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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og/Cinema

달라스 바이어스 클럽, 냉정해서 더 아름다운 영화

by 라이터스하이 2014. 3. 26.



아카데미의 후광을 입었던 것은 맞지만, 어떤 선입견도 포함되지 않은 감상을 하고 싶었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남우주연상을 제지한 매튜 맥커너히의 달라스 바이어스 클럽, 과연 어떤 영화일까? 매튜 맥커너히가 또 어떤 물오른 연기를 보여줄까하는 관심도 있었다. 이런 만감들이 교차했지만, 결국 영화는 영화로 평가받아야 한다는 사실. 달라스 바이어스 클럽은 이 작은 진실을 입증해줬다. 


트루 디텍티브가 8화만에 첫 번째 시즌을 종영해서일까? 매튜 맥커너히의 색깔있는 연기를 또 한번 제대로 느껴보고 싶었다. 2시간 정도의 러닝타임동안 달라스 바이어스 클럽은 몰입을 꾸준히 유지시켰다. 기대 이상이었고, 역시나였다. 매튜 맥커너히는 이제 어디다 갖다놔도 제 몫 이상을 하는 그런 배우가 됐다. 거기에 영화의 담백한 감성과 방향성이 이 영화를 더욱 더 빛내주고 있다.




에이즈를 소재로 했던 영화들을 돌이켜보자. 항상 마지막엔 울음바다로 만드는 게 일반적이다. 적어도 내가 본 영화들 중에선 그랬다. 항상 최후의 한 방은 눈물겨운 장면들이 약속이나 한 듯 삽입되어 있다. 달라스 바이어스 클럽은 정 반대다. 장르는 드라마에 가깝지만 오히려 파이트클럽을 보고 난 후의 느낌을 받았다. 브래드 피트가 그려졌다. 끝까지 에이즈와 싸우며 지지않는 모습. 


이 영화에서 매튜 맥커너히는 감성을 자극하는 하류인생을 보여주기보단, 어떤 상황에서도 굴하지 않는 상남자의 인생을 보여준다. 그것이 달라스 바이어스 클럽의 중점이다.그래서 마지막엔 눈물을 흘리기보단, 더 악착같이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운을 남기고 눈물로 자극하는, 그래서 쿨하게 뒤돌아서는 시크한 남자처럼 보였다. 그래서 더 아름다웠고 표현하고 싶다. 김치찌게를 끓이면서 수 없이 많은 MSG를 넣는 것보다 오래되고 성숙한 굵은소금 한 수푼을 넣은 개운함과 담백함 말이다.




주인공은 에이즈란 사실을 받아들디고, 지금까지 살아온 과거보다 몇 배는 더 치열하고 냉정하게 세상을 달려나간다. 에이즈를 호전시켜 준다고 알려진 AZT란 약의 숨은 진실과 맞서 싸우며, 자신을 살려나간다. 물론 거기에 그쳤다면 애초에 영화화될 필요조차 없었겠지. 같은 병을 앓고있는 사람들을 위해(?) 멤버쉽을 만들고 병원보다 더 에이즈를 호전시키게 된다. 마치 영화 블로거가 영화평론가보다 더 인기를 얻게 된 것처럼 말이다.


모든 괴물들을 물리치고 박수 갈채를 받으며 금위환향하는 아메리칸 히어로, 그 진부한 스토리가 아니었다는 게 달라스 바이어스 클럽의 최대 장점이다. 팩션의 흐름과 사건들의 배열에 있어서, 지극적이거나 오버스러운 감정 표현이 없다. 마약과 술, 에이즈. 3가지로 그들의 생활과 인생을 대변할 뿐이었다. 비주쥬들이 주류와 맞서 자기 인생을 되찾으려는 모습, 사회적 약자인 이들에겐 최소한의 살 기회도 쉽게 허락되지 않는다는 공감도 역시 들어있었기에 더 좋았더... 온갖 클리셰를 갖다 붙이고 카메라를 휘젓지 않아도, 명품 배우들의 연기와 담백한 연출로도 충분히 아름다운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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