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log/Variety

무한도전, 벚꽃놀이도 못 막은 박명수의 신의 한수

by 라이터스하이 2014. 4. 7.


무한도전 스피드레이서, 첫 번째 출연자는 역시 유재석이었다. 모두가 예상한대로 흘러갔다. 토너먼트란 장치를 이용해서 레이싱을 했지만, 이미 유재석의 우승 클리셰는 생각보다 토너먼트를 쫄깃하게 만들지 못했다. 설상가상 시청률도 불후의 명곡에 밀리려 하락세를 보였다. 공식직계된 4월 5일의 시청률은 10% 까지 떨어졌다. 물론 불후의 명곡 때문만은 아니라고 믿는다. 벚꽃놀이의 절정시즌에 접어든 이유가 더 크다고 믿는다. 하지만 점차 익숙해져버린 건, 쫄깃함은 편안함으로 변해버린 건 인정해야 하지 않을까? 


이 와중에도 박명수의 열정은 활활 불타올라 뜨거워 데일 지경이다. 그에게 붙은 회춘이란 수식어가 그 어느 때보다 잘 맞아 떨어지는 박명수의 스피드레이서다. 챌린지 레이스에서 박명수는 지는 건 못참겠다는 표정으로 운전대를 잡고 있었다. 마치 사탕을 찾아 떠나는 어리낭이처럼 열정이 만개한 박씨의 회춘모드였다. 그리고 사건은 결국 터졌고, 레이싱 중 박명수는 욕심을 부리다 결국 가드레일에 크게 박는 사고를 당한다.




차가 반파될 정도의 사고였다고 무한도전은 밝혔다. 의아했다. 그 정도 사고면 충분히 이슈화될 수 있었고, 시청자에게 봅슬레이의 오마주로 기억될 수 있었다. 박명수 역시 뒹굴어도 아무도 뭐라고 할 수 없는 급박한 상황이었다. 사고가 나 본 사람이라면 사고보다 휴유증의 크기와 무게를 알 수 있을 것이다. 특히 레이스 중에 일어난 사고는 초보에게 감당하기 쉬운일이 결코 아닐텐데, 사건을 크게 만들고 싶지 않은 듯, 사고마저 쿨하게 넘기는 박명수였다.


얼마 전까지 박명수였다면 어땠을까? 모르긴 몰라도 인상을 찡그리고 벤치에 앉아 놀리는 멤버들에게 발길질을 해댔을 거다. 하루이틀 본 장면이 아니기에, 그럴거라고 예상했던 박씨의 꼬장은 온데간데 없었다. 몇년 간 무한도전을 지켜봤던 필자에게도 나름의 반전이었다. 이런 상황들을 보고 겪고나니 '박명수의 열정은 레알이구나. 버라이어티가 아니구나' 싶었다. 최근까지 여론이 좋지않던 박명수가 이미지를 위해 저렇게까지 하나? 하는 성급한 일반화에 찬물을 제대로 끼얹었다.




물론 무한도전이 전보다 느슨해지고, 자아복제라 느껴질만큼의 시리즈들도 있다. 짜낼만큼 짜낸 상황이 아닐까 보여지니까. 하지만 박명수의 열정은 채널을 돌릴 수 없게 만들었다. 그의 사고에는 걱정이 앞섰지만, 지금까지 그가 보여줬던 개그코드의 양날의 검에서 각성한 모습이었다. 그래게도 시청자에게도 지금 박명수의 텐션은 악마의 꼼수가 아닌 신의 한수다. 다음주도, 그 다음주도 시청률이 더 떨어질수도 있다. 영원한 1인자는 없는 거니까.


요즘 무한도전은 벚꽃놀이, 그리고 장기 프로젝트의 무게감과 피로함이 시청자들을 조금씩 밀어내는 뉘앙스로 보여진다. 하지만 과정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무한도전 시청자들에게 박명수의 열정은 진짜라는 걸 안다. 버라이어티 흉내만 내는 다른 예능과 달리, 자비를 내고 사비를 털어 제작을 이어가는 이들에게 이 프로그램은 삶 그 자체다. 그래서 그렇게 가드레일에 박는 큰 사고도 웃으며 넘길 수 있는 게 아닐까?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