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log/Variety

무한도전, 차3대 리더가 얻어맞은 '15억'짜리 곤장

by 라이터스하이 2014. 7. 21.



대한민국 예능 브랜드의 1위는 어떤 프로그램일까? 나열된 데이터나 그런 정보의 좌표는 없지만, 필자는 무한도전에 투표하겠다. 반박할 수 있는 사람이 그리 많지는 않을것 같다. 장기 프로젝트와 함께 의미있는 스토리, 그리고 깨알같은 연출로 장수하고 있으니까. 


사실, 그것보다 더 힘든 것은 그 자리를 사수하는 것이다. 살아남는 게 더 힘든 예능 전쟁터의 현실이다. 무한도전은 그 어떤 프로그램들보다 더 1인자의 위치를 오래 지키고 있다. 어떻게 가능했을까? 박명수로 시작된 곤장 2호에서 그 비법을 훔쳐볼 수 있었다.




- 무한도전다웠던 정공법 -

사실 봄이 슬슬 머리를 들이밀 때부터, 봄이 코치와 레이싱을 할 때 까지. 박명수에 대한 불만접수는 마일리지를 쌓아가고 있었다. 그렇게 스물스물 벌떼들 꼬이듯 웅성거림도 커지기 시작했는데. 미련한 탓인지, 혹은 푸쳐핸섭 하느라 정신없던 탓이었는지, 박명수는 좀처럼 쉽게 고칠 생각이 없어 보였다. 곪을대로 곪아 결국엔 게시판 지분 50%를 남겼고, 곤장 2호가 발령되고 말았다. 


녹화중에 잠을 자는 건 분명 가볍지 않은 죄질이다. 숨길 수 있으면 숨기는 게 좋다. 실제로도 많은 예능이나 컨텐츠들은 좋지 않은 것은 감추려 든다. 그러나 무한도전의 선택은 역시 정공법이었다. 숨기려 하지 않았다. 벌 받을 게 있으면 받으라는 식으로 박명수를 쏘아붙였다. 대형기획사에서 보여주는 '졸기는 했지만 잔 건 아니다' 찬스를 쓰지 않았다. "녹화 일정이 빡빡해 그 형의 고충을 이해한다"는 진부한 클리셰같은 언론 플레이도 없었다. 박명수를 단두대 위로 불러세워 질문공격을 퍼부었다. 이것이 예능 속에서 그들만의 브랜드를 만들게 한 그들만의 그릇인 셈이다. 솔직한 것이 가장 진리에 가깝다는 걸 몸소 실현했다. 미완성의 레이싱만큼이나 감동적이었다.




- 그 와중에 깨알 패러디 -

'CT'라는 로고와 자켓을 입은 무한도전 멤버들을 보는순간 빵 터질 수 밖에 없었다. 잭 바우어 삼촌의 미드 '24'가 단박에 떠올랐기 때문이다. (드라마 24에서 잭 바우어의 소속은 CTU) 그리고 동시에 세월호 사건 역시 데자뷰됐다. 제대로 된 컨트롤 센터가 없었던 우리나라의 얇은 보안 역시 동시에 곱씹을 수 있었다. 물론 무한도전 제작진의 의도가 그것이었는지는 알 수 없다. 다만 지금까지 무한도전을 봐왔던 학습효과였다. 사회 전반적인 곳에도 신경쓰고 있는 그들 덕분에, 나도 한번 더 그들의 아픔을 재조명할 수 있다는 게 의미니까. 그리고 무엇보다 무한도전이 지금까지 무의미한 배경과 설정을 보여준 적은 한번도 없었다는 게 내 기억이다.




- 곤장 한 방의 끝장 이펙트 -

오글거리는 패러디, 좋은 말로 표현하면 B급, 나쁜말로는 소위 '병맛'스러운 모티브. 이것 역시 무한도전의 색다른 매력이다. 이번에도 청문회와 24를 깨알같이 패러디했다. 하지만 얄미움의 끝을 달리던 박명수의 청문회가 그대로 끝이났다면? 이런 연출적 묘미역시 퇴색될 수 있었다. 단언컨데 게시판 지분은 80%를 넘고도 남았을 것이다. 마지막은 진지하게, 이것이 그들이 선택한 반전이자 카타르시스였다. 이 곤장 하나로 무한도전은 많은 것을 얻었다. 무한도전 제작진은 정말 스마트하다는 것을 오랫만에 다시 느끼게 했다.


이 짧고 굵은 한방으로 무한도전은 <박명수의 동기부여>, <시청자의 카타르시스>, <소통하고 있다는 신뢰>, <용서>, <웃음> 이 모든 걸 얻었다. 무한도전 곤장2호에서 그들은 박명수를 정말 재수없고 얄미운 캐릭터로 설정했다. 그리고 칼을 씌워 시청자에게 곤장을 맞게 했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진심으로 사죄했다. 이상하게 얄미운데 한 방에 용서가 됐다. 웃음이 꼭꼭 담긴 상자에 사과의 리본이 달린 택배를 배송받은 기분이었다. '차3대 DJ의 프로정신 결핍'으로 이렇게 웃을 수 있을거란 상상? 절대 못했다.




무한도전의 간접광고 매출 내역이다. 2013년 말쯤 측정된 기록이다. 여기엔 그들의 경제적 가치의 단면적인 인증도 되겠지만, 신뢰라는 천문학적인 가치역시 존재한다. 박명수가 맞았던 곤장은 왜 무한도전이 대한민국 예능 최고의 브랜드인가 하는걸 보여준 장면이었다. 15억보다 더 큰 가치의 신뢰를 앞으로도 지켜주길 바라는 마음이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