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log/Variety

무한도전, 최고 PD 수상한 김태호의 '불변의 법칙'

by 라이터스하이 2014. 6. 25.



이달의 PD상을 수상한 무한도전 김태호PD의 수상소감이 포털 메인에 걸렸다. PD로써 포털 메인에 올라온 사람들이야 널리고 널렸겠지만, 김태호PD만큼 잦은 등장을 하는 제작자는 드물다. 한국 PD 연합회에서 19일 발표한 이달의 PD상은 무한도전 '선택 2014'를 연출한 김태호 PD에게 돌아갔다. 그리고 이어진 수상소감은 무한도전 팬들뿐만 아니라 예능을 만들어가는 사람들에게도 꽤 감동받을 만한 어떤 메세지였다고 생각된다.




"선택 2014는 무한도전의 지난 10년을 돌아보고 앞으로의 10년을 계획하면서 우리가 나갈 방향은 과연 어느 쪽인가를 찾을 때 진행된 것."이라고 말하며 "그 동안 무한도전의 유일한 나침반이었던 시청자의 현명한 판단에 다시 귀 기울여보자는 절실함으로 준비한 기획이다."라는 소감을 들려줬다. 그리고 요즘 한창 위기설로 곤욕을 치뤘던 것에 대해서는 


"앞으로도 시청률이 떨어져 위기설이 다시 고개를 들 것이고, 예상치 못한 논란과 해명이 반복되는 트러블메이커 무한도전이겠지만, 그 때 마다 현명한 해결책 또한 시청자 여러분이 줄거라 믿는다. 시청자 바라기 무한도전의 또 다른 10년 여정은 이미 시작되었다. 그 여정은 시청자 여러분이 있기에 외롭지 않을 것이다."라고 감회를 밝혔는데.




시청자와 함께하는 자가진단

최근들어 여론들이 무한도전을 걸고 위기설에 대한 지적을 꽤 많이 했다. 개인적으로 즐겨보는 프로그램(사실 필자가 즐겨보는 주말 예능은 무한도전이 유일하다)이 그런 소리를 들었을 때 기분 좋을리는 만무하다. 그럼에도 그렇게 와닿지 않으며 위기라는 인식을 하지 못하는 이유는 뭘까? 크게 2가지다. 이 또한 잘 이겨낼것 같다는 믿음, 그리고 왜 그런 말들이 나오는지에 대한 원인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무한도전은 정중앙의 머리크기만큼이나 사이즈가 커졌고, 박명수의 통풍만큼이나 풍파를 많이도 겪었다. 타 예능과의 경쟁을 위해서는 불가피하게 해야했던 확대 편성, 그리고 장기 프로젝트의 과부하가 겹치면서 부담이 가중되었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웃음을 짜내려는 모습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렇게 시청자들도 조금씩 피로도가 쌓여갔다.




그러던 중에 한방 제대로 터트린 것이 바로 무한도전 선택 2014였다. 향후 10년을 이끌 리더를 꼽는다는 대형 프로젝트였고, 누가 뽑힐지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었다. 그러니까 누가 뽑힐지 보다는 오히려 무한도전 자체적인 초심으로 돌아가는 것에 대한 의미가 더 컸던 모양이다. 투표율, 그러니까 그 현장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찾아올지가 무한도전의 지금을 알 수 있는 단적인 잣대가 될 수도 있을 것이고, 그 결과는 물론 대성공이었다. 


그리고 유재석의 1위는 무한도전에게 남다른 의미기도 했다. 무한도전 멤버들 중에서 제작진과 가까운 거리에서 머리를 맞대고 회의를 하는 MC가 바로 유재석이고, 무한도전이 가장 신뢰하는 사람중 한명이기 때문이다. 시청자의 눈으로 자가진단을 받으며 잘하고 있는 부분이 무엇언지, 또 어떤 부분은 채워나가야 할지 매의 눈으로 지켜본거라는 말이기도 하다. 시청자와 제작자의 눈은 애초부터 다를 수 밖에 없나보다.




공감백배 예능을 향한 또 다른 도전

수상소감 중 와닿는 부분이 "현명한 해결책 또한 시청자 여러분이 줄거라 믿는다"는 부분이다. 장수 예능으로써 무한도전의 핵심 키워드 중 하나라면 바로 공감이다. 감히 다른 예능에서 말하지 못한, 어쩌면 말하려고 하지 않는 불편한 구석들에 대한 이야기. 그 가려운 등을 티 안나게 긁어주는 데 있다. 김태호 PD가 무한도전을 다시 잡으며 이런 성격들이 조금씩 짙어진 무한도전은, 말 그대로 한국 예능의 패러다임을 바꿔버린 것이기도 한데. 


그 안에는 공감대가 들어있었다. 사회적인 이슈, 시사 혹은 문제점들을 적나라하게 까대며 버라이어티에 녹여 풍자하기도 하고, 비인기 종목들을 도전하며 '비주류 들여다보기'도 실현했다. 진정성을 겸비한 세상을 제대로 보는 인사이트가 없다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시청자, 즉 여러 사람들을 살펴보는 김태호 PD의 날카로운 눈이 있기에 가능했던 공감백배 예능, 오늘의 무한도전을 만들 수 있었다. 시청자가 불편했다고 말하면 나와서 곤장도 맞아가며 자신을 헐벗을줄도 아는 제작자, 그들의 재도전이다.




진정성과 투명성, 무한도전 불변의 법칙

이렇게 사과할 일이 있으면 핑계도 없이, 언론 플레이도 없이, 미안하다고 죄송하다고 고개 숙이는 방법, 이게 무한도전의 사과방식이다. 요즘엔 정말 쿨해보이지만 이 방법은 당연한 방법이다. 하지만 미디어에서건 어디건 요즘엔 사건이 터지고 사과할 일이 생겨도 결코 한번에 사과하는 법이 없다. 유명세를 탈수록 사과를 하기까지의 시간은 길어져만 간다. 언론이 무서워서, 혹은 주가나 네임벨류 하락을 두려워하는 도망자 코스프레를 서슴치 않는다. 


이런 정공법과 핑계를 대지 않는 투명성이 이들의 심장이고 생명력이다. 무한도전 제작진과 멤버들, 그들이 마음 속까지 천사인지, 아니면 반대로 정말 악마의 자식인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요즘엔 그 흔하고 쉬운 사과조차 하지 않는 참 버라이어티한 프로그램들이 판을치고 있다. 그리고 그들의 공통점이라면 항상 오래살아남지 못한다는 징벌을 받는다는 점이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