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log/Variety

무한도전 지구를 지켜라, 외계인을 지구인으로 만든 잡스정신

by 라이터스하이 2014. 3. 10.

 

 

번지팀의 명예를 회복하고 자메이카 원정 역시 의미있게 만든 무한도전. 이 번에는 외계인 컨셉이었다. 뭘 해도 나름의 색깔을 보여주는 무한도전이지만, 이 번 외계인 설정은 거리감이 느껴졌다. 물과 기름의 괴리감이었다. 솔직히 아직까지도 과연 이 이야기의 막바지에 흥보다는 망이 기다리고 있을거라는 생각이 든다. 적어도 시청률에선 높은 수치를 기약하긴 힘들어 보였다. 물론 런닝맨에서 보여준 판타지한 설정들 때문인지, 이미 우리는 버라이어티의 광범위한 스펙트럼에 나름대로의 적응이 되어있다.

 

하지만 무한도전의 현실적 메세지 전달과 사회풍자, 그러니까 무한도전이 자주 입는 옷이 아닌 다른 옷을 입었다는 것. 이건 틀림없이 리스크를 껴안았다고 봐야 했다. 왜 무한도전은 외계인과 같은 동떨어진 컨셉을 취한걸까? 이미 포지션을 점하고 있는 그들의 이번 도전의 의미는 도대체 뭘까? 11%의 시청률로 대변되는 반응, 즉석에서 받아먹기도 엄청 힘들어보였던 외계어 애드립으로 도대체 뭘 이야기하려는걸까?

 

 

 

 

왜 굳이 왜계인이어야 했나?

우선 이 번 방송의 컨셉은 외계인이지만 기본적인 틀은 스타킹에 가까웠다. 어딘가 수상하고 기상천외한 개인기를 가진 출연자들이 나왔다. 목적지에 조금 더 빨리 가기 위해 만든 자전거를 누구보다 느리게 타는 학생. 땅을 가르라고 만든 중장비로 두부를 가르는 아저씨. 일반인들에겐 잘 없는, 하지만 그 일을 누구보다 오래해왔을 그들이 주인공이었다.

 

왜 굳이 외계인이었나 하는 설정의 의문은 기묘하게도 이 기상천외한 사람들의 출연으로 이해가 가기 시작했다. 출연자들의 벨류가 올라간 것이다. 무한도전이 외계인 설정으로 이상한 짓(?)들을 해줘서일까? 이들은 조금 더 일반인스러워 보이기 시작했다. 발음 안되는 외계어 남발과 컨셉 설정의 나비효과였다. 무한도전의 비정상적인 행동들로 출연자들은 그냥 지구인의 테투리로 옮겨갔다. '외계인vs지구인'이라는 구도 역시 일반인을 응원하게 만드는 데 한몫했다.

 

 

 

 

'답정너' 세대와 잡스정신

짧게 말해 조금 특이한 일반인을 그냥 지구인으로 포장한 것이다. 그렇게 또 하나의 질문이 생겼다. 무한도전은 왜 이런 설정까지, 촘촘히 짜여진 각본아닌 리스크가 한 눈에 보이는 외계인 특집을 해가며 이들을 출연시킨걸까? 번지팀의 명예를 회복할만할 정도의 저력이 생긴걸 우리도 이미 알고있는데 말이다. 무한도전 지구를 지켜라 방송 막바지쯤, 잡스의 명언들이 떠올랐다.

 

"여러분은 미래를 알 수 없습니다. 때로는 인생이 배신하더라도 믿음을 잃지 마십시오. 여러분이 사랑할 수 있는 일을 찾으십시오. 계속 추구하십시오. 멈추지 마십시오." 출연자들은 적어도 이 명언에 매칭되는 사람들이었다. 미래를 열 수 있는 기술은 물론 아니지만, 이들은 그 일들을 일정기간 해왔을 것이다. 그리고 누구보다 스스로 좋아하는 일이다. 누가 무슨 짓이냐며 이상하게 쳐다봐도 멈추지 않고 계속했던 과거 역시 존재할 것이다.

 

 

 

스스로 외계인이 된 무한도전의 희생

'해보니까 되네?'로 시작한 일. 남들이 하지않는 내가 잘하는 것, 그리고 실패와 관계없이 나만의 것. 무한도전 지구를 지켜라에서 보여준 그들의 특기는 이런 것이었다. 쓸모있던 없던 남들이 하지않는 크리에이티브한 것이다. 실패는 중요하지 않다. 실패와 같이 성장하는 게 더 중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무한도전 지구를 지켜라는 출연한 그들에겐 출연 자체만으로도 의미가 있는 일이다. 하지만 그것에 그치지 않고 스스로 외계인을 자처하며 그들을 일반인의 그룹으로 '스~윽' 밀어넣는데 성공했다.

 

한 사람이 하는 모든 일이 여러 사람들에게 가치있을 수는 없다. 그리고 모든 게 가치있을 필요는 더더욱 없다. 생산적인 가치, 혹은 누군가 가지않는 길은 의미가 없다고 치부하는 사회적 문화. 오히려 정 반대인 사람들을 응원하는 무한도전은 과연 그들답다는 해답을 남겨주며 다음주를 기약했다. 거창한 말일지는 모르겠지만 마지막으로 한마디를 더 붙여본다. 인생은 시작이 아니라 끝이 중요하다고 했다. 우연으로 시작한 일이 세상을 바꿀수도 있다. 실수와 우연으로 만들어진 혁명이라면 코카콜라와 굿이어라면 충분한 증거다. 무한도전 지구를 지켜라는 엄마에게 혼날 짓만 골라서 하는 이들이 결국 주인공이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