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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og/Cinema

조난자들, 정공법 위에 쓰여진 삐딱한 시선

by 라이터스하이 2014. 3. 29.

 

 

조난자들은 개봉 전부터 이슈가 되었던 저예산 영화. 낮술로 좋은 평가를 받은 노영석 감독의 두 번째 작품이다.
전부터 낮술을 시도(?)해볼까 생각도 했지만, 뭔가 자꾸 손이 안 가다 결국 열게 됐다.

예상보다는 한정된 공간에서 촬영, 연출은 취향에 딱 맞았다. 특히 몰입감이 좋았다. 개인적으로 소수의 인물들이 등장하는 심리묘사 가득한 영화를 좋아하기 때문이다.

한 10분 정도부턴 숙이고 몰입했던 것 같다. 메세지도 놓치지 않았고, 긴장감도 놓치지 않는다. 무엇보다 씁쓸함을 남기는 영화 마지막 감정이 와닿는다.

노영석 감독은 싸움닭이 아닐까?. '영화 속에서 파이프를 쓰고 총을 쏘기 때문은 아니다. 오히려 이 영화는 적나라한 장면은 노골적으로 노출하고 있지 않는다. 그 흔한 칼부림 한 번 제대로 안 보여준다. 보기에는 꽤 살벌한 연출이 나올 것 같은데 그렇지 않다. 보기 좋게 한 번 꼰 느낌이 든다.

그래서 나름의 표현으로 '정공법 위에 쓰여진 삐딱한 시선'이라 적었다.

 

 

 

한 번 실수로 평생 낙인찍힌 범죄자

 

학수는 초현실적 인물. 초반부터 주인공인 상진과의 인연으로 등장한다. (학수역의 오태경도 상진 역할을 했던 전석호도 모두 주연.) 오태경의 역할은 상진을 지키는 것. 상진의 의심에도 학수는 끝까지 그를 돕는다.

재미있는 것은 그가 전과자라는 것. 영화 중반을 넘어서며 호감있는 캐릭터가 되지만, 중반까지만 해도 그는 그냥 2% 모자란 범죄자에 불과하다.

 

범죄자를 통해 '한 번 빠지면 다시 돌아올 수 없는 늪'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걸까?

사회의 시선이 범죄자를 절망으로 내모는 상황, 학수는 사회적 소수자를 대변한 듯 보인다. 경찰인 그의 형 역시도 학수를 끝까지 믿지 못하는 걸 보여주며, 관객에게 여러 질문을 던진다.

 

 

 

 

유미의 죽음은 뭘 의미하는 걸까?

 

조난자들의 홍일점 유미는 진상이다. 중반까지만 해도 '곧 죽겠거니' 싶은 인물이다. 그런데 유미의 비중은 생각보다 적었다. 그저 개념없어 보이는 도시여자일 뿐이었지만, 노영석 감독은 그녀를 끝내 죽음으로 내몰았다. 굳이 클라이막스에서 그녀를 없앨 필요까지 있었을까? 라는 생각도 들었다.

생각할 뿐이지만 노영석 감독은 유미를 '자본주의적 인물'로 묘사하고 싶은 게 아니었을까? 유미는 뱀술이 위험하다는 걸 알면서도, 좋은 술이라고 하니까 마신다. 또 비싸게 굴지만 정작 비싼 샴페인 맛은 모르는 허세. 그런 인물을 없애버림으로써 카타르시스를 주려고 했던 게 아닐까?

 

 

 

공권력으로 대변되는 고지식함의 배설

 

최무성이란 낯익은 배우가 맡았던 경찰 역할. 그 경찰은 사람드르이 죽음에 동생을 의심하게 된다. 곧 학수는 눈물공격을 하며 내가 아니라고 호소한다. 곧 화가 가라앉은 형은 동생을 감싸안아줄걸로 예상했다. 하지만 결과는 전혀 반대였다. 경찰은 끝까지 동생을 동생으로 보지않고 범죄자로 인식했다. 그가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은 딱 두가지였다.

 

범죄자와 비범죄자. 공권력의 흑백논리를 연상케하는 인물의 해부였다. 범죄자, 경찰, 도시의 시민, 자본주의의 표본, 인물들 각자가 보여주는 캐릭터와 사상은 이 영화의 퍼즐조각이었다. 막강한 권력을 행사하려고 했던 경찰을 간첩이 죽였던 장면은 이 조난자들의 또 다른 카타르시스였다. 마치 '일 똑바로 안하면 너도 개죽음'이란 언어유희를 보는 듯 했으니까.

 

 

 

누가 살았냐가 중요하지 않았던 조난자들

 

이 영화는 결말이 무척 중요했다. 상진이 죽었을까, 아니면 간첩이 죽었을까하는 이야기 말이다. 흥행요소엔 자극을 주지 못할지언정, 오락성을 위해서라면 어느 정도의 맺음이 있어야했다. 노영석은 끝내 총소리만 한 번 울려줬을 뿐, 장면을 보여주지 않고 마무리 된다. 애초에 누가 죽었다는 걸 보여줄 생각이 없었다는 거다.

 

누가 살고 죽었는지가 중요한 영화가 아니니까, 애초에 끼리끼리 싸우게 되면 결국 스스로의 궁지에 갇히고 만다는 간결한 메세지를 보여주려 했으니까. 필자를 이렇게 생각했다. 마지막 장면은 아직까지 분단국가인 남과 북의 긴장감은 끝나지 않았다는 걸 보여주는 긴장의 총성 한발에 가까워 보였다.

 

 

 

배후를 철저하게 속여가며 퍼즐 조각을 맞춰간 영화. 수 많은 떡밥과 플롯, 암시들은 적당히 클래시컬하고 다분히 직설적이었다. 정공법에 가까운 이 영화에서 메세지들은 온통 삐딱한 시선이었다. 삐딱하다고 표현한 것은 디스에 가깝다는 게 포인트가 되겠다. 노영석 감독의 정서나 사상이 일그러져있다는 이유가 아닌, 결국 주요 인물들을 모두 죽여버리는 깨알같은 감성, 그 뻔한 메세지지만 뻔번하지 않은 영화 구성의 카타르시스를 두고하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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