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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el/2014 · Kansai

재앙 리콜러 두 마리의 간사이 여행기 #6 - 덴덴타운&아메리카무라

by 라이터스하이 2014. 10. 22.

 

간사이에 다녀온지 벌써 두달이 다되어가는데, 아직도 리뷰는 끝날줄 모르고 있다. 이 놈의 귀차니즘은 끝이없다. 그럼에도 끝까지 올려야 한다는 생각이 든 것도 이번이 처음인데. 아마 국내 여행이었다면 이렇게 올리지는 못했을 것 같다. 또 한번 강조하지만, 떠나고 싶을 때 떠나지 않으면, 떠날 수 있을 때 떠나지 못한다.

 

 

재앙의 숙주 = 재앙

이 날은 입국하기 바로 전날이다. 고베에서 우리는 이 날 서로 따로 다녀보는 시간을 가져보기로 한다. 그 또한 나쁘지 않을 것 같아 합의했다. 그 전에 고베 여행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있었던 에피소드를 이야기 해보려 한다.고베를 다녀와 온천으로 향하던 우리. 예상못한 더위에 잘 참아왔는데 몸도 마음도 슬슬 힘들었는지, 꽤 예민해져 있었다.

 

 

나는 친구가 들고 있는 가방을 내려놓으라며 가방을 잡아챘는데, 친구는 내가 장난치는줄 알았고, 그 오해가 싸움의 씨앗이 되버렸다. 나는 계속 잡아당겼고, 친구도 잡아당기는 힘싸움이 몇십초 계속됐다. 결국 싸움으로 이어졌는데, 꽤 큰 소리로 목소리를 키우며 1분 정도를 실랑이를 벌였다. 다행.히 면전을 가격하는 국제적 망신은 피했지만, 20분 정도의 시간 동안 우리는 빨간 얼굴로 서로 대화가 없다시피했다. 이 모든 것의 시작은 더위 때문이었다. 따지고 보면 우리의 간사이 여행에서 모든 재앙의 시작은 더위였다.

 

 

친구는 우메다로, 나는 오사카의 남쪽으로 향했다. 덴덴타운과 홍대스러워 보였던 아메리카 무라를 구경하기 위해서다. 도톤보리의 카페에서 커피 한잔을 마시는데, 또 다시 비가 온다. 이 날은 종일 비가 따라다녔다. 고전 서적을 파는 서점과 레코드점들 차례대로 들렀다가, 도톤보리의 덴덴타운으로 향한다. 우리나라로 따지면 용산쯤 되는 곳이었다.

 

 

 

전자제품부터 다소 덕후스러운 캐릭터 상품들도 많은 곳이다. 컴퓨터 상가와 이어폰샵을 들렀다 다시 나왔다. 뭔가 쇼핑할 목적이 아니라면 큰 매리트는 없는 것 같다. '뭐야 여기, 생각보다 볼거리는 없잖아...' 라며 돌아오는 길에 내 발걸음을 멈춘 음악이 들려온다. 

 

 

재즈앨범을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레코드 샵이었다. 갈등없이 들어가 말했다(는 함정, 번역 어플로) "지금 나오는 곡 앨범 있나요?" 아쉽게도 없었다. 대신 나는 사장님에게 블루스한 가수의 앨범 하나와 스윙한 느낌의 앨범 하나를 추천받아 CD 두장을 구매했다. 귀찮게 했는데도 끝까지 친절하게 대해준 조폭 비주얼의 사징님이 무척 고마웠다. 올드한 분위기가 너무 마음에 들어 사진을 찍어봤다. (cd에 나와있는 곡목들을 찾아보니 한국 음원서비스에 없는 곡들이 많았다. 대만족이었다.)

 

 

득템을 하고 나왔다. 밥 안 먹어도 배 불렀다.....는 개뿔! 정말 배고팠다. 밥을 먹어야 했는데, 생각해보니 제대로된 타코야끼를 먹지 못했다는 사실이 생각났다. 미친놈처럼 타코야키 타코야키를 후크송처럼 부르며 찾았다. 다행히 근처에 있던 작은 가게로 들어갔다. 30대 중반의 아저씨로 보이는 사장님이 반갑게 맞이해줬다. 직접 그린 걸로 보이는 원피스 그림들, 아기자기한 소품들이 아저씨와 어울린다.

 

 

내가 냉정한건지 모르겠지만, 맛은 별로였다. 신맛이 조금 강했고, 엄청 뜨거웠다. 음료수 필요없냐고 하길래 오렌지 주스 하나를 더 주문했다. 타코야키를 하나 넣자마자 뜨거워 어찌해야 할지 모를 타이밍에 음료수를 권하는 거 보면 장사수완 하나는 타고난 것 같다. 그 상황에 누구라도 음료수 필요하냐고 물으면 거부하기가 쉽지는 않을 것 같다.

 

 

친절한 일본 여고생
배도 조금 찼으니 다시 떠난다. 아메리카 무라로 가는 길에 갑자기 몰아닥친 비. 그리고 여기가 어딘지 모르겠다. 그렇게 정신없이 다니다 횡당보도에 그만 핸드폰을 떨어트렸다. 뭔가 소리가 나긴 났지만, 카메라를 챙기고 있었던지라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몰랐다. 바닥에 떨어진 핸드폰을 건네준 것은 놀랍게도 맞은 편에서 건너오던 교복입은 고등학생이었다. 그냥 지나가도 되는데, 내가 떨어트리는 걸 보고 줏어서 건네준 것이다. 이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나라면 비도 오는데 그냥 지나갔을 것 같다. 필자는 감동했다.

 

 

친절하고 수줍은 일본여대생
아메리카 무라에 거의 다왔을 때쯤. 아메리카 무라가 도대체 어디부터 어디까지인지 몰랐다. 그래서 또 물어보기로 했다. 이 때쯤에는 길 물어보는 게 재미가 들려 '누구에게 물어보지?' 라며 아이스크림 고르듯 했다. 조금 갈등을 하다가, '에이 이왕이면 여자에게 물어보자' 또 한번 호멘가란 단어가 들어간 길찾기 전용 멘트를 시전했다. 역시 서로 못알아듣는 멘트들이 오갔다. 어찌어찌 레프트 라이트로 설명을 대신해 마무리 지었다. 아직도 뭔가 갸우뚱한 표정이 신경쓰였는지 횡단보도를 건너가면서도 뒤로 힐끔힐끔 쳐다보는 게 귀여웠다. 제대로 못알아들은 것 같아서 신경쓰였나 보다.

 

 

도톤보리 일대를 모두 둘러보고 나가호리바시에 다다랐을즈음, 친구에게 카톡이 왔다. 다시 친구와 합류해 가기 전날의 마지막 힐링으로 마사지를 선택했다. 도톤보리에 있는 돈키호테 뒤쪽 골목에 마사지샵이 있었던 기억을 살려 찾아갔다. 간판이 한글로 되어있길래 그런가보다 했는데, 여기 한국사람이 운영하고 있었다. 소프트하지만 기분좋은 마사지를 받고 제대로 힐링했다.

여자분들이 오사카 여행 때 많이 예약하는 매트로 21 바로 앞에 있다. 지친다리와 마음을 힐링하고 싶다면 나쁘지 않다. 가격도 3만원이면 일본에서 착하지 않은가? 여기 사장님들과 여러 이야기를 했는데, 일본에서 10년 넘게 일하면서 이곳의 여러가지 문화나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그 비하인드 스토리는 모두 모아서 마지막 리뷰에서 썰 형태로 풀어보기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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