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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og/Variety

썰전, 짧았던 1분 '허지웅의 혀를 막은 정기고'

by 라이터스하이 2014. 3. 11.

 

 

 

하드코어란 이름으로 이슈들을 깨부순다는 썰전. 이 프로그램의 매력이라면 객관성이었다. 시상식이며 게스트 섭외며, 모든 방송국들이 팔이 안으로 굽는 체스쳐를 취할 때, 썰전은 연예게의 이슈와 이야기들을 들고 나와 객관적으로 깨부수기 시작했다. 사람인지라 주관적일 수 밖에 없지만, 나름의 객관성을 담보로 한 그들의 이야기는, 분명 다른 공중파나 지상파에서 볼 수 없던 것이었다. 정답이라는 틀에서 벗어나 틀린 건 틀렸다고 이야기하고 맞는 것은 맞다고 하는 배짱의 토론이었다.

 

그 중추적 역할을 했던 건? 허지웅이었다. 허지웅은 다른 패널이 하지않는 이야기와 질문을 했다. 기자라서 그런 것이라기엔 시원한 질문들이 많았다. 모두가 연예인이라 마지노선을 지키고 있었을 때, 눈치껏 광을 팔다가 누군가 하나 죽으면 슬며시 껴들어 방석에 올라탈 때, 허지웅은 객관적인 잣대로 그들에게 캐물었다. 시청자의 눈이 되어 바늘처럼 콕콕 찔러 답을 요구했다. 허지웅의 자체발광이라 해도 됐다. 아쉬운 건 바로 여기서 시작됐다.

 

 

 

 

 

소녀시대 vs 투애니원, 승자는 정기고?

허지웅의 이런 홈런이 요즘 썰전에서 좀처럼 보기 힘든 것 같다. 전보다 미약한 느낌이다. 박지윤이 돌아온 후 썰전 첫 방송, 소녀시대와 투애니원이라는 가요계 최대 이슈를 들고 설전들이 오고갔다. 아니, 오고가기를 바랬다. 방송분 3분의 1이 출산 히우 빠르게 돌아온 박지윤의 컴백 이야기였다면, 또 다른 3분의 1은 이 두 걸그룹의 이야기였다. 하지만 어이없게도 이 이야기의 주인공은 정기고였다. 음원 1위곡인 썸을 소유와 함께 부른 정기고 말이다.

 

두 걸그룹의 음악색깔, 스타일예상, 혹은 컨셉에 대한 점수 메기기 등. 예측이나 비교가 아닌 잡담에 가까운 이야기들이 흘러나왔다. 아쉬웠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중간 중간 정기고란 이름은 여지없이 흘러나왔다. 김구라에서 시작된 이 정기고 레이스는 좀처럼 끝날줄 몰랐고, 주객전도는 코카콜라의 거품처럼 어느새 점점 머리를 들이밀고 있었다. 김이 새기 시작했다. 유난히 베일에 가려진 인물들에 대한 관심도가 높은 김구라, 그를 막을 수 있는 패널의 잘라먹기는 없었다. 만약 썰전이 아닌 라디오스타였다면, 누군가 벌써 물고 뜯어 소강상태를 보였을 것이라 예상했다. 하지만 썰전의 그 많은 패널들 누구도 김구라를 막지는 못했다.

 

 

 

 

시청자의 아바타, 허지웅의 날선 질문이 그립다

웃음은 있었지만 컨텐츠는 약했다. 썰전의 컨텐츠라면 비교분석, 예상 혹은 예측이었다. 이런 걸 뺀 밑반찬의 밥상에서 기대할 수 있는 것은 뭘까? 썰전에서 잔잔한 웃음? 게스트 없는 라디오스타처럼 느껴질 썰전이라면 기대치는 당연히 다운그레이드다. 차라리 라디오스타를 보는 게 낫다. 모두가 웃음을 전제로한 잡담레이스를 펼칠 때, 허지웅은 깜빡이를 켜고, 날선 질문들을 뿌려댔다. 하지만 멘트가 반송되는 편집이 아님에도 점점 줄어드는 허지웅의 방송분량이 아쉽다.

 

박지윤의 컴백 후 첫방송이었던 이 날, 허지웅은 소녀시대 뮤비파일에 정말 이상이 있었던 게 맞냐는 질문을 했다. 물론 이게 처음이자 마지막 질문이었다. 언제쯤 치고 들어올까 하는 기대감, 결과는 1루타였다. 홈런은 아니지만 2루타는 쳐줄거라 생각했는데 말이다. 그리고 2번째, 3번째 타석은 없었다. 허지웅은 연예인들이 좀처럼 할수도 없고, 물을수도 없는 날선 질문들을 뿌려줬다. 썰전에서 시청자의 유일한 아바타라면 허지웅이었다. 그의 날선 질문들이 좀처럼 보기 힘들어졌다.

 

 

 

 

짧았던 1분, 허지웅의 혀는 이제 풀렸다

허지웅의 뮤비관련 질문에 김희철이 다시 뮤비 재촬영을 하러 가는 걸 들었다고 답했다. 시원한 박하사탕의 맛은 아니었지만, 김희철의 휴민트가 가미된 땅콩사탕 정도는 됐다. 궁금한 연예인들의 이야기를 지인 혹은 동료로부터 듣는 맛, 소소한 카타르시스의 시작을 허지웅와 함께 할 수 있는, 그런 와이파이 버전의 썰전이 그리워지는 요즘이다.

 

질문 하나에 그친 허지웅의 혀가 이제 풀리는구나 싶었을 때, 방송의 러닝타임도 마지막쯤에 걸쳐있었다. '뭐야 이거'생각할 새도 그리 길지는 않았다. 방청객이나 시청자가 직접 참여하지 않는 썰전. 정말 궁금한 점들은 물어볼 수 없는 이 방송의 맹점은 항상 시청자와 패널들의 시선이 대척점에 있다는 것이었다. 시청자의 눈이 되어 시청자의 물을 권리대행을 하는 듯 했던, 허지웅의 시원한 활약이 있어야 더 시원해지는 썰전이다. 잔 웃음이 넘치는 이곳, 썰전에서의 한 방이 나오는 도화선이라면 단언컨데 허지웅의 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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