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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og/Cinema

박찬욱의 아가씨, 잭팟을 위한 3가지 과제

by 라이터스하이 2014. 9. 18.


6년만에 국내 개봉작으로 돌아오는 박찬욱. 아가씨는 과연 천만 관객을 넘을 수 있을까? 봉준호, 박찬욱 감독이라면 일단 안보고도 GO다. 물론 박찬욱의 복수시리즈를 포함해 모든 작품이 감동과 재미를 동시에 주지는 못했다. 하지만 올드보이 하나만으로도 박찬욱은 박찬욱아닌가? 그래서 더 기대되는 차기작 아가씨. 핑거스미스란 원작이 모티브다. 원작에 대한 정보가 없는 상황에서 이 작품을 겉핥기(말 그대로) 해봤는데, 한 문장으로 요약하자면 주된 키워드는 두 여자의 스파크였다. 빅토리아 시대의 '역사 레즈비언 서스펜스'라는 수식어를 붙인 기사들이나 포스팅들이 보였다. 그렇게 이해하면 될 듯 하다. 




모티브 영화들에 대한 인식 역시 바뀌고 있는 게 2014년 극장가다. '원작은 이랬는데 영화는 어떻다'는 썰보다는 '원작을 어떤식으로 재구성 했는지'가 최근 감독들을 평가하는 중요한 잣대중 하나가 되고 있다. 그만큼 퓨전 컨텐츠의 시대이며, 태양아래 새로울 것이 없다는 콜라보의 세대다. 필자는 핑거스미스라는 작품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하지만, 박찬욱이라면 어떻게 표현할까란 궁금증이 생겼다. 그리고 제 아무리 박찬욱이라도 아래 3가지 과제를 풀지 못한다면 쉽지않은 컴백이 될 것이란 생각을 조심스레 해봤다.




레즈비언 키워드, 어떻게 풀어낼 것인가?


올드보이가 최고의 영화라는 칭호를 얻을때, 그 때만 해도 보이지 않던 의견과 썰들이 있었는데. 바로 근친을 다루고 있다고 불편하다는 지적들이 의외로 꽤 있었다. 이 번 영화 원작 역시 레즈비언의 불꽃튀는 스파크를 다루고 있기에, 더 흥미롭다. 물론 올드보이의 학습효과를 생각하면 기대가 더 크다. 올드보이에서 박찬욱은 근친이라는 키워드를 꽁꽁 싸매며 최후의 카드로 활용했다. 만약 그 키워드를 복수의 막바지가 아닌 초중반부에 섣불리 꺼냈다면, 자칫 올드보이의 뒷심이었던 '복수 키워드'는 상대적으로 묻혔을지도.아가씨는 올드보이와 상황이 다르다. 원작에 대한 정보들이 여기저기 나돌아 다니며, 회자되고 있다. 레즈비언이란 키워드를 어떻게, 그리고 얼마나 한국정서에 맞게 희석시켜 영화에 대한 몰입도를 떨어트리지 않는가가 중요한 숙제 중 하나다. "박찬욱이라면 해낼 수 있을거야"란 기대치가 있다. 양날의 검인 셈이다.




박찬욱과 여배우, 그리고 페르소나


언제부턴가 박찬욱 감독이 영화를 찍겠다고 하면 사람들이 웅성거리는 한가지 주제가 있다. "여주인공은 누구인가?"하는 것이다. 그의 영화에서 파격적인 역할때문인지, 강혜정이나 김옥빈처럼 유독 여배우들이 집중조명을 받는다. 그만큼 박찬욱의 선택을 받는 여배우들은 이슈를 밟고 올라선다. 여기에 한가지 더 보태자면 봉준호 감독이나 김기덕 감독처럼 딱하면 척하고 떠오르는 페르소나가 없다는 점이다. 물론 남자배우로 송강호나 음악감독인 조영욱은 그의 페르소나라 불러도 될 법하지만, 여배우는 쉽사리 떠오르지 않는다. 그래서 더 예측하기가 어렵다. 혹자들은 김옥빈을 다시 아가씨에서 보고싶다고 했지만, 지금까지 로테이션 되었던 라인업을 보면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봉준호 감독은 살인의 추억과 설국열차에서 송강호란 배우를 라인업에 올렸다. 두 작품은 정서적으로나 소재로 보나 무척 다르다. 그럼에도 봉준호는 송강호란 배우를 선호한다는 것을 캐스팅으로 증명해 보였다. 서로 작품에 대한 공유를 하는 봉준호와 박찬욱의 큰 차이점 중 하나인데. 여배우들의 발견은 잦지만, 재발견은 흔하지 않은 대한민국 충무로에서 그는 어떤 여배우를 선택할까?



박찬욱의 마지막 과제


레즈비언의 사랑이란 감성, 그리고 감정을 올드보이만큼 잘 각색할 수 있을까? 역시 걱정반 기대반이다. 얼마 전 생각만큼의 재미는 보지 못한 하이힐이 떠오른다. 성정체성에 대한 영화를 다운 이 영화는 성에대한 갈등으로 시작했지만, "칼부림만 기억에 남는다"는 혹평을 꽤 많이 받은 기억이 있다. 그만큼 사회적 반감이 깔려있는 이런 주제는 '셰프에게 까다로운 복어요리를 맡기는 것'과 비슷하다.


독립영화가 아닌 상업영화이기에 더 조심스럽다. 감성적인 오락영화를 잘 만든다고 생각했던 장진 감독도 쉽게 요리하지 못했던 이 가시 가득한 생선을 박찬욱 감독은 올드보이만큼 한 상 차려 올릴 수 있을까? 올드보이에서는 자매간의 사랑, 아가씨에서는 레즈비언의 사랑. 이 불편하고 비정상적인 러브라인의 줄타기가 박찬욱의 3번째 과제가 될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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