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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og/Cinema

한국형 느와르의 한 획 '신세계 vs 달콤한 인생'

by 라이터스하이 2014. 7. 26.


2014년 여름, 지금까지 관객들을 스쳐간 수 많은 느와르들. 그 중에서 대한민국 최고의 느와르 5편만 꼽으라면? 신세계와 달콤한 인생을 빼놓을 수 없을 것 같다. <아저씨>와 <친구> 역시 이 주관적 5순위 안에는 들어가 있다. 그런 관점에서 느와르의 묵직하고 씁쓸한 맛을 제대로 엮어낸 두 작품을 비교해 봤다. 비교해볼 부분은 아래의 4가지다.


- 키워드

- 씬스틸러

- 최고의 장면



키워드


<신세계 : 정체성> vs <달콤한 인생 : 행복>


- 이렇게 키워드랍시고 한 단어씩 나열해 봤다. 여기서 키워드란 것은 감독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극 중 대표가 되는, 주인공이 끊임없이 찾고자 하는 것에 포커스를 뒀다.



신세계

무간도를 모티브로 했다고 밝힌 신세계의 박훈정 감독. 그래서인지 키워드 역시 무간도와 다르지는 않아 보였다. 언더커버물의 주인공들의 최대 스트레스이자 약점, 바로 '나는 누구인가'하는 질문이다. 이자성은 "이번이 마지막이라고 했잖아요.", "이젠 내 마킹까지 합니까?"라는 말로 자신의 정체성을 확인받고 싶어한다. 그리고 마지막 장면에서 보스가 되기로 결심하면서 스스로의 정체성을 만들어 간다.




달콤한 인생

한 단어로 키워드를 단정짓기엔 참 어려운 영화가 바로 달콤한 인생이다. 피가 철철 흘러넘치는, 누가봐도 불쌍한 이 남자는 달콤했다며 떠난다. 일과 고독, 그리고 냉정함을 즐기던 선우. 보스의 여자를 만나면서 행복이란 가치관이 싸그리 흔들린다. 


결국 '모두를 위해서라는 말'과 함께 저지른 한 번의 실수는 그를 낭떠러지로 내몬다. 짝사랑이라는 달콤함, 그리고 직장이라는 인새을 모두 뺏긴 선우는 그 빼앗긴 행복에 대한 억울함을 보스에게 던진다.



신스틸러


<신세계 : 박성웅> vs <달콤한 인생 : 이기영>


- 주연이 아니면서 자꾸만 생각나는 조연, 출연한 시간 대비 강력한 임팩트를 날린 신스틸러를 꼽아봤다. 두 영화 모두 주연들의 연기가 탄탄해서 그런지 고르기가 생각만큼 쉽지 않았다. 신세계부터 살펴보자.



박성웅

"갈 때 가더라도 담배 하나쯤은 괜찮잖아?", 드루와 다음으로 생각나는 명대사, 단언컨대 신세계 최고의 신스틸러 박성웅이다. 신세계 제작진의 다음 영화였던 <남자가 사랑할 때>에서 역시 신스틸러다운 면모를 보여줬는데. 대사를 뱉을 때의 깔끔함과 담백함, 그리고 '관록의 카리스마'가 돋보이는 눈빛은 남다른 포스임이 분명하다. 


누가 황정민의 연기를 받아내면서 존재감있는 광기를 표출할 수 있겠는가? 신세계 프로젝트를 화룡점정으로 이끄는 인물, 전쟁의 도화선에 불을 지핀 장본인. 시공중인 헐벗은 건물에서 양주를 따라 마시는 공허함과 광기를 보여준 박성웅에게 몰표를 던진다.




이기영

황정민과 오달수를 뺀 이유는 그들의 기대치 때문이다. 이 영화에서 필자는 이기영이란 배우를 재발견했다. 등장만으로 호러 영화의 도살자 포스를 보여주며 단박에 머리속에 각인된 그의 캐릭터. 이병헌을 위협하기에 부족했을지언정, 보고만 있어도 무서웠던 장면들이었다. 출연시간 대비, 달콤한 인생 최고의 신스틸러로 손색없다.



최고의 Scene


<신세계 : 엘리베이터 격투 Scene> vs <달콤한 인생 : 보스와의 독대 Scene>



신세계

신세계의 명장면은 역시 "드루와"가 포함된 엘리베이터 Scene이다. 이 장면이 독특했던 나름의 이유는 연출적인 맛 때문이다. 카메라 마사지의 쫄깃함이 색달랐다. 아저씨에서 봤었던 1인칭 시점(마치 서바이벌 게임처럼)은 설국열차에서도 있었는데. 


'합'도 중요하지만 카메라 테크닉을 통해서 더욱 실감나는 액션을 맛볼 수 있었다. 그 좁은 공간에서 사시미 서커스를 보여주는 상상력, 그리고 한정된 공간에서 줌 인 줌 아웃까지 겸한 연출력. 두 글자로 속칭 간지였다.




달콤한 인생

달콤한 인생의 명장면은 역시 예상대로다. "나한테 왜그랬어요"가 되겠다. 리뷰 속에 클리셰를 넣기는 개인적으로 싫지만, 최고의 장면이자 이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매듭인 '결'에 속하기 때문에 꼽았다. "너 그애 때문이냐"라는 질문을 받음과 동시에 선수는 거울로 자신과 마주하게 되는데. 결국 마지막 순간까지 선우는 그 여자를 사랑해서 그랬다는 말을 하지 않는다. 


회상과 독백으로 회유하는 표현 방식으로 여운을 남긴다. 거울을 쳐다보는 선우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이 영화를 몇 번이나 봤지만 아직도 그 이유를 못 찾겠다. 그래서 더 알 수 없는 묘한 매력의 영화다. 이와 관련해 견해나 해석이 있다면 댓글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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