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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og/Variety

무한도전, 유재석-정형돈 다툼 편집하지 않은 이유

by 라이터스하이 2011. 7. 24.

무한도전, 유재석-정형돈 다툼 편집하지 않은 이유
지난 주. 개리데프콘의 합류로 예비 후보 멤버까지 뽑을 수 있게 된 무한도전 조정특집. 이번주 부터 본격적인 강화 훈련을 위해 강원도 화천호에서 합숙에 돌입했다. 남은 시간은 보름남짓. 연습시간이 충분하지 않기에 로잉머신까지 힘들게 공수해오며 훈련 의지를 불태웠던 김코치와 제작진이었다.

몸풀기와 스타트 훈련을 마친 무한도전은 본격적인 2000m 레이스를 펼쳤는데. 그 결과는 암울했다. 9분 46초. 김코치는 멤버들을 불러놓고 정색하며 '충격적이었다'며 지금까지와 달리 쓴소리를 했는데. 그도 그럴것이 방송도 방송이지만 대회를 나가야 하는 무한도전의 입장이고, 조정에서 가장 중요한 멤버들간의 호흡이 맞지 않았던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김코치는 '끝까지 화이팅을 외치던 유재석과 진운이 고전해 주었기에 그나마의 기록도 나올 수 있었고, 다른 멤버들은 배에 하나도 보탬이 안된 것'이라며 고개를 떨군 멤버들을 향해 답답함을 내비췄다. 특히 정형돈과 데프콘에게는 '솔직히 그냥 얹혀타고 온 것'이라며 '배에 도움이 하나도 안되었다'고 말했고, 정형돈은 '죄송합니다'라며 고개를 떨궜다.

잔소리를 듣고 기분좋을 사람이 있을까? 다운되었던 무한도전의 암울한 분위기는 휴식 시간에도 쉬지 않고 계속되었는데. 쳐져있는 멤버들을 추스려 보려는 유재석이 포문을 열었다. '조금 더 길게 탔더라면 지금보다 훨씬 기록이 좋을 수 있었을 것인데 너무 쉽게 한 두명씩 중간에 포기를 하게 된다는게 아쉽다.'며 분발을 요구했는데. 

유재석의 말에 정형돈이 억눌러있던 감정을 호소하듯이 '체력적인 부분도 있고, 못 탄 것은 인정하지만 포기한 사람은 없다'며 그래도 알아주길 바라는 표현을 꽤 감정적으로 이야기 했다. 유재석은 '누가 열심히 했고 안했고가 아니라 지금보다 나을 수 있는게 맞는데 서로를 못믿는 것 같다'는 말에 정준하마저 '못 믿는 것이 아니고 체력 때문에 안된다'며 호소했다.

유재석도 연이은 멤버들의 언쟁에 격분하며 '솔직하게 이야기해서 너무 걱정된다'며 무한도전에서 거의 볼 수 없었던 감정섞인 표정으로, '보름남았는데 탈 수 있는 시간은 세 번 밖에 없다며 정말 불안하다'며 속상함을 토로했다. 지금까지 무한도전을 보면서 멤버들간에 이토록 감정섞인 언쟁이 오갔던 적이 있나 싶을 정도로 격해져 있었고, 분위기도 침울해 보였다.

애초에 유재석이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은 '지금 이대로는 안된다. 죽도록 열심히 해도 모자라는 상황이다.' 라는 말을 하고 싶었다고 생각된다. 하지만 유재석은 상대가 기분 나쁠수도 있는 말을 직설적으로 이야기 하는 성격은 아니다. 돌려 말하다 보니 포기라는 단어가 중간에 나와버렸고, 마음대로 되지않아 답답해하던 정형돈도 포기라는 말을 듣자 감정적으로 울컥해 버렸다. 

정준하마저 거들자 유재석은 자신의 마음을 알아주지 않자 분노를 표출하는 모습을 보인것이 아닌가 싶은데. 모든 멤버들이 그렇겠지만 유재석마저 그간 보지 못한 모습을 보여 얼마나 답답한가를 알 수 있었던 장면이었다. 한동안 안좋은 분위기가 유지될 것 같다는 예상을 하기에도 충분해 보였는데.

그러나 유재석은 언쟁이 마무리되고 좋지 않은 분위기에 자리를 뜬 정형돈에게 먼저 다가가 대화를 시도했다. 식사 시간에도 정형돈의 기분을 바꿔보려 말을 걸고 걱정 가득한 눈빛으로 정형돈을 챙기는 모습도 보여준다. 다들 성인이고 별 것 아닌 언쟁으로 넘어갈 수도 있었지만, 유재석은 정형돈의 감정이 남지 않도록 마음을 열고 대화하는 모습에서 호형호제의 따뜻함을 엿볼 수 있었다.

사실 조정을 하지 않아도 무한도전은 이미 어느정도 선두의 반열에 올라왔고, 웃긴 분장으로 한 번 망가지고, 두 번 넘어지면 수명을 유지하는 것에는 크게 무리가 없어 보인다. 굳이 누가 시키지도 않은 조정을 싸워가면서까지 할 이유도 사실은 없다. 그런데도 꼭 하겠다고 무릅쓰며 남들이 잘 하지 않는 것을 고집스럽게 끝까지 하려 한다. 

그 이유는 아마 오늘과 같은 '사람과 사람간에 생길 수 있는 갈등이나 고통, 또 그것을 해소해 나가는 과정과 노력'이 그냥 인간적이고 사람사는 세상과도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그것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 싶은 무한도전이기에 가능한 선택'이 아닐까? 

손 한 번 잘못 만져도 몇일간 논란이 끊이지 않는 오늘날의 미디어에서, 특히나 주말 예능에서 멤버들끼리 다투는 장면은, 과정을 중요시 하지 않는 제작자라면 여지없이 잘라내고 싶은 장면일 것이다. 무한도전은 이런 것들을 오히려 적나라하게 보여주며 '이것이 우리다, 너네들과 다를 바 없다.'라는 생각을 갖게 만들어 버린다. 공감대란 것은 바로 이런것에서 출발하는 것이다.

무한도전을 볼 때마다 느끼는 것은 '프로그램을 위한 사람이 아닌, 사람을 위한 프로그램'이라는 것이다. '프로그램을 위한 사람이라면 결과가 중요할 것'이고, '사람을 위한 프로그램이라면 과정이 더 중요'할 것이다. 또 한 번의 지독한 도전을 하고있는 무한도전에 있어서 '결과는 보너스'일 뿐이다. 무언가를 해내는 그 '과정에서 많은 것을 느끼고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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