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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og/Cinema

드래프트 데이, 2014년 이 땅에 필요한 '사람이 전부다'

by 라이터스하이 2014. 9. 2.


드래프트 데이 '사람이 전부다'

드리프트 데이같은 영화가 필자는 끌린다. 거기에는 보통 도전자 플롯이라는 게 들어가 있기 때문이다. 어디서 본듯한 각종 클리셰와 뻔한 이야기들이 어항속의 물고기떼처럼 넘실거리는걸 알고있지만, 마치 MSG가 들어있다는 걸 알면서도 매번 먹게되는 라면처럼. 뭔가 한방을 전해줄 줄 것이라는 기대치가 있기 때문이다. 누가 나오는가, 어떤 감독이 연출했는가는 그 다음이다. 드래프트 데이같은 영화를 고를 땐 적어도 그렇게 우선순위가 바뀐다. 약자들이 웃을 수 있는 세상을 단적으로 비추는 긍정적인 에너지, 그대들처럼 나역시 도전자 플롯 영화를 좋아하는 이유다.

주인공은 미식축구팀인 클리블랜드 브라운스의 단장. 구단주의 압박과 감독과의 마찰 사이에 머리가 쉬어도 이미 백발은 되고도 남을 자리에서 일하고 있다. 미국에서의 NFL 시장을 생각하면, 영화 속에서 난 짤리겠지라고 노래를 부르는 것도 어느정도 이해가 가고 남는다. 그 살얼음판의 분위기를 그 작은 로케이션 속에서도 뻔하지만 뻔뻔하지 않은, 긴장의 미장센을 감독은 만들었다.



냉정하고 냉정한 NFL은 현실과 닮았다

NFL의 드래프트는 지명권을 갖고 순서대로 선수들을 뽑는다. 무엇보다 재밌는 것이 선수와 지명권을 거래할 수 있다는 점이다. 1초 사이에 몇 백억이 왔다갔다 하는 엄청난 돈의 전쟁이다. 드래프트 데이는 현실세계의 무한경쟁의 그것과도 닮아있다. 좋은 선수임에도 스타성이 떨어져 7순위로 밀려난 선수, 시즌 중에 부상을 당해 자신의 포지션이 위태로운 선수. 아무것도 없는 거품 가득한 인물이 연예계의 큰 별이 되기도 하고, 전과자가 정치를 하기도 하는 요지경인 우리 현실세계와도 별반 다를 바 없는 굴레다.

결국 팀들이 누구를 뽑느냐에 따라 그런 악순환이 계속될지, 아니면 제대로 된 선수들을 뽑아가며 실속있는 트래프트가 될지는 결정하는 것이다. 이런 시스템들이 자본주의 사회의 확장판이라 부를 정도로 흡사하다. 




남들과 다른 것을 보는 자, 결국 사람을 택하다

주인공인 케빈 코스트너는 올해 최고의 선수라 꼽히는 선수를 데려오기 위해, 3년간의 1순위 지명권을 넘기게 된다. 구단을 위해 스타플레이어를 데려올 수 밖에 없었던 주인공. 엄청난 갈등과 난전을 거듭한 끝에 주인공이 택한 것은 스타성이 아닌 결국 사람이었다. 이 영화를 보면서 우리나라의 연예계, 스포츠계, 정치계까지. 공정한 선발이라는 잣대위에 올려놓는다면 과연 어떨까? 하는 생각을 참 많이 했다. 

굳이 의리논란으로 얼룩진 브라질 월드컵의 국가대표뿐만 아니라, 저기 위에 계신 분들에 이르기까지. 너나 할 것 없는 인맥 커넥션의 뿌리깊은 갈증이 되새겨지더라는 거다. 주인공의 바램은 단 하나였다. 내가 원하는 팀을 만들어 보고자 하는 것이었다. 바로 돈보다 우선시 되는 신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좋은 팀을 위해서 데려와야 하는 선수는 좋은 선수였고, 좋은 선수란 그의 기준에 있어서 풋볼에 대한 열정과 인간의 됨됨이였다.




사람이 전부다

이 영화는 해피엔딩이다. 스마트한 주인공은 처음보다 더 많은 기회와 선수들을 사들여 웃으며 엔딩크래딧을 올려보낸다. 이런 류의 영화를 너무 많이 본 탓인지, 망치로 내려찍는 강한 임팩트는 없었지만, 그럼에도 울림은 가득했던 영화다. 여자분들이라면 눈두덩이에 손이 한 번쯤은 갈 수 있을 법한 영화다. 

주인공의 강한 멘탈, 좋은 선택, 한 인물에게서 여러가지를 느끼게 하는 드래프트 데이였다. 그 중에서도 역시 사람이 전부다라는 키워드가 내 머릿속을 가장 강하게 스며들었다. 요즘따라 이 서울이라는 날선 사람들의 도시에서 너무 갈증을 느꼈던 탓인지도 르겠다. 그대가 어떤 포지션에 있던지, 어떤 상황에 있던지, 사람이 전부다라는 불변의 진실을 다시 느껴보고 싶다면? 추천해주고 싶은 영화, 드래프트 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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