 사들여가며 영화를 찍는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미국의 영화나 드라마판 역시도 재미있는 이야기라면 판권부터 사오고 본다. 말 그대로 컨텐츠의 가뭄인 지금, 태양아래 새로울 것이 뭐가있나 싶은 지금, '소재의 강제적 퓨전'이 대세인 것이 2014년 컨텐츠 시장이다.

 

 



 

좁디 좁은 지금의 열쇠구멍에서 나름 아직까지는 '날 것'에 가까운 바둑. 이런 소재의 등장은 그 어느 때보다 반갑다. 재미가 있고 없고를 떠나 아직 이 소재를 제대로 녹이는 방법론에 대한 구축이 덜 된것이라 생각하고, 조금 유연하게 받아들여 보는 것은 어떨까? 그러면 적어도 영화에 대한 선입견이나 방해요소들은 조금 줄일 수 있다. 스톤과 신의 한 수 두 작품 모두 흥미롭다. 바둑이라는 소재가 사장될지, 관객들이 한번 더 라고 사정하는 키워드가 될지 주목할 만하다.


주류와 비주류, 인식의 법칙


신의 한 수가 타짜를 넘어설 수 없었던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인식의 법칙이라 생각한다. 고스톱은 친근하고 바둑은 아직 조금 멀게 느껴진다. 이건 정우성이 아닌 최민식이나 송강호가 출연한다고 해도 뛰어넘을 수 없다. 펩시가 코카콜라를 뛰어넘을 수 없는 인식의 작용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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