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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el/2014 · Jeju

제주도여행 - #5 도착: 용담해안도로-용연다리-월정리해수욕장-성산일출봉

by 라이터스하이 2015. 1. 2.



와야지 와야지 하면서 미뤄둔 곳,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이제 한 번쯤 가본다는 그곳. 33살이 다 되어서야 도착하게 된 제주도. 내 첫 눈을 맞이한 것은 돌하르방이었다. 이미 꽤 오래 전에 첫 눈이 내렸던 서울과 달리 이곳 날씨는 한 없이 따시다. 나는 빠르고 급하게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렌터카 하우스를 찾았다. 드라이브에 한이 맺혀있었기 때문이었다. 3번 출구로 나와 길을 건너 오른쪽으로 길게 나있는 길을 따라 갔다. 그런데 여기가 아니었다. 예약한 렌터카 사무실은 공항에서 꽤 떨어진 것이었다. 




그것도 모르고 렌터카들의 사무실이 모여있는 곳으로 가버린 것이다. 전화를 하고 나서야 픽업을 하러 온 직원에게 차를 받을 수 있었다. 혹시라도 소셜커머스에서 렌터카를 예약한 사람이라면 공항에서 내려 바로 전화를 하는 것이 좋겠다. 공항에서 내리자마자 전화를 하라고 문자가 왔음에도 말을 듣지 않고 헛걸음을 해버린 것이다.


처음 도착한 제주도에서 기억나는 건 두 가지다. 저 돌하르방과 중국인들이다. 떼를 지어 다니는 그들은 어디든 있는 것만 같다. 마치 오사카에서 지나갈 때 마다 한국사람 목소리가 들리듯이 말이다. 제주도 대표 관광지가 아닌 알려진듯 아닌듯한 코스들로 채운 건 역시 잘한 선택이었다. 맑디 맑은 하늘과 함께 2-3장의 사진을 찍고 렌터카 사무실에 들러 보험가입을 한 뒤, 그렇게 공항 근처부터 수색하기 시작한다.



K3, 생각보다 잘 나가고 예상보다 아래가 묵직한 이 차를 타고 도착한 곳은 용담해안도로. 공항 날씨와 달리 하늘이 슬슬 정색하는 것 같아 불안했다. 오기 전 확인한 바로는 흐리다는 말은 없었는데도 말이다. 다녀와서 다시 한 번 느낀 점이지만, 바다 날씨는 변덕이 심하니 일기예보를 100% 신뢰해서는 안될 것이다. 매번 느끼면서도 매번 까 먹는 이유는 역시 내가 가있을 동안에는 괜찮을거야라는 자만 때문이 아닐까.



다른 바다와 다른 것이 있다면 제주도의 바다는 덜 훼손되어있다는 점, 그리고 해안도로라 불리는 곳들은 시설이 잘 갖춰져 있다는 점이다. 도시 전체가 관광지라 봐도 손색없기 때문이어서일까, 깔끔한 시설은 관광지답다는 생각을 갖게 한다. 5분 정도 내려 바닷가를 감상했다. 역시 혼자 여행이다 보니 아직은 불안한 기분이 들었다. 그래서 돌다리도 두들겨보자는 심정으로 올레길 순회를 하던 아저씨에게 묻는다


"길 좀 여쭐께요 어르신, 여기 용연다리가 어디쯤 있나요?"

"바로 여기 위쪽에 있어요."



이 외에도 해안도로의 시작과 끝이며, 올레코스의 전반적인 설명도 들을 수 있었다. 친절했다. 섬세한 설명을 마저 듣고 시동을 걸어 용연다리로 향했다. 이곳을 보자마자 든 생각은 커플들이 위에서 사진찍으면 예쁘겠다. 혹은 영화 배경지로 써도 예쁘겠다라는 생각이었다. 이별한 남녀가 다리 맞은편에서 달려오는 장면을 롱테이크로 담아내면 예쁜 그림이 나오겠다 싶었다. 왜 그런 생각을 했는지는 모르겠다. 아마 높고 아담한 다리가 너무 예뻐서 감성적인 내면을 건드렸나보다. 찡그린 날씨와 달리 다리는 불빛이 없어도 빛나고 있었다. 커플이라면 이 다리위에서 사진 한 장을 찍는 것도 평생의 선물이 될 것 같다



"이제 시작이야" 라는 기분으로 나는 달리고 또 달렸다. 그리고 시간이 멈추는 곳이라는 문구가 보이는 이 카페에서 라떼 한잔을 마실 때 까지 멈추지 않았다. 용연다리를 지나 온 이 곳은 월정해수욕장. 역시 커플지옥을 제대로 맛볼 수 있는 곳이다. 블로그나 카페 등의 웹을 통해서 이미 많은 사람들이 보았을법한 월정리 해수욕장. 바다를 배경으로 벤치에 앉아 사진을 찍을 수 있는 풍경이 색다르다.



다른 카페보다 사람이 적은 카페에 들어가서 라떼 한잔을 주문하고 앉았다. 어딜 가더라도 혼자 온 사람은 나밖에 없어 보인다. 덕분인지 시선도 조금 받을 수 있었다. 뻘줌할 때도 물론 있었지만, 나름대로 신선한 경험이라 나쁘지 않았다. 카페 안에서 밖을 바라보고 있는데, 이 경험은 서울에 다시 와서도 잊을 수 없을 것 같다. 




매일 밤 강남카페에 앉아 내가 써놓은 글들과 한 바탕 전투를 치르다가, 아무도 모르는 이곳에서 바다를 배경으로 마시는 라떼의 맛이란 자유 그 자체였다. 아쉬운 점은 커피가 맛이 없었다는 점. 커피값은 바다배경이 대신 채워주고 있었으니, 카페 안에서 담을만한 사진들도 많았으니, 그것도 본전이라 여기기로 했다.



월정리 해수욕장에서 한 시간 정도를 머무르고 주차장을 나왔다. 그런데 이거 시간이 애매하다. 시계는 5시밖에 되지 않았는데, 해는 취해 넘어가고 있고, 예약한 펜션으로 바로 들어가기엔 뭔가 아쉽다. 성질급한 코스정복자를 자처하는 나는 다시 엑셀을 밟았다. '그래 성산일출봉으로 가자' 못 먹어도 고였다.



아니나 다를까, 사람들이 내려오는 게 보인다. 이게 아닌데... 카메라를 들고 올라가며 생각했다. 그럼에도 이 절경앞에서 다리는 멈출줄 몰랐고, 첫 쉼터에서 난간위에 카메라를 얹었다. 나름의 임기응변으로 야경사진을 담아봤다. 삼각대를 챙겨오지 않은 게 아쉬웠던 곳이 바로 여기 성산일출봉이다. 여수의 돌산대교 야경만큼 화려하지는 않았지만, 나름 예쁜 야경이다. 돌산대교 야경이 광각렌즈를 이용해 세로로 찍기 좋다면, 이 곳은 파노라마 샷을 찍는 사람들에게 인기가 많을 것 같다. 그나마 제대로 된 야경 사진은 하나 밖에 건지지 못했다. 바람을 견디면서 담은  4분 30초짜리 성산의 야경이었다.

6시 20분쯤 되니 방송이 흘러 나왔다. 6시 30분에 불을 끌 예정이니 내려 오라는 소리였다. 나는 한창 정상에서 한장 더 담아보려고 올라가는 길이었다. 

'아 이거 큰일이네'



어쩔 수 없이 내려가는데, 나를 지나쳐 이제서야 올라가는 사람들도 있었다. 예전같았으면 무시하고 올라갔겠지만, 이제 조금은 철이 들었나 보다. 욕심부리지 않았던 첫 날의 숙소로 향했다. 호텔을 잡을까 생각도 했지만, 호텔보다는 좀 더 편안한 분위기가 맞을 것 같았다. 성산일출봉에서 내려와 해안도로를 타고 그리 멀지 않을 곳에 있었다. 출발 전 예약해 두었던 꽃담펜션이란 곳이다. 원룸형태의 펜션으로 가격대비 괜찮았다. 성산에서 하루 머물 생각이라면, 가족 단위의 여행객이라면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짧게 리뷰를 써놓고 내일을 준비할까? 이런 생각도 잠시, 피곤한 마음에 잠이오지 않는다. 다시 시동을 걸고 근처 해안도로를 따라 달려본다. 카페라도 찾아볼까란 마음으로 출발했지만, 카페는 커녕 마트 하나도 찾기가 힘들다. 그나마 리조트에 딸려있는 편의점 하나가 전부다. 다음 날 아침에 출발할 때 이곳 역시 간판이 꺼져있는 걸 보았다. 여기에서 24시간 영업하는 곳은 기대하지 않는 게 좋을 듯 싶다. 1시간 정도를 홀로 돌아다니다 돌아와 잠이 든다. 다음 리뷰부터 본격적 코스정복의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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