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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og/Variety

무한도전 자메이카 특집, 2월만큼 짧았던 기대감

by 라이터스하이 2014. 3. 2.

 

 

무한도전 자메이카 특집에 거는 기대가 너무 컸나보다.

자메이카 특집의 부담이 무한도전에겐 너무 컸나보다. 기대보다 아쉬웠고, 생각보다 무리하는 모습이었다. 무한도전 자메이카 특집과 형 어디가를 동시에 내보낸 이번 주 무한도전은 측은하기까지 했다. 한 주를 결방한 후 방송이라고 해서 벌렁벌렁, 가슴을 부여잡으며 채널을 돌린 것도 아니었는데. 평소엔 그렇게 킵해놓고 보고싶었던 무한도전, 오늘만은 스킵을 찾게 되는 게, 왜 그랬을까? 이 프로그램은 뭐든지 한 마디로 이야기하기가 참 어렵다.

 

 

 

혼자 쓸쓸히 떠나던,

둘이서 신혼 여행을 가던 마냥 행복할 것만 같았던 안구정화 로케이션 자메이카. 훈훈함 추가에 생색은 적당히 빠진 담백한 체험 삶의현장 같았던 번지팀 2기. 맨날 먹던 짬뽕처럼 들어갈 것 다 들어갔는데도, 둘 모두가 여운을 남기지는 못한 입맛이었다.

 

자메이카 행을 곱게도 포장하고 있었던 건 빨간색의 가슴뛰는 기대감이었다. 그 빨간색은 노란 유니폼을 입고 뛰는 우사인 볼트와의 만남이었다. 집만 나가도 개고생인데, 4명의 무법자들은 운전석의 핸들조작, 12미터 점프대 위에서 가슴앓이, 반강제적 새벽 기상, 멘탈과의 싸움을 그토록 견디며 스케쥴도 죽도록 우사인 볼트에게 올인했다. 제대로 몰입한 무한도전 자메이카 특집의 작전은 결국 마지막에 성공했다. 우사인 볼트를 만났는데, 만났는데...

 

 

 

인사했다.

기념촬영도 하고, 그렇게 헤어졌다. 그게 끝이었다. 아쉬운 뒷맛은 앙리편의 오마주(영화에서 존경의 표시로 다른 작품의 주요 장면이나 대사를 인용하는 것)였다는 걸 안 것은 한참이나 뒤였다. 우사인 볼트의 하얀 이빨을 무한도전 카메라에 담고, 말도 안되는 달리기 시합을 하고, 무식담긴 반토막 영어로 소통을 하는, 그런 마침표를 기대했나보다. 앙리(티에리)나 볼트나 이름도 5글자에 똑같은 색의 피부에, 미백의 치아가 닮아서만은 아니었다.

 

그 아쉬움은 설레발에서 온 기대치라고 내 작은 가슴은 답을 내렸다.

순간, 유재석이란 동앗줄이 자메이카 팀에 없었던 게 아쉬워졌다. 자메이카행 4색 패키지 멤버들에겐 열정이란 날카로운 칼리 있었다. 한참을 찌르고 찔렀는데, 돌아온 건 참기름 한 방울인 기분이었다. 볼트를 만나고 헤어지는 그들의 표정이 생각보다 밝지 못했던 건 보상심리였을까, 아니면 과다열정 때문이었을까? 기대감 게이지를 넘치게 만들었던 4명의 에너지의 벨브를 잠궈줄 누구, 유재석이란 컨트롤러가 필요해 보였다.

 

 

 

 

정말 이러다가 볼트랑 만나서 100미터 한 번 뛰는거 아니야?

기대를 했었으니까. 김연아도 앙리도 왔다갔는데, 까짓거 볼트도 무한도전 자메이카 특집에 못 나올 이유가 뭐있어? 라는 안일함이 마음속에서 만발하고 있었으니까. "스컬마저도 언제 볼트 만나는거야?"라고 알고 있었으니까. SNS를 나침반 삼아 두 다리를 네비게이션 삼아 떠난 무한도전 자메이카 특집은 적당한 경계심과 침착함, 그러니까 "이거 아직 어떻게 될지 몰라요. 우사인 볼트씨가 당장 어느 대회에 나가거나 여행을 떠날수도 있고 하니까, 그래도 시청자 여러분 저희는 끝까지 최선을 다해서 볼트를 만나러 갑니다. Go Go Go!" 로 끝나는 유재석의 멘트가 단지 필요했던거다.

 

지극은 됐을지언정

공감대는 별로였던 누드비치의 붕 뜬 기분을 맛보는 것 보다는 더 필요했던 동화줄. 짧고 단호하게 기대감을 너무 키워놨다고 말하고 싶지만, 위험한 지붕에 올라가 헐떡이면서도 양념역할을 하고, 나혼자산다에서 스카이다이빙을 한지 얼마되지도 않은 노홍철은 12미터 아래를 내려다보며 또 몸을 던지는게, 그렇게 쉽게 키보드를 놓을 수는 없었다. 설국청소를 향해 달리던 차 안에서 곤히 잠든 길이 유난히 야속해 보였던 이유와 같다. 아쉽기만한 2월만큼이나 짧았던 기대감이 한 없이 얄밉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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