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해피투게더의 게스트는 화려했다. 달샤벳과 애프터스쿨에 이어 2PM까지. 말 그대로 아이돌 3종 셋트였는데. 초반부터 해피투게더는 2PM과 6명의 여자 출연자들로 미팅 프로그램을 방불케하는 진행을 이어나갔다. 해피 투게더에 출연했던 가수들도 몇몇 있어서 그런지 다들 편안하게 녹화한 모습이었다.
그 중에서도 물오른 예능감을 과시하던 게스트가 애프터스쿨의 리지였다. 유재석에게 제스쳐를, 강호동에게 리액션을 배웠다던 리지는 잘하던 못하던 언제나 예능에 출격할 준비가 되어 있는 듯 했다. "리지씨가 좀 예능을 유이 언니에게 많이 가르켜 주나요?" 유재석이 질문하자 리지는 "없어진 프로그램 이야기해도 되요?"라고 말문을 떼자 박명수는 약간의 웃음띈 얼굴로 "안했으면 좋겠습니다."라며 막아섰다.
리지가 "죄송합니다"라고 하자 유재석도 거들며 "없어졌다기 보다는 종영이됐다~"라며 정리했다. 저조한 시청률과 대성 사건으로 난항을 겪다가 결국 폐지된 밤이면 밤마다에 대한 이야기였다. 좋지않은 사건에 의해 막을 내리게 되었다는 인식이 강한만큼 박명수에 이어 유재석도 조금은 당황스러워 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이어 리지는 유이의 밤이면 밤마다 초기의 얼어있는 모습을 에피소드로 이야기 했고, "예~"하며 유재석은 뭘 기대한 것인지 실망한 것인지 상당히 건조한 표정으로 리지를 바라본다. 리지가 이야기를 마치자 유재석은 리액션 없이 "어쨋든 KBS 프로그램을 하고 있지만....강심장, 밤밤."이라며 난색을 표하는데. 그러나 여기서 정리가 되지 않고 박명수는 "밤밤은 아쉽게도 폐지됐습니다. 제 잘못이 아니에요 그거는. 전 진짜 열심히 했어요, 제잘못 아닙니다~~" 라며 대성을 떠올리게 했다.
박명수가 자기 잘못이 아니라고 말하자 중간쯤 유재석은 박명수의 팔을 당기며 만류하지만, 박명수는 멈추지 않았다. 이어 끝인사로 마무리 하라며 유재석이 방석을 깔아주자 박명수는 또 한 번 자기 잘못이 아니라며 안 좋은 기억만 떠오르게 만든다. 시청자 여러분께 감사드린다고 말하라는 유재석의 조언에 박명수는 "시청자 여러분이 감사하게 봐줬으면 안 없어졌죠."라며 쐐기를 박아버린다.
재미있으라고 날린 멘트였겠지만 박명수의 발언은 무책임하고 정도가 지나친 발언이었다. 밤이면 밤마다가 폐지된 결정적 역할도 했지만, 어쨋든 사람이 죽었고 대성이라는 후배 가수의 인생을 한 순간에 바꿔버린 사건이었다. 물론 직접적으로 대성을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대성의 고개숙인 얼굴이 떠오를 수 밖에 없었던 박명수의 발언이었다. 유재석도 대성과 관련된 일이라 그런지 모르겠지만, 옆에서 두번이나 눈치를 주었다. 그래도 박명수는 흥에 겨웠던지 멈추지 않았다. 표정이나 말투로 봐서 억울함은 분명 아니었다.
대성 사건은 만천하에 알려진 사실인만큼 대성과 피해자 가족들, 시청자마저도 쓰라린 기억일 수 있다. 그런 소재를 한 번도 아닌 몇 번씩이나 물고 늘어지며 웃음을 유발했다. 피해자의 가족들이나 대성이 시청하고 있었다면 어떤 가슴일지는 상상이 가지 않는다. 대성을 감싸고 싶은 생각은 없지만, 적어도 같은 연예인의 비극섞인 이야기를 저렇게 웃음으로 회자시킬 수 있나 생각이든다. 이혼도, 도박도 아닌 인명 피해인데 말이다. 결국 박명수는 대성을 두 번 죽이는, 나아가서는 피해자 가족에게도 상처될 수 있는 행동이었다.
유재석의 당혹스러워 하는 표정과 리지의 얼굴을 가리고 웃는 표정이 무척이나 상반되 보였는데. 박명수의 발언에 몇몇 게스트들은 빵 터지며 즐거워했다. 그들의 웃음이 누군가에겐 비수가 될지도 모르는데 마냥 웃을 수 있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들뿐만 아니라 박명수가 몇 번이나 대성을 떠올리게 한 연속성 발언을 그대로 내보낸 해피투게더 제작진도 잔인해 보였다.
물론 박명수의 입장에서는 프로그램을 잃고 열심히 했다는 말 할 자격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누가 열심히 하지 않겠는가? 단지 누가 더 적게 나가고 많이 나가는 차이일 뿐이다. 밤이면 밤마다 폐지의 결정적인 원인을 아는 시청자들에게 묻지도 않은 책임론을 꺼내들고 웃음을 유발하는 오늘의 무리수는 두 번 다시 없어야 할 것이다. 오늘의 해피투게더의 저 장면을 보고 개그일 뿐인데라며 웃는 사람도 많겠지만, 누군가는 통곡을 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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