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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og/Variety

무한도전, 700km 헬게이트를 열게 만든 기대치의 양면

by 라이터스하이 2014. 3. 17.

 

최고는 아니지만 최초인 남자들, 남들 하지않는 일들을 그렇게 도전해온 그들, 흘러흘러 곧 10년이 다가온다. 외계인이건 지구인이건, 소통하는 노력을 제대로 보여줬던 무한도전. 이쯤에서 뭔가 터질때가 되긴 했지만, 자세하게는 알 수 없었던 시청자들의 조바심. 김태호의 작심은 물음표의 그들에게 시스루를 슬며시 들어올렸다. 다음 목표는 바로 KSF(Korea Speed Festivel)란다. 2003년 시작된 이 자동차 레이스, 이미 F1을 경험해본 그들에게 그 정도면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지만, 김태호의 생각은 조금 달랐나보다. 최종 목적지라 다카르 랠리란 말을 들었을 때, 김태호라도 이건 좀 심하다 싶었다.

 

F1의 경험이 있다고는 하지만, 당시 그들이 주행했던 차량은 F1보다 등급이 낮은 차량이었고 실제 경기와는 분명한 갭이 있다. 거기에 죽음의 경주라 불리는 다카르 랠리는 그 난이도가 상상 그 이상인 대회이기도 하다. 평균 15일 정도를 달려야 하는 이 대회는 랠리계의 정글의 법칙이라도 불러도 될만하다. 산악지역부터 밀림과 사막을 40도의 찜통 속에서 달려야 한다.

 

 

 

하루 평균 12시간, 700km를 달려야 하는 이 랠리를 무한도전이 제대로 완주할 수 있을까? 아무리 무한도전이라지만 걱정이 앞선다. 죽음의 경주라는 말이 어울리게 작년까지 60명의 선수와 관람객이 사망하기도 했기 때문에, 애국심을 떠나 인간적으로 그냥 고개를 젓게 만든다. 과정과 열정이 주요 키워드인 무한도전이라 하더라도, 마냥 웃고 떠들기엔 그 리스크가 엄청나기 때문이다.

 

무한도전은 김병만급 배짱으로도 견디기 쉽지 않을 이런 도전을 왜 하는걸까? 모르긴 몰라도 10주년과 연관이 없지않아 보였다. 봅슬레이부터 WM7, 조정에 이르기까지. 매번 힘든 도전을 해왔던 그들. 하지만 꼭 그것 때문만은 아닌 것 같다. 내년에는 브라질 월드컵과 아시안 게임이란 꿀같은 이벤트가 있다. 현지 취재의 개념으로 숟가락만 올려도 시청률의 절반은 굳힐 컨텐츠들이 있다.

 

 

 

그리 쉬운 아스팔트 길을 놔두고 사막을 달린다니. 두가지 빅 이벤트만 하더라도 1년이 짧을 수 있는데 거기에 랠리라니. 그들이 항상 해온 도전중의 하나, 오히려 또 다른 시작의 맥락으로 보는 게 맞아 보인다. 하지만 그 스케일이나 위험부담이 전과는 많이 다르다. 물론 안전을 담보로 하는 촬영이겠지만, 이상과 현실은 항상 갭이있는 법이다. 최대한 체계화했던 그들의 프로젝트를 되돌아봐도 크고 작은 부상이 항상 따라다녔다. 사고와 사건이 더 마음을 울리고 걱정을 만들어냈다.

 

그럼에도 무한도전은 이제 멈출수가 없다. 더 큰 프로젝트로 기다리는 시청자들을 만족시켜야 하는 부담을 갖게 됐다. 어떤 예능프로그램보다도 말이다. 깨알같은 콩트를 보면서도 한켠으로 이제 슬슬 대형 프로젝트를 할 때가 됐는데라며 목마름을 느끼는 무한도전 팬을 때문이다. 더 큰 도전을 해야하는 부담이 그들 스스로도 누적되어 버린 지금이다. 더 버라이어티하고 더 아찔한 도전을 찾을 수 밖에 없는 현실이다. 시청자의 기대치에 대한 보답을 위해서 말이다.

 

 

 

독보적인 이 프로그램이 스스로 만든 한계를 매번 뛰어넘어야 하는 부담, 이제 그들만의 몫이 아니라 시청자의 걱정으로까지 이어지게 됐다. 예전 100분 토론에서 무한도전이 그런 기대치에 대한 부담감을 내려놓고 스스로 웃을 수 있으면 좋겠다라는 김희철의 말이 떠오른다. 무한도전이라는 프로그램이 보여준 것이 많았기에 그런 애정표현도 할 수 있는 게 아닐까?

 

점점 쎄지는 도전의 스펙트럼에 정점을 찍을 이 번 다카르랠리. 위험천만한 이 미션에서 그들은 얼마나 버티고 나갈 수 있을까? 도전 자체만으로도, 다카르에 가겠다는 의지와 열정만으로도 이미 반은 보여준 무한도전. 시청자의 기대치라는 현실이 그들의 위험리스크를 더 크게 만들고 있는 건 아닐까? 여러모로 생각하게 만드는 다카르의 700km 헬게이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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