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당 리뷰의 사진들은 모두 보정되었으며, 작가(린다 매카트니) 본연의 색감과는 차이가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린다 사진이나 보여줄 것이지 왠 시뻘건 순대 사진이냐고 버럭하시는 분 계실지 모르겠습니다. 그냥 올리고 싶었습니다. 제가 순대를 좋아하거든요. 순대의 역사를 찾아보니 고려 몽고항쟁때부터 시작되었다, 혹은 삼국시대부터 있었다는 둥 여러가지 이야기들이 많더군요. 정확한 근거나 출처가 없어서 자세히 알아보지는 못했습니다. 순대만큼 오래되진 않았지만, 1970년 해체한 비틀즈와 그 세대 뮤지션들의 모습을 볼 수 있는 사진전이 있어서 다녀왔습니다. 린다매카트니 사진전입니다.
아시는분들은 아시겠지만, 린다 매카트니(Linda McCartney)는 뉴욕에서 태어났고 유대인 가정 출신이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폴 매카트니의 아내입니다. 그녀는 결혼 전 어리사 프랭클린, 지미 핸드릭스, 밥 딜런, 재니스 조플린, 에릭 클랩튼, 사이먼 앤, 도어즈, 롤링 스톤즈 등의 유명한 아티스트들의 작가로 활동하기도 했습니다. 폴의 도움으로 1998년에는 스스로 작곡해서 만든 앨범 <Wide Prairie>를 발매하기도 했습니다.
그녀의 사진전이 열리는 대림미술관으로 가는 길에 한 장 찍어 봤습니다. 김영갑 갤러리 후로 사진을 보러 다녀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되었고 이 번이 두 번째 사진전 출동이었습니다. 경복궁 근처에는 갤러리들이 많은데, 소소한 감상과 여유있는 사색, 커피한잔의 작은 기쁨을 맛보고 싶다면 추천합니다. 저는 영감이라는 핑계로 또 혼자 갑니다. 참고로 인터넷 **파크(?)예서 예매를 하면 기다리지 않고 바로 들어갈 수 있다고 합니다. 참고하세요. 도착하자마자 엄청난 인파로 깜짝 놀랬습니다. 줄 맨뒤에 서려고 다가가자 직원분이
"줄 뒤에도 더 있습니다."
"네?"
"......(헐)"
"저기 뒤에 한 줄 말씀이신가요?"
"네. ^^"
"...."
내 앞에는 약 40명, 어쩌면 그 이상. 날 잘못 잡은건 둘째치고 미리 알았다면 예매했을 것이라는 억울함만 들었습니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기다리는 동안 레크레이션 강사쯤 되보이는 한 분이 게임도 하고 쓸데없는 소리(?) 도 많이 하셔서 기다리는 동안 조금 덜 지루했다는 것. 중간 중간 야한 농담을 하셨는데, 여자분들의 표정이 그리 밝아 보이지는 않았습니다. 아무튼 늦게나마 고생하셨다는 말을 전하고 싶....은 개뿔. 다리 아파 뒤질뻔 했네요. 수고하셨습니다. (__)
까놓고 말해 그녀의 사진이 감각적으로 또는 미학적으로 미칠듯한 임팩트를 느낄 수 있었다? 이건 아니었습니다. 사진이나 영화나 미술이나 모두모두 취향이니까요. 저는 그랬습니다. 하지만 린다 매카트니가 찍었던 아티스트들의 모습을 가까이에서 볼 수 있다는 것은 큰 매리트가 되고도 남았습니다.
입구에서부터 소개글을 열심히 읽고 본격입장합니다. 설명문구가 입구쪽, 그러니까 북적거린느 곳에 걸려있어서 조금 눈치가 보이더군요. 아쉬웠습니다.
린다매카트니 사진전을 볼 때 여러가지 관전포인트가 있겠지만 저는 그녀의 감정에 포커스를 뒀습니다. 분명한 것은 그녀가 아티스트를 찍을 때와 가족들을 찍을 때의 느낌이 아주 다르다는 것입니다. 대게 사진을 직업으로 하시는 분들은 직업관 (나쁘게 말해 직업병)으로 예술처럼 찍는 경우가 많을 겁니다. 그런데 린다가 찍어놓은 사진에는 가족들의 모습이 자유분방하고 따뜻한 유대관계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지금 보아도 촌스럽다기보단 역동적이다라고 느낄만한 사진들이 많았습니다. 특히 가족사진들이 그랬습니다. '아 역시 아티스트 가족인가?' 싶게 합니다.
방 안에서 급조해서 찍었을것 같은 한 장의 사진.
사람들이 엄청 많아 사진을 보는 데 조금 힘들었습니다. 조금 더 여유있게 보시려면 이른 시간에 오셔서 보시고 가시는 것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남들과는 다르게 - 상상력 자극 사진전 감상 TIP
가이드의 설명을 듣는것도 좋습니다. 당시 상황이나 어떤 기분을 느끼면서 찍었는지를 미리볼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자신이 기획자라던지 혹은 크리에이티브한 직업관을 가진 분이라면 가이드를 듣기 전에 먼저 사진 자체만 보시는 것도 좋을 것입니다. 영감과 상상력은 땔 수 없는 관계라고 한다면 한 장의 사진이라도 선입견없이 보기위한 나름의 방법이라면 방법입니다. 물론 사진전을 모두 보고나서 보충 개념으로 가이드를 듣는 것도 나쁘지 않습니다. 사진전은 두 번째지만 제가 사진전을 볼 때, 뭔가를 얻고자 할 때에 아래의 순서대로 사진을 먹습니다.
01 포토그래퍼의 위치와 촬영각도
포트리스처럼 몇도에서 찍었나를 보는 게 아닙니다. 앉아서 찍었나 일어서서 찍었나를 생각해보는 겁니다. 찍는 사람의 모습을 상상해보는 것은, 사진전을 볼 때 좋은 영감을 불러 일으킵니다. 작가던 포토그래퍼던 굳이 나누지 않겠습니다. 그 사람이 어떤 감정으로 이런 사진을 찍었을까? 피사체만 뚫어져라 쳐다봐도 상황이 쉽게 떠오르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저는 첫번째로 찍는 사람의 지금 포지션과 자세를 생각해보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그렇게 조금씩 찍는 사람의 감정에 다가갑니다. 그 사람이 정말 그 감정으로 찍었는지는 당사자가 아니면 알 수 없습니다. 당사자가 이 세상에 있다면, 그것을 들어보는 것도 좋은 일이겠지만 천국으로 가신 분이라도 상관없습니다. 그것들을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영감의 발동은 이미 시작되고 있을테니까요.
02 인물들의 눈빛과 제스처
인물들의 눈빛이나 제스처를 읽다보면 재미있는 생각들이 머릿속에 끓어 오릅니다. 위 사진은 제 생각에 폴이 뭔가를 사오면서 사진을 찍는 린다에게 달콤한 말을 하려는 것 같습니다. 물론 아닐수도 있겠지만요. 그리고 뒤편에는 제 검색이 맞다면 식당체인점인 Whitbread도 보입니다. 왼쪽 손은 그녀를 부르기 위한 제스쳐를 준비하는 것인지, 큰 소리를 지르기 위해 자동으로 올라간 사진인지 모르겠습니다. 역동적인 사진들의 이런 작은 점들을 생각해보는 것도 사진을 보는 또 다른 맛이 됩니다.
03 생활방식
주로 옷이나 악세사리들을 눈여겨 보는 편입니다. 얼마 전 파리 일상의 유혹 전시회를 다녀왔었는데, 휘황찬란한 그들의 부르조아틱함을 보고 있자니 럭셔리함과 동시에 부담감도 엄습해 왔었습니다. 귀족들의 반대쪽인 서민들의 삶이 저절로 생각날 정도로 화려한 그들의 모습이었기 때문입니다. 지금 우리의 생활방식과 그 때의 생활방식을 비교해보는 것도 좋은 것 같습니다. 특히 패션이나 여자들의 악세사리는 그 시대를 단편적으로 볼 수 있는 좋은 도구인 것 같습니다.
찰나의 순간의 대표적 사진작가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이 생각나는 문구입니다. 그는 '모든 순간이 최고의 순간이었다'는 명언을 남기기도 했습니다. 폴은 그녀에게 셔터를 눌러야하는 정확한 타이밍을 알고있다고 하는군요. 네~ 그렇습니다.
이 사진은 타이머일까요? 아니면 딸인 스텔라 매카트니가 찍은 걸까요? 두 사람의 눈빛을 보아하니 타이머를 맞춰놓고 사진을 찍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2F - 4F
사진전은 2층에서 시작해 4층에서 마무리 됩니다. 올라가면서 시대도 업그레이드 됩니다. 2층에는 그녀의 초창기 사진(?)들이 있고, 4층에는 플로라이드 사진들과 비교적 후반부에 찍은 사진들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해외 팝이나 역사 속의 아티스트들을 좋아하신다면 아마 3층부터는 천국의 입구에 계신 기분이 드실지도 모르겠습니다. 유명한 가수들의 사진들이 모두 몰려 있거든요. 개인적으로 그들의 표정이 모두 비슷비슷하다고 느꼈습니다. 그 시대 사진촬영 표정의 트렌드였는지, 그녀만의 시그니처인지는 모르겠지만 말입니다.
폴이 말에 빨리 타지 못해서 딸이 심심했나요?
지금 당장 외국 패션 브랜드 브로슈어로 써도 손색없겠네요.
어디서 반셔터질이니?
언니, 노이즈 맘에 안들죠?
브리티쉬맨의 하루일과?
혹시 미술관에 사람이 너무 많다면?
옆 사람의 압박수비 때문에 짜증난다면. 빨리 빨리 가야될 것만 같다면? 한 발자국 뒤로 물러서서 행렬과 조금 떨어져 사진을 오래 보는것도 방법입니다. 숙연하고 집중해서 볼려면 이 방법이 제일 좋은 것 같습니다. 하나 더 팁을 드리자면 이어폰을 꼽고 그 시대의 음악들을 들으며 감상하는 것도 좋습니다. 그리고 핵가족 대가족 삼삼오오 모여 노가리의 커뮤니티를 만들어버리는 진상들의 잡소리도 인터스텔라로 보낼수도 있으니, 1석 2조입니다.
비록 비틀즈를 즐겨들었던 세대는 아니지만, 카펜터스와 함께 음악적으로 현세대까지 엄청난 영향력을 행사한 그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밴드들의 설명도 깃들여져 있습니다.
Warning - "선 밟지 마세요"
아마 이 사진 근처를 찍고 있을때, 그만 선을 밟고 말았습니다. 직원분이 오셔서 미소섞인 옐로 카드를 눈빛으로 던지고 가셨습니다. 죄송하다고 하고 한 발자국 뒤로 물러났습니다. 혹시라도 거리가 먼 줌렌즈를 챙기실거라면 사거리 유지하시기 바랍니다.
이 눈빛 너무 좋습니다. 애니메이션 카우보이 비밥의 비셔스같은 분위기가 납니다.
오노 요코의 남편이자, 줄리안 레논& 션 레논의 아버지. 존 레논. 얼마 전에 알았는데 리버풀 출신이군요.
아티스트들의 이름은 다 적어오지 못했습니다.
영화감독 짐 자무쉬(Jim Jarmusch)
위대한 아티스트들의 사진들을 많이 찍은 린다매카트니. 저는 아티스트들의 사진들보다 오히려 그녀가 어머니가 되어 가족들을 찍은 사진이 더 끌렸습니다. 그런 소소함이 좋았고, 무엇보다 위대하다고 말하는 이유는 당대 최고의 뮤지션들이 그녀의 셔터에 의해 찍혔기 때문입니다. 그 자체만으로도 역사인 셈이죠. 노출이 어떻고 조리개가 얼만큼 풀렸고 이전에 내가 살지 않았던 시간을 담아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가치가 있는 사진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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