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까지 간다, 스피드는 '탑' 개연성은 '빡빡'

이선균,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 배우에게 거는 기대감은 없었다. 이유라면 중후한 멋이 나는 배우들을 좋아하는 개인의 취향 때문. 그럼에도 이선균의 영화에 더 이상 선입견을 두지 않는 것은, 그의 필모그라피 때문이다. 화차와 골든타임으로 그는 인지도를 높혀갔다. 다작이라면 다작인 그의 영화들과 드라마 활동, 그렇게 차곡 차곡 쌓인 마일리지 덕분인지 연기에서나 비주얼에서 호감형 배우로 자리잡아 갔다.

이 영화에 기대감이 컸던 이유다. 끝까지 간다는 제목만큼이나 스피디한 호흡을 보여줬다. 최근 봤었더 리암 니슨의 영화를 떠오르게 할 정도의 스피드와 몰입도, 가히 독보적이었다. 그리고 경찰이면서 시체유기를 한다는 설정은 아이러니의 완결편이라도 불러도 됐다. 시작부터 아주 뭐같은 상황에 놓인 주인공이었다. 이렇게 파격과 소재의 기대감이 컸었던 탓인지, 후반부로 갈수록 디테일이 조금 아쉬웠다. 물론 킬링타임용 영화에서 뭘 바라시나요 라면 할말은 없다.

젠틀함을 벗지 못한 두 인물

이 영화를 두고 디테일이 아쉽다고 말했는데, 그 첫번쨰가 바로 악역 조진웅과 이선균의 감정선이다. 두 주연들의 첫 만남조차 너무 순식간이다. 서로 대치관계에 있는 것은 누가봐도 확실한데, 뭔가 끈적거리는 감성이 없다. 그래서인지 두 배우만의 장점을 보는 맛은 상대적으로 적었다. 조진웅의 미친 악역은 아쉽지만 끝까지 간다에서 볼 수 없었다. 너무 젠틀하다. 마성적이고 냉현한 그의 광기어린 한방은 붕어빵에 없는 팥이었다. 이선균은 말할 것도 없다. 두 사람의 감정선은 단지 비지니스적 대치관계,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맛을 남겼다는 것, 그게 아쉽다. 두 배우의 연기에 어색함이 없었다는 걸 위안삼아본다.

'강'은 많고 '약'은 적었던 끝까지 간다

스피디한 전개에 맞는 쎈 한방들이 많았다. 몇 번의 폭파와 격투장면. 소위 강에 속하는 부분들은 너무 좋았다. 리얼한 폭파신은 정말 시원했다. 아쉬운 것은 영화의 약 부분에서 감성적인 플롯들이 없었다는 게 아쉽다. 싸우는 과정도 중요하지만 왜 싸우는가란 이유에 한국적인 정서가 부족해 보였다. 이선균은 스스로를 위해 싸운다. 아저씨에서처럼 이웃을 위해 싸운다거나, 올드보이처럼 복수를 위해서만 싸우지도 않는다. 

(물론 동료의 죽음 역시 동기부여가 되었겠지만, 크게 와닿지는 않았다.) 냉정하게 말해 내가 살기 위해서 싸우는 플롯과 스토리다. 조폭시리즈가 한국영화에서 철지난 트렌드라면, 아직 가족코드는 영화를 조금 더 극적으로 활용하기에 좋은 감성코드다. 한국적인 성저를 조금 더 적극적으로 담았다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상대적으로 높은 평점을 받은 끝까지 간다. 빠른 스피드와 몰입도가 좋았던 영화. 끝까지 간다는 달리는 영화라면 손색없는 영화다. 그리고 도전적인 영화였다. 남들 다 쓰는 감성코드를 조금 빼고 오로지 스타일과 구성으로 밀어붙였으니 말이다. 가끔 스피드를 죽이고 한국적인 정서를 조금 더 뿌렸다면? 분명 더 높은 평점과 흥행을 더울 수 있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