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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og/Variety

무한도전, 욕먹는 박명수의 처절한 투혼

by 라이터스하이 2014. 3. 25.



도대체 시간이 어떻게 흘러갔는지 모르겠다. 지난 주 무한도전 스피드 레이서는 시계가 필요없었다. 깨알재미였다. 챌린지 레이스의 위력은 상상 그 이상이었다. 이미 무한도전에서 F1을 보여줬음에도 그 위력은 두배 이상인 듯 했다. 멤버들이 속도 앞에서 쩔쩔매는 몸개그뿐만 아니라, 이제 이런 레이스와 같은 도전들도 피하지않는 또 다른 재미가 있었다. 그 중에서도 박명수의 노장투혼은 스피드레이서의 또다른 묘미였다. 


무한도전은 시즌에 한 번꼴로 한 명씩 욕먹는 멤버들이 있다. 합쳐졌을 때 최고인 그들에게도 아이러니한 일이다. 박명수가 잘 나갈 때 정형돈이 그랬고, 정형돈이 잘 나갈 때 길이 그랬다. 존재감이 없다고 빠지라는 댓글들이 엄청 많이 달리기도 했던, 아픈 추억이고 기억들이다. 2인자로 우뚝 선 박명수가 요즘 그렇다. 전보다 못한 미미한 존재감을 보이고 있다. 움직임지 크지 않은 개그 특성상 몸을 이용한 특집에선 뒤로 밀릴 수 밖에 없었던, 거성의 입지는 수직하강 치는 듯 보였다. 그리고 얼마 전 이상화와 함께 하던 아이스링크장에서의 부상까지, 안그래도 여론이 좋지 않은 그에겐 악재의 연속이었다. 민폐 캐릭터로의 낙인이었다.




위기의 박명수에게 다가온 챌린지 레이스


이렇게 힘든 일에는 열외의 대상, 귀나치즘의 아이콘으로 등극해버린 박명수의 위기임에 분명했다. 대중들은 측은함이라는 키워드로 대중문화를 소비하지는 않는다는 허지웅의 말이 떠올랐다. 분명 박명수에겐 뭔가가 필요한 시점이었다. 그런 면에서 이 번 무한도전 챌린지 레이스는 두 번 다시 없을 박명수의 기회이기도 한 듯 보인다. 아버지가 택시 기사였다는 박명수는 치고 나오며 노장투혼을 불사르고 있었다. 선전하는 모습에 짠하기까지 했다.


몸을 움직이고 머리를 쓰는 특집에선 큰 존재감을 보이지 못했던 박명수, 그에게 챌린지 레이스는 열정을 불어넣고 있다. 영화 러쉬에서처럼 라이벌 구도를 어떻게든 살려가야했던 무한도전. 그 큰 틀은 유재석과 정준하로 잡히는 듯 보였는데, 이게 웬걸? 꼴지로 밀려버린 박명수는 10대 고등학개 같은 승부욕을 불태우기 시작했다. 그냥 타보고 싶었다고 인터뷰를 했지만, 누구보다 이기고 싶어하는 열정으로 2번째 시승을 남모르게 하고 있었다.




박명수의 쿠테타와 유재석


몇 년 전만 해도 박명수는 이빨빠진 호랑이가 아니었다. 거성댄스를 개발해 이런 저런 방식으로 유재석을 위협하고 있었다. 소년명수는 그 화룡점정이었다. 물론 큰 위협이라기엔 유느님의 입지가 확고했지만, 그 사실만으로도 존재감을 높히는 데 큰 몫을 했다. 그 누가 대한민국 국민MC 유재석에게 덤빌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갖고 있었기에, 1인자를 향한 도전이라는 자체만으로도 대단해 보였다. 그러던 박명수는 이제 유재석이 없으면 안된다며 손사레를 치고 있다.


가끔씩 박명수가 보여줬던 1인자를 향한 도전, 유재석과 박명수에게 쌍방향의 시너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유재석 역시 오랫만에 긴장감을 되찾을 수도 있다. 거성의 부활이라는 점은 이렇게 여러가지 의미에서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 정형돈과 정준하가 박명수를 이용해 치고 올라오면서 박명수의 캐릭터는 그 어느 떄보다 멍들고 나약해져 있다. AI걸린 닭마냥 침묵의 해골 아이콘이 그의 얼굴을 성형수술 시키는 일이 전보다 더 잦아졌다. 이젠 되살아나 1인자를 한번쯤 괴롭힐 때도 된 것이다.




봉인해제의 발판, 노병은 죽지 않는다


한창 좋았던 박명수의 그늘에 가려졌던 길과 정준하가 그 어느때보다 치고 올라온 지금, 박명수의 역할은 분명 예전만 못하다. 가끔 정준하와 짝을 이뤄 개그를 치고받긴 하지만, 전과같은 불꽃 애드립은 좀처럼 포텐이 터지지 않는 모양새다. 필자는 박명수의 무논리 개그를 무척 좋아한다. 어떤 상황에서 웃길 수 있다는 게 박명수의 역할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런 박명수에게서 요즘 측은함을 느끼게 된다. 혹자들은 박명수가 민폐라 이야기들 한다. 요즘 무한도전의 상황이라면 무조건 틀린 말이 아니기에 마냥 웃을수 만은 없다.


악역을 자처하고는 있지만, 후배들에게도 존경받는 그의 제3 전성기가 곧 올거라 믿는다. 얼마 전 UFC에서 32살의 마우리시오 쇼군과 43살의 댄 핸더슨의 경기가 있었다. 댄 핸더슨은 적진에 홀로 들어가 거의 KO당할뻔 한 위기를 넘기며 쇼군에게 승리를 가져왔다. 노련함의 승리였다. 박명수는 무한도전에서 그 어느 때보다 언더독, 불리한 입지에 처해있다. 하지만 노련함 하나만큼은 예능 통틀어서 몇 손가락안에 꼽힌다고 믿는다. 노병은 죽지 않는다는 말을 몸소 실현시켜 주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새로운 전성기, 그 부스터를 챌린지 레이스와 함께 터트리기를 바라는 팬의 작은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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