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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el/2014 · Jeju

제주도여행 - #7. 엉또폭포-논짓물해안-방주교회-오설록-더럭분교-월령리선인장마을-신창바다목장-환상숲-새별오름

by 라이터스하이 2015. 1. 12.






30대 남자 혼자 떠난 여행길에서 새벽 4시에 일어나 뭘 할 수 있을까? 모바일 게임? TV보기? 필자는 자주 오지 않는 이 1급 호텔에서 셀카찍기를 선택했다. 셀카는 그녀들의 전유물로만 생각했는데, 이 번에는 조금 달랐다. 나를 위해 찍기로 했다. 잘난 얼굴도 아니었지만, 한 없이 떨어진 자신감을 갖고 이 번 여행을 시작했기에, 뭔가 변화가 필요했다. 누구의 말처럼 인간은 균형을 추구한다는 이유가 아니었을까 싶다. 한 시간이나 이리저리 설정을 하고 찍어댔다. 한 시간쯤 그렇게 놀다가 조식을 챙겨먹고 마지막 날의 일정을 시작했다.








비소식에 불안했었는데, 이 날 내가 있었던 곳에선 비가 오지 않았다. 쾌재를 부르며 첫 코스인 엉또폭포로 향했다. 감귤 농사가 한 창인 좌우의 배경들을 지나고 지나 도착했다. 이른 아침부터 제주도민 사람들은 일로 바빴다. 아주머니에게 엉또폭포의 자세한 위치를 물어봤다. 생각보다 꽤 걸어들어가야했다. 





폭포는 비오는 날에 가야 볼 수 있다고 했던가? 엉또 폭포에서 물은 구경할 수 없었다. 매말라 있었다. 낭패로구나 싶었지만, 이 곳역시 주위 배경들이 섭섭치 않게 눈을 채워주고 있다. 햇살조차 쉽게 비집고 들어올 수 없을만큼 울창한 숲과, 감귤밭들이 비로소 내가 제주도에 있구나 싶게 만들어준다. 감귤이 갑자기 먹고싶어 아까 길을 알려주셨던 아주머니를 찾았는데 보이지 않았다. 하긴 그 넓은 감귤밭을 가꾸어 내려면 한 자리에 머물러 있는 것도 쉽지는 않은 일이지 싶다.









이곳은, 제주도민들도 자주가보지는 않는다는 논짓물 해안이다. 네이게이션에는 논짓물 해안이 나오지 않아서 핸드폰으로 주변을 검색해 찾아갔다. 얼마나 세월을 맞아 둥글게 깎였는지 알 수 없는 돌들, 감귤보다 조금 더 짙은 이끼들, 그리고 따듯한 햇살. 내리자마자 뭔가에 홀린듯 돌을 밟고 걸었다. 뒤뚱뒤뚱, 미끄러운 돌들 때문에 고생스러웠다. 사진을 담을만큼 담고 돌아오는데, 여자 두 명이 내릴 준비를 하고 있었다. 유명하지 않은 곳이라고 했는데 잘도 찾았다 싶었다. 이 곳이 정말 지금 겨울인가 느껴질 정도의 억새와 꽃들을 만날 수 있는 곳이었다.





건물 하나의 색감 때문에 끌려온 곳이 방주교회였다. 이국적인 느낌의 교회, 큰 감흥을 느끼지는 못했다. 열 몇 장의 사진을 찍고 바로 빠져나왔다. 건축물이나 디자인에 관심있는 사람이라면 들러봐도 좋을 듯 하다. 내부에는 들어가보지 못했다.






오설록을 두고 가야하나 말아야되나 생각이 많았다. 서귀다원을 이미 다녀왔기에 큰 환상은 없었다. 다만 더럭분교로 가는 길이 멀었기에 가는 길에 들렀다 가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서귀다원을 이미 가보았기 때문인지, 역시 큰 감흥은 없었다. 규모가 크고 카페시설이 잘 되어있다는 점. 한 마디로 사람많고 관광지스러운 곳이었다. 제주도하면 그래도 오설록을 빼놓으면 안된다고 생각했다. 말 그대로 '예의상' 가보는 곳 중 하나가 아닐까.













소소하고 깨알같은 여행지를 좋아한다면 더럭분교는 좋은 선택이다. 제주도 서부쪽에 있는 이 곳. 정식 명칭은 애월초등학교 더럭분교였다. 동심으로 돌아가기에 좋은 곳이기도 하다. 

2일차까지 정말 필자는 빡센 여행을 했다. 3일차에 들어서면서 코스 몇군데는 쳐내자고 결심했다. 더럭분교가 마지막 목적지였는데, 또 시간이 남는다. 이효리의 집이있다는 소길리로 가볼까 하다가 이효리집은 구조상 밖에서 확인할 수 없다고 해서 포기했다. 그래서 코스없이 직진만 해보기로 했다. 그러다 화장실을 찾다가 월령리라는 곳에서 내렸다.











관광지가 너무 많아서일까? 또 하나의 여행지가 얻어걸렸다. 자생 선인장 단지. 그러니까 선인장이 자기 혼자서 자라는 마을이 바로 이곳이었다. 얼마만에 보는 선인장인지 기억도 나지 않았고, 얼마만큼 열린건지 셀 수도 없었다. 월요일이라 조용한 탓도 있었겠지만, 이 곳은 유명한 곳은 아닌 듯 보였다. 나름 발견이었다. 강하게 올려치는 파도가 쎄게 생긴 선인장과 잘 어울린 동네였다. 곳곳 보이는 풍차는 여기가 한국인지 외국인지 헷갈리게 했다.



그 풍차를 따라 조금 더 가면 바다목장이라는 곳이 나온다. 사진 찍기에 정말 좋은 곳이다. 바다바람만 조금 덜 불었다면 20-30분 앉아서 있고 싶은 곳이었다.










밟고 밟고 찍고 찍어도 아직 시간이 남았다. 또 움직인다. 코스 정복을 위해서 말이다. 다음으로는 비오는 날 가면 그렇게 좋다던 환상숲이다. 숲보다는 바다를 좋아하는 게 내 성향이다. 그래서 환상숲은 리스트에서 뒤로 밀어놓았었다. 이 곳 역시 가보길 잘했다. 많은 것을 보았고, 많은 것을 느꼈던 곳이다.

5천원 입장료를 내면 가이드분께서 같이 올라가면서 숲에 대한 설명을 해준다

숲이 다 솦이지 뭐 별거 있나?



오산이었다. 이 숲은 환상과 신비가 숨쉬는 그런 숲이다. 알록달록한 컬러풀한 숲이라서가 아니다. 남방한계식물과 북방한계 식물들이 같이 산다는 오묘하고 신기한 그런 섬이다. 나무들이 돌틈 사이로 뿌리를 내리고 올라오며, 고사리의 종류만 170가지가 넘고, 소나무, 아이비, 도토리나무 등. 수 많은 식물들이 밀림같은 숲을 이루고 있다. 엄청난 내공과 지식을 자랑하는 가이드분의 지식을 머리에 다 때려박지는 못했지만, 이 숲은 곶자왈이라는 곳에 위치하고 있고, 식물학자들도 100% 이해하지 못하는 신비의 숲이라는 점이 기억에 남는다. 2-3미터 간격으로 곶자왈인 숲과 그렇지 않은 숲이 나란히 위치해 있는데, 말 그대로 환상의 숲이다.

환상의 숲까지 돌고보니, 새별오름을 제외하면 처음 계획했던 21개의 코스를 다 돈것이었다. 

'이쯤되면 안갈 수 없잖아'






마지막 목적이진 새별오름으로 향했다. 이효리가 추천했다고 한다. 그녀의 최근 행보를 생각해보면 조용한 곳이라 느껴졌다. 가보니 그랬다. 따라비 오름보다 사람이 조금 더 있었지만 일몰 근처의 시간에 들른다면 좋은 곳이었다. 개인적으로는 따라비오름이 더 좋았다.




이곳을 마지막으로 이 번 여행을 끝냈다. 다녀와서 생각해보면 꽤 무리였던 제주도 여행이었다. 출발하기 전 심리상태도 무거웠고, 뭔가 집중할 것이 필요했다. 21개 정도의 코스를 2박 3일동안 돈 이유도 그것인 듯 싶다. 혼자 떠나도 좋고, 둘이 떠나면 더 좋을 수 있는 제주도 여행이지 싶다. 떠날 수 있을 때 떠나야 한다는 사실은 이번 여행에서도 느꼈다. 




간사이 여행을 다시 떠올리면 재즈가 생각나는데, 이번 제주도 여행은 오아시스의 Stand by Me가 생각난다. 해안도로를 달리며 Stand by me를 듣는 데 그렇게 행복할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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