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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og/Cinema

군도, 한판 잘 놀다 넘어진 윤종빈

by 라이터스하이 2016. 1. 6.


 

강동원, 그리고 하정우. 그리고 또 윤종빈. 그런데도 밀렸다고? 결과는 예상 밖이었다. 첫주까지만 해도 명량과 비슷한가 했더니 금새 예매율에서 밀렸다. 그렇게 군도는 참패했다. 세월호와 맞물려 명량이 이슈가 될 때 2인지가 되버린 군도. 윤종빈 감독의 차기작에 초롱초롱한 눈망울로 기대했던 나는 혀끝을 차야했다. 명량 때문이 망했다는 핑계를 댈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다. 강동원과 하정우의 투톱, 그리고 그 뒤를 받치고 있는 이성민 이경영. 마동석, 조진웅,이성민, 주진모 이같은 라인업을 본다면 말이다. 군도, 도대체 왜 넘어진걸까?

 

 


 

모든 게 허락된 군도


스케일이면 스케일, 라인업이면 라인업. 모든 밥상이 제대로 차려져 있었던 배경의 군도. 오히려 이 부분이 윤종빈 감독의 머리를 어지럽힌 것은 아닐까? 이런 질문이 자꾸만 머릿속을 돌아다녔다. 장르영화를 만들려다 실패했다는 전문가들의 말, 장르영화에 매몰되었다는 말들도 조금씩 공감이 갔다. 그런데 필자에게는 그보다 더 크게 다가왔던게 있다. 윤종빈 감독의 연출력이었다. 무엇에 비중을 둬야할지 몰라 우물쭈물 하다 흐지부지 되버린 뉘앙스가 강했다..

 

 


 

윤종빈 감독 영화를 보면서 매력적이라고 느꼈던 것은 바로 몰입이었다. 색깔강한 캐릭터 묘사, 그리고 끊임없이 갈등을 겪는 인물들. 작은 스케일 안에서 오히려 그런 깨알같은 표현들은 빛을 발휘했다. 몰입도의 강점이 있었다. 그리고 난 그것을 보기위해 그의 영화를 기다렸다. 아쉽게도 이번 작품에선 보여지지 않았다. 스케일, 배우들, 모든 게 완벽한 밥상이었다. 그 A급 밥상에 남의 반찬이라 할 수 있는 서부영화의 미장센을 과도하게 꽂아 넣으니 관객들은 어색하다. 반박자 빠르게 쳐들어오는 클로즈업, 쿠엔틴 타란티노 영화에서 봄직한 허세끼의 슬로우모션까지. 이 영화에서 1순위는 정령 미장센이란 말인가? 아니길 바라면서 끝까지 감상했지만, 끝까지 그랬다.

 

 


 

개연성을 말아먹은 이유?


그렇다보니 개연성을 담당해야할 플롯들이나 인물들의 서사가 빈약했다. 어쨋거나 주연인 하정우의 존재감은 강동원이 한방, 그리고 수많운 신스틸러들에게 가려져 매력발산할 수 있는 시간이 부족했고, 끝판왕 강동원의 난데없는 선역 커밍아웃은 개연성의 빈곤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존재감이 큰 신스틸러들의 대거투입도 개연성을 도와주지는 못했다. 각각의 개성이 짙고 존재감도 큰 배우들이 한 화면에서 춤추다보니 어디에다가 시선을 둬야할지 몰랐다. 관객은 이미 배가 부르고 부를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자 그렇다면 이제 그에 버금가는 스토리를 들려주세요. 라는 질문에 윤종빈 감독은 대답하지 못했다.

 

 




 

도전에 그친 윤종빈


이번 작품은 윤종빈 감독에게 '한판 잘 놀다간 잔치'였을지 모르겠다. 어떤 영화를 만들려는 것인지는 확실했지만, 무슨 이야기를 들려줄지는 제대로 전달하지 못했다. 캐릭터의 등장마다 흘러나오는 나레이션은 영어듣기 평가처럼 들렸고, 장면 중간중간의 클로즈업은 연습경기같은 어색함으로 물들었다. 서부영화란 장르영화를 표방했을지는 모르겠지만, 다양성이라는 측면에서 필자는 이런 류의 영화를 응원하능 편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좋은 작품을 보여줬던 윤종빈 감독을 생각하면 걱정이 앞선다. 승승장구 하다가도 한번 넘어지면 다시 일어설 수없눈 곳, 그것이 바로 한국 영화판이기 때문이다.

 

 



 

트렌드에 지니치게 매몰되고 흘러가는 한국영화. 그 타가디스코 사이에서 윤종빈 감독의 도전은 박수를 쳐주고 싶다. 군도 속에서 평소 보지 못했던 옴니버스도 보고, 홍콩 영화도 즐겼으며, 서부영화 특유의 미장센도 느낄 수 있었으니까. 자, 이제 찍고 싶은 영화를 찍었으니, 다음 작품은 모두가 제대로 놀 수 있눈 영화를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넘어짐에 관대한 충무로가 아니니까, 관객들은 트렌드에 민감하니까. 그리고 윤종빈 감독은 김기덕이 아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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