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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og/Cinema

비긴 어게인, 공감대의 폐부를 찌른 한 문장

by 라이터스하이 2014. 9. 23.


2013년 존 카니 감독의 작품 비긴 어게인. 2014년 8월에 개봉해 예상치도 못한 인기를 한몸에 받고 있다. 개봉한지 조금 지났다고는 하지만 타짜와 두근 두근 내 인생을 밀어내는 저력을 보이고 있다.극장가를 독점했든 하지 않았든 최근까지는 분명 바다이야기(명량, 해무)가 대세였다. 비긴 어게인은 이들 영화의 썰물과 동시에 떠올랐다. 대형기업들의 '제작과 유통 2잡'으로 인해, 요즘에는 해외영화가 소위 신드롬을 일으키는 기회가 전보다 대폭 줄었다. 

좋은 타이밍 하나만으로는 한국에서 전만큼 관객들을 끌어올릴 수 없다는 이야기다.그럼에도 비긴 어게인은 컨텐츠 하나만으로 예매율 1위를 보이며 OST와 동반 상승 중이다. 주관적인 견해로, 영화 자체만으로 놓고보자면 원스보다 감성적이고 끈끈한 면이 적었지만,'음악'이라는 주제를 놓고 보자면 종합선물세트였다. 최근 음악이 가진 양면성과 진정성에 대한 심층적인 이야기들을 아낌없이 풀어냈으니까. 눈물샘을 자극하는 데는 조금 부족했을지 모르겠지만, 리뷰를 올리는 입장에서는 더 없이 많은 생각을 갖게 해줬다. 그 가운데에는 OST가 있었다.



아닌게 아니라 필자는 영화의 시작부터 이 영화에 제대로 꽂히게 된다. 바로 a step you can`t take back의 가사 한 줄 때문이다. 물론 감성적인 사람이 감성적인 시간대에 감상한 탓이 크겠지만 '너는 홀로 지하철을 기다리지, 너의 인생은 옆에 놓인 가방속에' 이 가사를 보고 공감할 수 없는 20-30대라고 한다면 그건 거짓말이야라고 이야기 하고만 싶다. 흔한 어휘들의 나열이 공감대의 폐부를 마구 찢어 갈겼다. 

20대에 뉴욕으로 와 작은 바에서 노래를 부르는 여주인공. 그리고 저 한문장의 가사. 다른 부연설명 필요없이 한국을 사는 20-30대의 가슴을 쓸어내리기엔 충분하다. 어디로 가는지도 모른 채 회사의 간판을 보고 내 미래를 맡겨버리는 청춘들, 타인의 시선으로 내 얼굴을 조각하고야 마는 그와 그녀들. 공감대의 폐부를 찌른 한줄의 가사가 아닐까? 




100미터 마라톤과 같은 흥행작들이 관객들의 표를 우르르 걷어가고, 그 뒤에 조용히 나타나 꾸준함과 공감대란 잽을 날리고 있는 비긴 어게인. 다양성이란 수식어를 가진 작품들이 얼마만에 탄력을 받고 날아오르는건지 가물가물하다. 그만큼 관객들 역시 마케팅과 라인업에 치중한 작품들에 대한 스트레스를 갖고 있다는 반증은 아닐까? 그것도 아니라면 슈스케나 KPOP스타에 지친 대중들이 담백하고 진정성있는 음악들을 듣고 싶어서는 또 아닐까? 여러 생각을 갖게 하는 비긴 어게인이다. 

되돌아올 수 없는 한 걸음이라는 가사만큼, 실패하면 낙오자로 찍혀버리는 이놈의 세상. 또 한번 '드루와'를 외치기엔 꽤 감당하기 힘든 펀치들. 지금을 사는 우리의 단면을 달래는 이 노래는 당분간 계속 플레이리스트에 있을 것 같다. 오늘 하루 수고했어라고 말해주지 않아도 좋다. 노래에 이펙트를 먹이지 않아도 좋다. 기교없는 담백함이 주는 목소리의 여백, 그리고 공감가는 가사 한 줄이면 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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