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우는 영화를 잘 만나야 된다고 한다. 비트, 태양은 없다, 감시자들, 빠담빠담, 놈놈놈 등. 정우성은 예나 지금이나 작품을 고르는 눈에서는 그리 나빠 보이지 않았다. 흥행작이 반타작 이상은 있어 보이는 느낌의 배우 중 하나다. 신의 한 수 역이 그에게 어울려 보였다. 그럼에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또 한번 고배를 마셨던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떠오르는 측은함 역시 있다. 그럼에도 신의 한 수에서 보여준 연기는 나쁘지 않았다. 물론 정우성이란 네임벨류를 생각해보면 기대만큼의 관객 이펙트를 선사하지는 못했다. 7월 31일 발표된 집계에 따르면 신의 한 수는 355만 정도. 개인적으로 이 영화는 과소평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혹자들은 이 영화를 두고 <타짜>와 <아저씨>를 적절하게 섞은 작품이라고 비난 아닌 비하의 목소리도 내고 있지만, 필자의 생각은 조금 다르다. 오히려 과소평가 되었으며, 이런 작품이 더 나와줘야 한다는 시각이다. 그 이유는 바로 소재의 다양성 때문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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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스톱 vs 바둑, 소재의 희비 고스톱이라는 소재의 타짜. 그리고 바둑을 소재로 한 신의 한 수. 물론 두 영화 속에서 소재에 얼마나 충실했는가를 따져본다면 전자인 타짜가 높다. 원작에 깨알같이 녹아있는 고스톱의 디테일은 스킬적으로나 페이소스적으로나 관객들에게 볼맛을 선사했다. 그렇게 돈의 맛도 봤다. 반대로 아직은 생소한 바둑을 소재로 선택한 신의 한 수. 고스톱과 비교했을 때 소재에 대한 공감대는 냉정하게 말해 굉장히 떨어진다. 명절 최고의 클라이막스라 할 수 있는 도스톱 한 판과, 아직도 기원이 존재하나 싶은 생각이 드는 게 바둑이니. 그 두 소재의 싸움이라니, 다윗고 골리앗의 비교라해도 될만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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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 상황에서 잘 팔리는 영화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내가 감독이라면 공감대 형성이 적은 소재에 올인하는 것은 절대 피하고 싶을 거다. 관객이 원하는 보편적인 키워드(신의 한수에서는 가족에 대한 복수)도 있어야 하고, 블로거들이 잘 만들었다고 칭찬하는 기억에 남을 만한 한 씬(칼부림)같은 선택 역시 불가피하다. 이 영화는 타짜처럼 바둑에 대한 스킬, 수에 대한 설명과 용어들을 편집점에 나열한다고 하더라도 관객들에게는 시간낭비일 수 밖에 없다. 묘수, 악수 같은 단어들 역시 관객들은 대부분 좋은 뜻, 나쁜 뜻 정도로만 유추할 뿐, 그 자세한 뜻을 설명하기 위해 영화의 러닝타임을 써버린다면? 그건 영화가 아닌 매뉴얼 방식의 다큐 한 편이 될테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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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럼에도 선방한 신의 한 수 혹자들이 바둑에 대해 조금 더 섬세하게 다뤘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했는데. 그 단적인 예를 보여주는 영화가 있으니, 바로 독립영화로 분류된 스톤이라는 영화다. 바둑이 인생이고 인생이 바둑이라는 주제의식을 잘 녹여낸 이 영화. 신의 한 수에 비해 바둑에 대한 스킬이나 바둑 판 위에서의 상황들을 많이 그려내고 있다. 하지만 이 장면들 역시 기초적인 지식이 없으면, 바둑에 대해 어느정도의 관심이 없으면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알아 들을 수 없다. 원작이 존재하지 않는 시나리오, 그리고 보편적이고 대중적이지 않은 소재. 이야기 한판이라는 맥락에서 보자면 이만한 악수가 또 있을까? 그럼에도 350만이라는 관객수를 끌어올려다는 것, 저력있는 제작진이 아니라면 힘든 수치라 보여진다. 영화는 감독의 예술이라 말들 한다. 하지만 그들 역시 소재의 중요성을 누구보다도 잘 한다. 올드보이가, 그리고 설국열차가 판권을 사들여가며 영화를 찍는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미국의 영화나 드라마판 역시도 재미있는 이야기라면 판권부터 사오고 본다. 말 그대로 컨텐츠의 가뭄인 지금, 태양아래 새로울 것이 뭐가있나 싶은 지금, '소재의 강제적 퓨전'이 대세인 것이 2014년 컨텐츠 시장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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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좁디 좁은 지금의 열쇠구멍에서 나름 아직까지는 '날 것'에 가까운 바둑. 이런 소재의 등장은 그 어느 때보다 반갑다. 재미가 있고 없고를 떠나 아직 이 소재를 제대로 녹이는 방법론에 대한 구축이 덜 된것이라 생각하고, 조금 유연하게 받아들여 보는 것은 어떨까? 그러면 적어도 영화에 대한 선입견이나 방해요소들은 조금 줄일 수 있다. 스톤과 신의 한 수 두 작품 모두 흥미롭다. 바둑이라는 소재가 사장될지, 관객들이 한번 더 라고 사정하는 키워드가 될지 주목할 만하다. 주류와 비주류, 인식의 법칙 신의 한 수가 타짜를 넘어설 수 없었던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인식의 법칙이라 생각한다. 고스톱은 친근하고 바둑은 아직 조금 멀게 느껴진다. 이건 정우성이 아닌 최민식이나 송강호가 출연한다고 해도 뛰어넘을 수 없다. 펩시가 코카콜라를 뛰어넘을 수 없는 인식의 작용처럼 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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